대립각 세우던 보훈단체…지역발전 위해 동의

월북인사의 집으로 낙인 찍혀 돌보는 이 없이 방치돼 허물어진 홍명희 생가를 괴산군이 2002년 사들여 고증을 거쳐 복원한 홍범식 고택

[동양일보 김진식 기자]보훈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던 소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1888~1968) 문학관 건립에 청신호가 켜졌다. 충북 괴산지역 보훈단체가 괴산군이 재추진하는 홍명희 문학관 건립에 대해 지역발전 동참 차원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괴산군은 지난 23일 3층 대회의실에서 홍명희 문학관 건립 방안 연구용역 최종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차영 괴산군수를 비롯한 지역의 보훈단체 대표, 문학단체 대표, 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해 벽초의 문학사상과 항일운동, 북한 행적 등 그와 관련한 사실 그대로를 문학관에 전시하자는 데 동의함으로써 문학관 건립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보훈단체 대표로 나온 성양수 상이군경회 괴산지회장은 “벽초가 심어준 문학정신과 항일독립운동의 역사적 사실은 추앙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북한에서 남침 공로자로 인정받아 내각 부수상을 지낸 것 또한 사실”이라며 “그의 정치적 이념보다는 문학관 건립이 괴산군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다. 다만 문학관에 그에 대한 북한에서의 모든 사실관계를 전시해 관람객들의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민족운동, 민족문학운동을 전개한 우리 고장 출신 홍명희 선생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이 사업은 괴산을 민족문학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특화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며 “홍범식 고택주변 4만3000㎡의 면적에 문학관이 설립되면 민족문학의 성지로 많은 관광객이 괴산군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명희 문학관 건립은 2014년 추진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군은 100억원(국비 50억원, 도비 25억원, 군비 2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8년까지 벽초 생가인 괴산읍 임꺽정로 16(동부리 450-1) 홍범식 고택 인근에 벽초 문학관과 문학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홍명희의 북한 행적 등을 들어 지역 보훈단체가 반발하는 등 주민간 갈등으로 비화하자 백지화했다. 보훈단체와 문학단체는 1998년에도 괴산읍 제월대에 세워진 문학비 문구를 놓고 마찰을 빚어 2000년에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문학관 건립까지는 갈 길이 멀다. 70여억원이 투입되는 재원마련이 관건이다.

홍명희 문학관 건립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국 76개소의 문학관 설립재원을 분석한 결과 군비 61%, 국비 33%, 민간조달 6%, 기타 0.2% 순으로 나타났다. 군의 열악한 재정여건상 건립재원 확보가 쉽지는 않지만 군은 정부공모사업 등 국비신청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대하역사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홍명희 문학관 건립은 지난 2월 괴산정신문화 발굴 및 문화콘텐츠 특성화 전략연구용역에서 최우수사업에 선정돼 추진됐다.

홍명희는 1910년 경술국치에 강분해 자결순국한 홍범식(전 금산군수) 열사의 장남으로 괴산군 괴산읍 임꺽정로 16의 고택(충북도 민속자료 14호)에서 태어났다.

1919년 괴산지역 3.1만세운동을 주도했고, 좌우합작운동인 신간회 활동으로 옥고를 치렀다. 광복 후 월북해 내각 부수상 등을 지냈다. 괴산 김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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