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의 진수…벽파춤연구회 '명불허전’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사)벽파춤연구회(이사장 박재희)가 한국 고유의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전통춤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는 19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364)에서 열리는 ‘벽파 박재희 춤 –명불허전’이다.

2000년 박재희(69·사진) 이사장이 창설한 벽파춤연구회는 민족무용가 한성준(1874~1942)선생에서 전통춤의 대모 한영숙(1920~1989)선생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춤의 뿌리와 맥을 지키며, 올곧게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단체다.

이번 공연은 한영숙류 전통춤을 한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973년 한영숙 선생에게 태평무를 전수받은 박 이사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전통춤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영숙류의 전통춤은 한국 전통춤의 뿌리라 일컬어지는 한성준 선생에 의해 창안되고 인간문화재인 한영숙 선생이 가다듬어 아름답게 꽃피워진 작품들로 학무·태평무·살풀이춤·승무는 각기 매(梅)·란(蘭)·국(菊)·죽(竹)의 사군자에 비유되며 한국 전통무용의 대명사로 불린다.

학무는 무용수가 학 탈을 입고 우아한 학의 자태를 묘사하는 춤이다. 1930년대 한성준 선생이 나라의 독립과 국태민안은 염원하며 창안하고, 한영숙 선생이 춤 형식을 가다듬어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태평무를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 군무로 확대해 무대에 올리는 것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다른 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장단과 함께 독특하고 세밀한 발놀림, 그리고 절제미와 함께 단아하고 격조가 돋보이는 춤사위가 돋보인다.

한영숙류 살풀이춤은 철저하게 절제된 기운으로 깨끗하고 우아하며, 정·중·동의 정서가 선명하게 나타나는 환상적인 춤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무용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승무는 풍부한 예술성, 장삼 소매를 놀리어 이뤄지는 율동미, 엄숙하고 고요한 가운데에서도 내면의 멋을 풍긴다. 1969년 국가무형문화재 27호로 지정됐다.

박 이사장의 작품인 벽파입춤 ‘가인여옥’, 1966년 ‘한영숙 무용 35주년 기념 발표회’에서 초연됐던 ‘비연무’도 선보인다. 초연 이후 제목만 알려져 있고 공연은 볼 수 없었던 비연무는 이번에 박 이사장에 의해 재현돼 무대에 오르게 됐다.

벽파입춤 가인여옥은 박 이사장이 부채를 활용해 안무한 입춤 형식의 작품이다. 입춤 형식이란 원래는 특정한 춤사위나 구성없이 즉흥성이 강조된 춤이지만 점차 독자적인 양식을 갖추게 됐다. ‘옥과 같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의 가인여옥은 제목과 같이 단아하고 절제미가 돋보이면서도 흥과 멋이 있는 여인의 심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박 이사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전통춤 레퍼토리를 만나는 기쁨과 함께 한영숙류 전통춤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춤의 계승이 단순히 전통의 보존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승화의 과정을 거쳐 발전이 거듭될 때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이사장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무용가는 △홍지영 △손혜영 △김혜경 △강소정 △고수현 △홍성미 △정미영 △박보라 △김정현 △강유정 △류수민 △김나영 △이예윤 △유진주 △장연희 △지은진 △김문영 △송진숙 △장희옥 △최미옥 △김한샘 △김나경 등 모두 23명이다.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은 박 이사장은 청주대 무용학과 교수, 충북무용협회장, 충청지역 무용교수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회 전국무용제(1992) 우수상, 19회 서울무용제(1997)에우수상·안무상 15회 전국무용제(2006)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문의=☏02-2263-4680.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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