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 때 남편 쪽 무게…우여곡절 수사 끝 정황증거 잡아
“잠자다 실수로 아들 죽인 사람 몰려…늦었지만 결론에 안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전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구속기소)이 청주 ‘의붓아들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됐다. 고씨의 현남편 A(37)씨는 “경찰수사결과에 안도한다”면서도 고씨를 이 사건 유력용의자로 지목하지 못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26일자 1면

A씨의 법률대리인은 26일 보도자료에서 “그간의 경찰수사에서 A씨는 자식을 잃은 피해자임에도 잠을 자던 도중 실수로 아들을 눌러 죽인 당사자로 몰려 수사를 받았다”며 “유족으로써 고인의 죽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권리도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아무런 죄가 없는 A씨가 지금까지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수사를 받으면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답답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질식사 부검결과가 나왔을 때 고유정을 피의자로 입건해 구체적인 수사를 했다면 전 남편을 살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이 늦게나마 수사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A씨가 제시한 의견을 받아들여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결정을 해 준 것에 안도한다”며 “향후 보완수사와 공판 진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고씨가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고씨의 의붓아들 B군은 지난 2월 28일 청주에 왔으며 사흘 만인 3월 2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친부 A씨는 전날 밤 10시께 B군을 먼저 재우고 2시간여 뒤 같은 침대에서 잤다. 고씨는 다른 방에서 잠을 잔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결과 B군은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별다른 외상은 없었고, 약물도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10분 이상 몸 전체에 강한 압박을 받아 눌린 것으로 보인다’는 국과수 분석에 따라 경찰은 함께 잠을 잔 A씨의 과실치사와 고씨의 살해 등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 초기 경찰수사는 A씨의 과실치사 가능성에 다소 무게를 뒀다. A씨에게서 졸피뎀 등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자신에게 수사가 쏠린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수차례 이의를 제기해 왔다.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수사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고씨를 5차례, A씨를 1차례 각각 조사했고,한 차례 대질조사도 진행됐다. 고씨를 상대로 비공개 조사도 수차례 벌였다.

경찰은 특히 A씨 조사과정에서 고씨가 사건 당일 B군의 사망추정 시간을 전후로 범행 수법이 담긴 내용의 인터넷 뉴스를 열람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씨가 B군이 숨지기 8일 전인 2월 22일 자택 컴퓨터로 질식사 관련 인터넷 뉴스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뉴스는 2015년 친아들이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킨 사건이었다.

1차 조사에선 수면제성분이 나오지 않았으나 2차 조사에서 고씨가 처방받은 특이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도 고씨의 유력한 범행 증거가 됐다.

여기에 외부 법률전문가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의 자문에서 이들 대다수는 고씨가 결혼생활에 방해가 되는 B군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사건 자료를 검찰에 보내 최종 결론 발표를 조율하고 있다. 다만 고씨의 범행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앞으로 검찰 기소여부와 재판에서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 이도근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