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찬 청주시 청원구 건설과 주무관

송영찬 청주시 청원구 건설과 주무관

[동양일보]누구에게나 처음이란 가슴 떨리고 긴장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학교 들어갈 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가보지 않은 곳을 갈 때 등 경험해보지 않은 일들을 겪을 때 두근거림을 느낀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보며 살았지만 아직도 처음으로 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

올해 1월에 임용을 받아 청원구청 건설과에서 일을 하게 됐다. 나의 첫 사회생활 시작이었기에 무척이나 떨렸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일은 잘 할 수 있을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정말 걱정거리가 많았다. 그렇게 나의 첫 공직생활이 시작됐다.

첫 출근을 하던 날, 긴장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평소 먹지 않던 아침을 먹으려니 도저히 넘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출근해 인사드리고 어색하게 자리에 앉아있던 게 기억난다. 내게도 업무가 주어졌고 민원 전화도 받게 됐는데 다른 것보다 전화받는 것이 정말 두려웠다. 가끔 내 전화기에서 벨이 울릴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민원인 입장에선 내가 처음 들어왔는지, 오래 일한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맡은 업무를 보고 전화를 했을 텐데 제대로 된 설명을 못해드려서 정말 죄송스러웠다.

도로 유지 보수에 관한 업무를 맡게 됐는데 업무 특성상 민원인이 말하는 위치를 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정확한 주소를 말하지 않고 대략적인 위치로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청원구 지리를 잘 몰라 여러 번 위치를 되묻게 되고 그러다 보니 민원인과 마찰을 겪는 일도 생기곤 했다. 처음에는 청원구 내에 있는 도로면 전부 우리 팀에서 관리하는 줄 알았다. 민원 전화를 받고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같은 팀원에게 “그 도로는 우리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큰 실수를 했나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도로의 종류에 따라 관리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후 민원을 받아야 된다고 하셨다. 같은 팀원들이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9개월간 근무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공사 감독을 하며 겪었던 일들이다. 임용되고 첫 공사 감독을 맡게 됐는데 부담감이 엄청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 지시를 하고 업체와 협의를 하는 것이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맡은 공사는 도로 안전시설물 유지 보수 공사인데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 말뚝)와 도로 반사경에 관한 설치, 철거 및 보수하는 것이다.

민원을 받고 현장 확인 후 설치를 할지 말지 나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어떤 분은 시설물 설치를 해달라고 해 설치를 하면, 그로 인해 또 다른 분은 왜 설치를 했냐고 불만을 표출하시는 분도 계셔서 정말 난처한 적이 많다. 한 번은 시설물을 설치함으로써 가게 장사가 안 된다고 설치하지 말아 달라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규정상 설치를 해야 하는 위치였기에 민원인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타협점을 찾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보다는 업무가 익숙해져서 안심하다가도 매일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고 그로 인해 배우는 것들이 생기는 걸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낯선 공직의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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