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원 수뢰 혐의…“대통령 요구·지시로 지급 위법성 인식 못했을 것”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이원종 전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관련기사 5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8일 국정원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된 이원종 전 비서실장의 무죄를 확정했다.

이 전 실장은 2016년 6월부터 석 달 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현안 관련 편의 제공 등 명목으로 매달 5000만원씩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로 특활비를 지급하게 된 것이지, 대통령의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도 1심과 같이 직무관련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속 하부기관 입장에서는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지급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전 정부나 전임 원장들 대에서부터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해 위법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1,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그러나 함께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3명의 특활비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울러 이들과 공모해 청와대에 돈을 전달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도 파기환송했다.

이들은 재임시절이던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중 박 전 대통령 측에 각각 6억원, 8억원, 21억원을 지원한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국정원장은 특별사업비 집행업무와 관련해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 취지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도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사건 상고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27억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국고손실 혐의와 뇌물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받을 형량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횡령 범행을 직접 실행하지는 않았으나, 국정원장들에 대해 우월하고 압도적인 지위에서 범행을 지시하고, 이를 따른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수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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