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원 충북농업기술원 경영정보팀장

박계원 충북농업기술원 경영정보팀장

[동양일보] 토지에 주로 의존했던 예전의 농업과는 달리 오늘날의 한국농업은 시설이나 설비 및 기자재가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었으며, 이를 운영하는 농업경영체도 생계가 목적이 아닌 순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머리속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수입과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기록과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경영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농업회계라 할 수 있다.



농업회계는 필요한 자금의 조달, 농산물 판매가격의 결정, 농장의 노임 결정 등과 같은 경영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이나 미국 등 농업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농업회계를 활용하여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이며, 농업회계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한국농업이 생계유지를 위한 농업을 벗어나 수익을 추구하는 상업농의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고 따라서 농업경영자로서의 인식과 안목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 농산물의 원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가격 결정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격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원가를 찾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 설정 및 판매 전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효율적인 농장관리를 위해서도 농가경영기록과 농업회계는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앞선 농가에서는 시설채소 비닐하우스 동별로 수익성을 따지기도 하고, 과수 재배농가에서는 필지별․품종별로 수익성을 따지면서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인 경영컨설팅을 위해서도 경영 및 회계기록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농가의 입장에서도 자료가 필요하지만 농장을 방문하는 컨설턴트들에게도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당 경영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농업경영체들이 농업회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2년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농가경영기록을 할 수 있는‘바로바로’를 개발하여 보급한 이래로 농가들이 보다 손 쉽게 경영기록 및 소득분석이 가능해졌다. 또한 지난 2017년부터는 앱과 웹을 통합한 농가경영관리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기록한 수입․지출이 자동으로 복식으로 전환되면서 농업회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상태이다.



이제 농업인들이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갖추어졌다. 필요한 것은 농업회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실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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