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호 청주시 상당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최성호 청주시 상당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동양일보]최근 ‘워킹맘은 나쁜 엄마가 아니고 바쁜 엄마’라는 한 광고 문구에 마음이 울컥했다. 여섯 살 듬직한 아들과 네 살 귀여운 딸을 키우는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커리어를 가진 워킹맘이다. 여느 워킹맘과 마찬가지로 직장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직원으로 업무 능력을 의심받고, 집안에서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엄마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의심받곤 한다.

여기에 친정과 시댁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어깨를 짓눌렸고, ‘미운 네 살, 미친 여섯 살’ 타이틀에 맞는 우리 두 아가들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 배고파 밥 주세요.”라는 아이들에게 “어린이집 가면 더 맛있는 간식 주실 거야. 가서 먹자.”라고 달래며 ‘빨리빨리’를 외치는 내 모습에 많은 죄책감을 느꼈다.

일할 때는 혹여나 어린아이의 엄마라는 게 걸림돌이 될까 봐 스스로 열심히 했고 야근하지 않으려 근무시간 내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느낄 땐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첫째가 말한다.

“엄마가 오늘 앞치마 안 보내줘서 나만 안 했어. 힝힝.”

집에 도착해서는 저녁 준비에 밥 먹고 설거지하면 오후 8시가 훌쩍 넘는다. 씻고 애들 재우기에 급급하다. 안 자고 버티고 있으면 “잠 안 자면 이번 주말에 물놀이하러 안 갈 거야”라고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잠든 아이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에 가슴 한편이 뭉클하다.

모든 일하는 엄마들의 하루이고 선배 워킹맘들도 이렇게 키웠을 것이다. 나만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데 아이들한테는 늘 미안하고 왠지 모르게 죄책감이 든다.

그러다 문득 우리 딸이 커서 나와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야. 아이들은 엄마가 하루 24시간 함께하지 않아도 잘 적응해 가. 내 일을 하는 것에 당당해지자. 내 생활에 만족하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그 시간에 아낌없이 사랑해주자. 다 괜찮아.”

다 괜찮다는 위로의 말 한마디.

아침 출근을 준비하다 아들을 양치시키며 물었다.

“요즘 어린이집 다니는 거 어때?”

여섯 살 첫째가 답한다.

“응, 좋아. 재미있어. 엄마 회사 생활은 어때?”

어린 아들의 어른스러운 질문에 “하하하” 하고 크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왜 웃는지 어리둥절한 아들의 표정을 미소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대답한다.

‘응, 아주 좋아.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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