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희 단양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홍태희 단양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동양일보]단양(丹陽)은 ‘신선이 살기 좋은 고장’이란 뜻의 ‘연단조양(鍊丹調陽)’에서 유래하며, 단양팔경의 일경인 ‘도담삼봉’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 ‘조양’은 고르게 비치는 햇살을 의미하는데, ‘단양’의 두 글자만 그대로 풀어내면 ‘붉은 빛이 도는 고장’ 즉 석회암 지대에서 나는 붉은 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단양팔경’은 말 그대로 단양이 품은 여덟 풍경인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을 말한다.

도담리에 소재한 도담삼봉은 세 개의 바위라 해서 ‘도담삼봉’이라 불린다. 장군봉 위의 정자는 조선왕조 개국공신 정도전이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따금 찾아와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읊었다하여 정도전의 호인 ‘삼봉’ 역시 이 도담삼봉에서 딴 것으로 전해진다.

왜 그리도 이 풍경을 사모했을까? 그 대답은 도담삼봉 일출만으로도 충분하다. 도담삼봉을 벗어나 신선들이 노닐던 바위를 따라가면 ‘사인암’을 만날 수 있는데 남조천 자락에 자리한 사인암(舍人岩)은 고려말기 학자 우탁이 사인(舍人)이란 벼슬을 지낼 때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사인암이라 명명했다. 또 ‘선암’이라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반기는데 선암(仙巖)은 신선 바위를 따라 가는 길로 신선이 부럽지 않다.

단양에서 남한강 줄기를 따라 제천으로 향하는 끝자락이자 단양이 시작되는 관문에는 구담봉(龜潭峰)과 옥순봉(玉筍峰)이 있다. 구담봉 장회나루 근처에는 퇴계 선생과 인연을 맺었던 기녀 ‘두향’의 묘가 있다. 퇴계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하면서 만난 두향은 그가 풍기군수로 떠난 뒤에도 그에 대한 절개를 지켰다고 전해진다. 청풍호 하류에 뾰족히 솟은 ‘옥순봉’은 이름 그대로 옥색의 봉우리가 비온 뒤 죽순처럼 솟아났다고 해서 ‘옥순봉’이라 불린다.

경찰생활 30년 제천경찰서를 떠나 단양에 부임하는 첫날! 밤새내린 함박눈으로 출근길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는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으로 출근길에 ‘도담삼봉’에 들러 시원한 공기를 폐부 깊이 마시는 여유도 부려보고 주말이면 소백산, 황정산, 남천계곡, 구인사, 만천하스카이워크, 잔도길을 밟으며 1000만 관광도시 단양에서의 경찰생활은 내 생애의 커다란 축복이고 행운이다.

단양경찰서 컨트롤타워인 ‘112종합상황실장’ 보직 발령을 받아 1년 동안 이 사람, 저 사람을 흘낏 흘낏 바라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쁘게 만족하며,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꽃자리’이고 내가 앉아있는 이자리가 ‘꽃방석’으로 알고 욕심부리지 않고 어깨에 짐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니 행복이 다가옴을 느낀다.

많은 것을 터득하고 깨우친 지난 한 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꽃이 피고 덥다가 시원하고 눈까지 다시 내릴 새로운 경자년. 여건을 내게 맞추려 애쓰지 말고 오히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서 내가 주인이 되는 한 해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 무심코 돌아봤을 때 오늘처럼, 내 멋진 한 해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게 가슴가득 웃음꽃 활짝 피워서 소중한 분들과 향기를 나누며 살겠노라고 새해아침 관광도시 단양에서 도담삼봉의 일출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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