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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논다는 건, 함께 해 더욱 신나는 일
유리창/ 논다는 건, 함께 해 더욱 신나는 일
  • 동양일보
  • 승인 2020.01.20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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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괴산감물초등학교 교사
이정희 괴산감물초등학교 교사

[동양일보]학교에서 아이들의 은밀한 사생활은 무엇일까? 선생님도 모를 아이들의 모습은 쉬는 시간에 담겨져 있다. 카드나 딱지를 가져와 주머니에 숨겨 복도나 밖에 나가 삼삼오오 둥그렇게 앉아 논다. 카드나 딱지를 가져오는 걸 들켜서는 안 되는 것처럼 행동해 더욱 수상쩍다. 다가가보면 게임 캐릭터가 가득한 카드나 딱지가 한 뭉치. 집에서 혼자 노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게 더 재미있을 놀이다.

최근 각 학교에서는 놀 시간, 놀 공간, 놀 친구를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우리학교는 아침시간 30분, 중간놀이시간 30분, 점심시간 30분, 총 90분의 놀이밥 시간을 운영하고 교실, 복도, 길목, 담벼락, 운동장, 체육관, 학교 숲 등 놀 공간이 다양하다. 그리고 이제는 눈치 보며 카드나 딱지를 안 가져와도 될 만큼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누구와 무엇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노는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일 년 내내 꾸준히 좋아하는 놀이가 몇 가지 있다. 복도를 지날 때 열린 문으로 교실놀이방 매트나 빈백에 앉거나 기대어 편하게 쉬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학교에서 쉴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을 놓아도 된다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보면 설마 추운 겨울에도 놀겠어? 하는 의구심을 떨치고 저 멀리 밧줄놀이터에 꼭 몇 명씩 보인다. 오늘도 슬랙라인이 흔들거리고 있다. 그네와 시소, 정글짐은 저학년 고학년 할 것 없이 일찍 등교한 학생, 하교버스를 기다리는 학생이 늘 머물다 가기 좋은 놀이터다.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라 시시할 것 같은 건 어른들의 생각일 뿐, 아이들에게는 스테디셀러와 같다. 놀이형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으로 시작한 배드민턴은 선생님, 주무관님, 학생들을 점심 때 마다 체육관으로 몰리게 한다. 주무관님이 아이들을 일대 일로 지도해주시는 모습은 훈훈함을 더한다. 학교 구성원이 내 학교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는 것 같다. 함께 즐거움을 나누면 되는 일이다.

행복키움 놀이문화와 학생 놀이동아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놀이를 제안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틀을 깨는 놀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야외 자투리 공간인 길목에 방방장을 만들어 뛰고 누우며 에너지를 발산하였다. 미세먼지를 대비해 체육관 내 놀이부스를 만들어 전통 놀잇감을 꺼내 두었으며 개방형 놀이방을 조성해 이어달리기, 뜀틀 뛰어 넘기 등 실내 체육활동의 재미를 더했다. 동물농장 뒤편 숲 바닥을 정리해 데크를 만들고 자갈을 깔고 그늘막과 텐트를 쳐 캠핑장을 만들었다. 돌, 나뭇가지 등 자연물로 고기를 굽는 역할놀이를 하며 시원한 여름을 났다. 학교 숲 황토길을 걸은 후 작두펌프로 친구의 발을 씻겨주는 건 누가 시키지 않고도 하는 일로 일이 아닌 놀이로 보였다. 손놀림이 예사가 아니었다. 학교 숲에 포토존을 만들어 전교생 남매별로 컨셉을 잡아 사진 찍기 놀이도 하였다. 천연잔디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축구하고 트랙에서는 선배가 두발 자전거를 못타는 후배를 태워주며 우정을 다졌다. 폐타이어를 활용한 굴링은 올림픽 종목인 컬링을 보며 만든 것으로 기차타기, 줄다리기, 앉거나 엎드려 운전하기 등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다. 특히, 기차타기는 놀이동산 놀이기구 못지않게 아찔하다. 2학기에 들어서자 전입생이 5명이나 늘어 환영행사로 추억의 보물찾기를 진행해 친해지는 시간도 갖았다.

우리 반 아이들이 시계를 자꾸만 볼 때는 쉬는 시간이 가까워 질 때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00야, 나가자.” 라고 친구를 부른다. 친구가 마무리 못한 활동을 쉬는 시간에 하고 있으면 나가지 않고 주변에서 기다린다. 혼자 노는 것보다는 못 놀지라도 친구와 같이 노는 게 좋은 거다. 놀이시간이 유독이 짧게 느껴지는 날이 허다하다. 다른 학년 아이들이 나와 친해질 때는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난 후이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들이 함께 할 때는 꼬끼오 오목을 둘 때이다. 이정도면 놀이를 향한 욕구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놀자. 함께 놀자. 앞으로는 사람이 혼자서도 잘 놀아야한다고 하지만 더 즐거우려면 함께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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