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이동건 청주시 상당보건소 보건정책과 주무관

[동양일보]지난 2016년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처음 법안이 발표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전 국민의 큰 관심을 받았던 게 생각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법안이지만 시행 3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국민이 인지할 만큼 정착됐고 공직사회 문화도 김영란법 전후로 나뉠 만큼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수준의 청렴지수를 갖췄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문득 국제투명성기구(TI)의 대한민국 부패인식지수(CPI)가 어느 정도 향상됐는지 궁금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예상대로 2018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57점으로, 180개국 중 45위를 기록했고 우리에게는 역대 최고의 점수로 기록된 해였다.

그러나 싱가포르 85점, 홍콩 76점, 일본 73점 등 주변 아시아 선진국에 비행 많이 저조했으며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였다. 70점대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되며 50점대는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우리나라가 사회적으로 부패가 만연한 나라라는 인식을 벗기 위해선 적어도 세계 20위권 내에는 들어야 한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이 법이라고 했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강제적으로 법률까지 적용해 시행했지만 왜 아직 우리는 세계적인 청렴국가로 거듭나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물욕(物慾)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각종 정경유착, 기회주의의 득세, 각종 특권의식과 특혜, 불공정 경쟁 속에서 돈이 빠진 적은 거의 없다.

세월과 정권이 바뀌어도 빠지지 않는 사회 지도층의 자녀 특혜,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 등은 항상 가진 자의 그릇된 판단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능적인 측면을 대입하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내가 만약 많은 돈과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 남에게 자랑하고 싶고, 나보다 낮은 지위를 가진 사람 위에서 군림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도 생각이 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러한 인간의 본능은 똑같을 진데 청렴한 국가와 청렴하지 않는 국가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현재 청렴이 공직자 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깊게 뿌리박혀 있는 이웃나라 싱가포르를 보면 그 답은 어렵지 않다. 싱가포르도 1950년대까지만 해도 부정부패의 온상인 나라였다. 하지만 리콴유 총리의 강력한 청렴정책 시행으로 부정부패의 나라는 세계 3위의 청렴국가로 바뀌기 시작했다.

“부패 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이다. 반부패 정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굴복시켜야 한다.”

이것이 국가를 바꾼 문장이라고 생각된다.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통해 인간은 선한 기질을 타고났다고 말한다. ‘절대로 하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지배하게 되면 부패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과 사회적 강제성이 약하고 한두 명이 나쁜 행동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나도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불 번지듯 퍼질 것이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법과 사회적 제도를 더욱더 강화시키고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엄벌에 처하게 된다면 국민 모두의 마음에 부패 대신 청렴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을 것이고 싱가포르를 넘는 세계적인 청렴국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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