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정부가 '마스크 대란'이 계속되자 5일 다시 수급안정대책을 내놨다. 세 번째 마스크 대책으로 이번 대책의 핵심은 생산량 증대와 공평 배분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현재 하루 1000만장인 마스크 생산량을 한 달 내 1400만장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공적 의무 공급 물량을 현재 하루 생산량의 50%에서 80%로 높여 500만장에서 1000만장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배분 측면에서는 다음 주부터 한사람이 살 수 있는 물량을 일주일에 2장으로 제한했다. 정부는 약국·우체국·농협에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구축하고 판매 때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해 사재기나 중복 구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국가 배급제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밤새워 줄을 서는 지경에 이른 국민의 고통을 덜어보겠다는 정부의 고심과 결기가 느껴진다. 좀 더 일찍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런 대책을 내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국민이 생업을 팽개치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고역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대책은 다소 복잡하고 번거로운 부분이 있어 우선은 시행 초기의 혼란과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대책으로 당장 마스크 부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생산량 확대에 한 달이 걸린다고 했다. 5000만 국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원한다고 볼 때 생산을 늘려도 수요를 맞추긴 어렵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국회에서 하루 최대치를 생산한다고 해도 꼭 필요한 분야에 가야 할 배분량을 빼면 국민 1인당 일주일에 한 장 정도 돌아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의료진·환자,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먼저 배분하고 남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최대한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취약계층에게 마스크 1억3000만장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즉시 실천하길 바란다. 사회적 약자에게 감염병은 더욱더 무섭다. 이들에 대한 공적 마스크의 무상 전달체계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마스크 수급 불안이 이어지자 방역 당국은 지난 3일 엄격한 관리를 조건으로 보건용 마스크의 재사용을 허용하고 필터가 부착된 면 마스크의 사용도 인정하는 '개정 마스크 사용지침'을 내놓았다.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이를 금지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과 배치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를 두고 마스크 수급 실패를 가리기 위한 정부의 꼼수라는 비판도 있지만, 공급이 절대 부족한 비상상황에서 불가피한 고육책으로 봐야 한다. 다만 마스크 재사용이나 면 마스크의 성능 등과 관련해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방역 당국은 재사용 마스크나 필터가 부착된 면 마스크의 비말 차단 효과가 기존 보건용 마스크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신뢰성 있는 실험 결과를 조속히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문제가 없다면 어떻게 마스크를 위생적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정책 담당자들부터 솔선수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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