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죽은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독립운동가, 작가로 알려져 있는 시인 윤동주 尹東柱(1917∼1945)의 서시(序詩)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어릴 때의 이름은 해환이며 북간도 용정에서 출생하였고, 평양 숭실중학을 거쳐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일본 릿쿄 대학과 도지샤 대학 영문과를 졸업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 말 암흑기 저항문학의 대표적 시인으로서 민족의 슬픔을 노래로 나타낸 시인으로 평가됩니다. 1943년 친구인 송몽규와 함께 귀국하다가 독립운동에 관련된 혐의로 붙잡혀서 2년형을 선고받고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광복 후 친구들이 그의 유고를 모아 첫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55년)>를 발간했습니다. 불과 30편 미만의 시를 남겼지만, 서정과 동경의 시로 이름 높은 <별 헤는 밤>과 젊은이의 기개를 잘 나타낸 <새길> 등을 비롯하여 전편을 통해 민족의 애수와 이상, 정열을 상징적 필치로 다루고 있어 문학사적 견지에서도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로 세상과 맞섰던 시인 윤동주의 청춘을 그린 영화 <동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청춘의 한없는 두려움과 부끄러움, 그 시대를 살아내는 아픔을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1943년 시인 윤동주가 일본 취조관에게 독립운동의 개입여부에 대해 취조를 받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이 됩니다. 영화의 시간은 8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1935년 북간도 용정으로 되돌아갑니다. 동주와 몽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둘의 성향이나 행동들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몽규는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고 국가의 이념을 위해 싸우는 투사형이라면 동주는 좀 더 차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지요. 이들은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하게 되지만 일본의 창씨개명과 친일파 교장의 취임으로 인해 몽규는 경멸을 느끼고 있었고 일본유학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연희전문학교에서의 옥천출신 이여진에게 동주는 반하고 그녀에 의해 자신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던 정지용 선생을 만나면서 동주 또한 일본 유학을 제안 받게 됩니다. 그리고 몽규와 동주는 일본으로 유학을 갑니다. 한편, 세계와의 전쟁 속에서 조선인들을 징집하여 아시아의 힘을 모으겠다는 일본의 야망은 창씨개명, 조선어 교육 금지뿐만 아니라 조선인 징집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전쟁이 막바지에 치닫자 일본 도쿄에서도 일본 조선인 유학생들의 징집 또한 진행되게 됩니다. 때문에 교련을 거부한 동주는 수업시간에 일본군이 들이닥쳐 폭행을 당하고 강제로 삭발을 당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다른 친구 봉주는 동주에게 ‘너는 시를 써 내가 총을 든다’라고 말하며 동주 대신 조선유학생들을 규합하여 조선을 깨우기 위해 혁명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그 혁명만이 일본을 쫒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조선 유학생들을 모아놓고 설명합니다. 그때 일본군경들이 들이닥치고 윤동주의 시 <자화상>의 내용 독백과 함께 몽규는 잡혀가고 맙니다. 시 출간을 준비하던 동주도 일본군의 미행에 의해 결국 형무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형무소로 끌려간 동주와 몽규는 각각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일본에 의해 국제법상의 형식적인 절차를 위한 어떤 문서에 서명하게 되는데, 그 문서는 사실 실험에 대한 목숨 포기 각서 같은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몽규는 자신이 계획한 혁명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울부짖으며 날인을 했고 동주는 그 문서가 목숨 포기 각서라는 것을 알고 찢어버립니다. 앞에서 혁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몽규의 모습과 달리, 문학이라는 것 뒤에 숨어있다는 동주의 모습은 자신의 시의 한 부분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에서 나타나는데, 형무소에서 문서에 사인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동주의 다른 모습으로 그 시대 청춘의 안타까움을 잘 나타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가족이 찾아옵니다. 여기에서 하늘과 별과 시가 독백으로 나오며 동주의 죽어가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두 젊은 청춘이 같은 곳에 태어나 같은 곳에서 죽는 과정을 담다 보니 그 안의 뜨거움이 가장 행복했다“고 전하는 이준익 감독은 젊은 청춘들이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느꼈을 시대에 대한 부끄러움과 삶에 대한 두려움, 희망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그를 통해 우리시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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