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16개 품목 46t 피해…교육청·지자체 공동구매

충북도교육청 직원들이 18일 지역에서 학교급식을 위해 생산한 친환경 농축산물의 소비를 돕는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충북 도내 지자체와 교육기관이 사상 초유의 4월 개학 여파로 판로가 막힌 학교급식용 농축산물 생산 농가 돕기에 나섰다.

18일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3차례 개학 연기와 함께 휴업 장기화로 학교급식도 멈추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해 식자재를 생산·납품하는 농가와 급식업체의 시름이 깊다.

농가들은 그동안 23일 개학을 기대하며 근근이 버텨왔으나 전날(17일) 오후 교육부가 개학을 2주 더 연기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졌다.

계약재배를 통해 학교급식용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한 상태에서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 청주시 오창읍에서 친환경 농산물(엽채류)을 재배해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김창한(64)씨는 겨우내 정성껏 키운 시금치가 누렇게 시든 모습을 보다 못해 아예 밭(1652㎡)을 갈아엎었다.

농가와 함께 학교 60여 곳에 친환경 농산물 등을 납품하는 청주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도 농가처럼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3월 학교급식 중단으로 다른 판로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 40여 곳 중 상당수가 시금치를 비롯해 엽채류를 키우는 곳이라 일주일 안팎에 소비하지 않으면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한다.

농산물 가공업체를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해 지금까지는 폐기 처분한 것이 없지만, 개학이 추가로 2주 더 연기되면서 이 같은 여력도 곧 바닥날 처지다.

충북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판로가 막힌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은 16개 품목 46t(버섯류 16t, 엽채류 12t, 콩나물·얼갈이·열무 등 18t)에 달한다.

피해 현황이 특정 품목에 국한된 데다 3월 둘째 주(16일)에서 다음 달 초(6일)까지 개학이 연기되면서 농가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교육청은 18일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농가와 업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농축산물 공동구매 행사를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청주·옥천·괴산·증평 시·군을 통해 친환경 지역 농축산물을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농가가 속한 농산물유통센터와 협동조합 등 4곳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보관과 저장에 어려움이 있는 채소·육류 등 계절 신선 농축산물로 꾸러미를 만들어 상품성을 높였다.

꾸러미는 엽채류, 버섯류, 콩나물 등 8가지 채소꾸러미와 국거리·불고기용 한우꾸러미, 수육·두루치기용 한돈 꾸러미, 두부·순두부 등 두부꾸러미다.

이 재료들은 가정에서 즐겨 먹고 많이 소비하는 품목으로 모두 학교급식용으로 납품이 예정됐던 친환경 식재료이다.

도교육청과 교육연구정보원 직원 130여 명은 이날 600만원 상당의 농축산물을 구매했다.

학교급식 농가는 “개학 연기로 학교와 계약된 식재료의 납품이 취소되면서 걱정이 많았었는데 교육가족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해 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안전하고 우수한 학교급식용 지역 농축산물 공동구매로 농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더불어 상생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추가 운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공동판매 행사를 하고 있다. 도내 친환경 학교급식 전문업체 3곳(오창농협, 농가생활협동조합, 흙살림푸드)과 협약을 맺고 온라인 쇼핑몰 회원 할인이벤트 행사도 벌인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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