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동양일보]전대미문의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교육 영역에 있어서는 우리가 여태 경험하지 못한 혼란 속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난 3월 16일에 온라인으로 개강한데 이어 초·중·고는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순차적인 학사일정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적지 않은 교사 또는 교수들이 온라인 교육에 익숙지 않은지라 원격수업이 현장에서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수고와 시간이 들여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는 기존의 오프라인 수업의 대체제로서 원격교육을 활용하는데 급급한 실정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교육이 비대면 교육을 중심의 교육 환경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구글이 최고의 미래학자로 선정한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이미 2030년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 20억 개가 소멸되고 현존하는 일자리의 80%가 15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동시에 그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4차 산업 혁명 기술로 대표되는 미래문명사회에 대비한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전달하는가에 대해 깊은 의문을 표하였다. ‘퓨처 스마트(Future Smart)’의 저자로 알려진 미래학자 제임스 캔턴(James Canton)은 새로운 미래가 매우 빨리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개인이 현재의 교육 체제를 활용하여 이에 맞춰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는 현재와 같은 기존 교수법에 따른 집단적인 대중교육으로는 미래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와 세계, 재계에서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풍요롭고 지속가능하며 생산적인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저서 ‘퓨처 스마트’에서 교육혁신이 필요한 이유로서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개인이 아닌 대중을 위한 대중교육이며 앞으로의 교육에서는 순수한 배움에 관심을 두면서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협업, 문제 해결 능력, 논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교사들은 미래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도록 교육 받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과거의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현재의 교육을 진단한 바 있다.

미래학자들의 이와 같은 진단과 전망에 교육 일선에 있는 관계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래에 소멸될 일자리의 80% 중에 교수와 교사도 포함될 것이며 물리적인 의미로서의 학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교수자들이 현재의 전통적인 교수방법과 기존의 교육 콘텐츠를 고수할 경우에 해당될 뿐, 이들이 미래사회에 대비한 교육혁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교육환경에서의 교육 주체로서 그 역할을 새롭게 조명 받을 것이다.

교육 현장에 있는 다수의 교수자들이 비대면 강의에 의한 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플립러닝, 플랜디드러닝 등과 같은 혁신교수법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습시간 증가를 전재로 한다. 즉, 어느 대학에서나 비슷하게 행해지는 이론 강의를 온라인 동영상 강의 플랫폼에서 이수하도록 하면 기존의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이수 정도를 측정하고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문제해결형 토론이나 프로젝트형 과제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집단적 교육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학습자 개별 맞춤형 수업도 가능해진다. 교수자가 기초 이론 교육 보다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을 심도 있게 고민하여 학생들에게 제시함으로써 현장 수요 맞춤형 교육, 미래 기술에 대비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대학이 온라인 교육으로 대표되는 혁신 교수법을 활용하면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이론 중심 교과목 상당수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겨 버리면 대학 현장에서는 학습 성취도 평가 및 평과 결과에 대한 환류, 문제 해결 중심의 프로젝트형 교과 운영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는 굳이 지금과 같은 학기 구분 없이 이수형태 및 기간을 다양화하여 물리적인 공간과 시기에 제약받지 않는 유연한 학사 운영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같은 교육 혁신은 우리 사회의 병폐 중의 하나인 대학 서열화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학생들이 소속 대학에 상관없이 양질의 교육 콘텐츠에 접근하고 이수에 따른 학습 성과를 측정 받을 수 있다면 학생들 간 교육 기회에 대한 격차 및 비대칭성은 줄어들 것이다. 교육 일선에 있는 관계자들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레 들이닥친 온라인 교육으로 인해 당황하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는 교육 플랫폼을 구축을 통해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교육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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