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지원론 앞세워 압승…대전서는 원도심 집중전략 주효
통합당, 정권심판론 힘 잃어…중진들 앞세워 충남서만 선전
충북 정치지형 4년 만에 바뀌어…통합당 ‘정치1번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대선·총선·지방선거 등에서 전국 판세의 축약판으로 여겨졌던 충청권이 이번에도 '민심의 바로미터'임을 재확인했다.

많은 지역 선거구에서 개표 초반부터 남은 마지막 투표함이 열릴 때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대전·세종·충북·충남 28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20석과 8석을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통합당을 크게 앞선 것과 비슷하다.

●'견제보다 안정' 선택한 충청 민심

충청 민심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견제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대전과 세종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국난 극복을 위해 정부에 힘을 몰아달라는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이들 지역 선거구 9곳(대전 7곳, 세종 2곳) 모두를 석권했다.

●민주당 대전 보수 텃밭 원도심 집중…통합당 충남서 인물론 앞세워 선전

민주당이 대전 7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도심 집중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보수 성향이 강한 동구·중구·대덕구 등 원도심을 선거 초반 열세 지역으로 분석했으나, 막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판단이 나오자 원도심에 화력을 총동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도심 지역인 서구와 유성구에서 잡은 승기를 원도심까지 보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반면 통합당이 충남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데다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인물 대결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역은 강했다…청와대 출신 전원 패배

이번 총선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 현역 의원 10명 중 7명이 21대 국회에 재입성하게 됐다.

현역 의원 27명 중 민주당 이해찬(세종) 대표와 이규희(천안갑), 오제세(청주서원) 의원 등 불출마를 선언한 3명을 제외하고 24명(대전 7명, 충남 9명, 충북 7명)이 재출마해 17명(70.8%)이 당선됐다.

통합당 이장우(대전동구)·이은권(대전중구)·정용기(대전대덕구)·정우택(청주흥덕)·경대수(증평진천음성) 후보와 민주당 이후삼(제천단양) 후보가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에게 밀려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지만, 나머지 현역 의원 17명(민주당 10명, 통합당 7명)은 모두 생환했다.

특히 공주·부여·청양에서는 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김근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보수표가 분산됐음에도 정진석 후보가 5선에 성공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반면 통합당 현역에게 도전장을 던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문 정부 청와대 첫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후보는 정진석 후보에게, 조한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성일종 후보에게 각각 패배했다.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과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도 현역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통합당 ‘충북 정치 1번지 상당’ 뺏겨

충북의 정치지형이 4년 만에 뒤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도내 지역구 8석 중 5석을 석권하면서 4년 전(3석)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변재일(청주청원구) 후보가 5선에 성공했고, 충북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청주 상당을 8년 만에 탈환한 것이 큰 의미다. 하지만, 20대 총선 때 보수 성향이 강한 제천·단양 선거구를 차지했다가 이번 총선에서 다시 잃었다.

통합당은 4년 전보다 2석이나 적은 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정우택 의원이 8년간 '터줏대감'으로 활동했던 청주 상당마저 민주당에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흥덕으로 선거구를 옮긴 정 의원 역시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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