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인류 보편가치와 범세계적인 생활양식에 기초한 문화상품이 또 하나의 경향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국가주의나 지역성을 떠나 한결같이 상품 가치를 중성화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국적 대신 자신의 상표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덴마크 기업 레고(LEGO)는 기술개발과 디자인 혁신, 뛰어난 품질로 세계 최고의 완구업체가 됐다.

500여 명의 전문가가 안전과 교육 효과를 연구하고 있으며 철저히 어린이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기업이념에 따라 레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얻었다.

최근 음해 논쟁까지 불러일으킨 영국 BBS방송 어린이 프로그램 텔레토비(Teletubbies)는 문화상품이 가지는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어린이들이 보기와 듣기를 동시에 하지 못하고 반복해서 보기를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해 제작된 텔레토비의 주인공들은 여느 캐릭터들과 분명하게 차별되도록 머리 위에는 안테나와 배에는 모니터를 달았다.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푹신한 이미지와 반복되는 귀여운 동작으로 아이들을 사로잡았고 호기심을 자극해 학습효과를 높이도록 했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외모와 과학과 정서를 결합한 텔레토비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교육적 효용성을 극대화했다.

캐릭터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지적자산 보유기업인 미국의 디즈니사는 최근 이국적 소재를 개발하면서 한계를 노출 시켰다.

중국문화의 이해 부족으로 예전에 개봉했던 ‘뮬란’이 오히려 일본식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중국 등지에서 외면당했다.

‘라이온 킹’과 ‘데블맨’이 일본 만화를 표절하는 등 소재의 빈곤도 드러냈다.

디즈니의 이런 실패는 문화상품이 지역성을 넘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첨단기술은 문화상품의 성격도 변화시킨다.

특히 정보망의 확대와 컴퓨터 기술의 보편화는 문화의 영역을 확대했고, 그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 오른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의 경우 과거 인간과 기계, 사용자와 컴퓨터 간 전투라는 도식화된 진행방식에서 탈피했다.

참여자들이 다양한 게임의 변수를 만들고 인터넷을 이용한 동시 게임(multi play)을 통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은 우리 사회에 ‘PC방’이라는 새로운 상업공간을 만들어 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욕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기획, 프로그램, 디자인 등의 전문가집단이 새로운 형식의 게임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수년 전 개발돼 세계적으로 유행한 다마고치라는 개인용 전자오락기도 그 발상이 새롭다.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듯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 기계는 정에 굶주린 현대인의 보편적인 심리를 첨단기술과 결합한 사례였다.

지금은 AI가 인간의 지적‧정신적‧심리적 노동을 대체하면서, 새로운 문화상품들이 흔들리고 있다.

직립보행(호모 에렉투스)에서 심리적인 지혜를 활용하는 존재(호모 사피엔스)로, 도구를 쓰는 존재(호모 파베르)에서 유희하는 존재(호모 루덴스)로, AI를 통해 게임을 심층적으로 다양한 문화적 행위와 산물 간의 자유로운 뒤섞임을 통해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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