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 결과를 두고 현 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해서 그렇다거나 또는 야당심판론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들이 있다.

또 선거를 코앞에 두고 긴급재난기금을 풀어서 효과를 봤다거나 위기상황이라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우왕좌왕하던 모습이나 마스크대란사태를 겪으면서 여당에 불리한 선거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세계 각국에서 특히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등에서 후발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들이 대거 발생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응방식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총선에서도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총선결과는 여야모두에게 과제를 안겨주었다. 먼저 미래통합당의 경우 보수우익의 단결을 호소하여 이번에도 지역적으로는 영남, 세대로는 60대 이상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우리나라의 진정한 보수세력인지 아니면 박정희대통령의 성장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력인지 분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투표결과를 통해 우리는 유권자는 이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정체성에 근거해 투표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들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주류를 형성하며 반세기 이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데 이제 비주류 및 소수파로 전락하였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그동안 ‘미래가 없는 정당이다’ ‘비호감 정당이다’라는 불명예스런 수식어가 붙여졌지만 소속 의원들은 이러한 시대적 인식과는 무관하게 밥그릇싸움에 연연하였다.

또 보기에 따라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하였다.

그들은 혁신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그들은 분화와 통합을 하였지만 퀴퀴한 냄새가 나는 잡탕밥 밖에 만들지 못하였다.

선거과정에서도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고통을 주고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보수의 가치를 다시 정립하고 구성원들의 인적 쇄신을 하지 않는 한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정당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게는 더 큰 과제가 부여되었다.

지역구 163석에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게 17석을 주어 전체의석의 60%에 해당하는 180석을 만들어준 것은 그들이 정치를 특별하게 잘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 역시 권위주의적이었으며 구시대적이었고 특권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고 꼼수를 부렸다. 그들은 진보를 내세웠지만 타당 국회의원과 똑같이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데 몰두하였으며 막말을 해댔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품격있는 진보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적인 의미에서 미래통합당보다는 정도가 덜하였고 코로나사태라는 대운이 따르다보니 안정을 희구하려는 유권자들의 전략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여당 역시 국민을 위한 정치에 충실하여야지 만에 하나 자신들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독선과 오만에 빠진다면 2년 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쓴 맛을 볼 것이다.

이런 전례는 이미 열린우리당에서 목격한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야당을 찍은 지역구 유권자가 41.4%나 되고 중도표심 유권자의 향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당의 총선 승리는 경제적 실책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준 것이라고 받아들이는게 타당하다. 따라서 그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잘 활용해야 한다.

정치는 생물과 같다고 한다. 그만큼 정치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고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만 빼고 다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정치를 정쟁의 장으로만 악용하였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였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고 상식에 맞는 정치활동을 통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유권자 역시 “선거만 끝나면 노예제가 시작된다. 뽑힌 자들은 민주를 잊고 언제나 국민들 위에 군림했다”는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말을 늘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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