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청남대 동상 철거 결정에 존치해야.. 잘못된 역사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해야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충북도가 청남대 안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것과 관련,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후대에게 물려 줘 산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며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14일 이시종 지사 주재로 열린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 회의에서 전· 노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방침을 정했다. 철거시기에 대해서는 너무 조급하게 하지 말고 도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향후 청남대 운영방향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충북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13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과 길을 두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와 대통령길 폐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5.18 40주년을 맞는 18일 이전에 동상을 철거해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청주시 문의면)에는 10명의 전직 대통령 동상과 함께 유품, 사진, 역사 기록화 등이 전시돼 있다. 이 동상들은 충북도가 2013년부터 2년여에 걸쳐 개당 2억원씩 20억원을 들여 제작했다.

이중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도 포함돼 있다. 각각 2.5m 높이의 동상은 두 사람 이름을 붙인 산책로 '전두환 대통령길'(1.5㎞)과 '노태우 대통령길'(2㎞) 입구에 세워져 있다.

충북도가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 근거로 삼은 것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한 다른 예우를 받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이들은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로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선 굳이 철거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인사는 “잘못된 것도 역사”라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과오를 명확하게 기록해 자손들에게 알리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것도 역사다. 그냥 기록을 없애고 지운다면 후세들은 그들의 과오를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며 “그들 동상에 그들의 죄를 낱낱이 기록해 산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 우암산 삼일공원에 세워져 있는 독립운동가 동상중 정춘수 동상 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민은 "친일 행각을 벌였다고 정춘수 동상을 철거했더니 지금은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친일 행적의 배신자가 있다는 산교육의 기회를 잃었지 않았느냐"며 "정춘수 동상 철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할 바에야 차라리 청남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만들어 자주 이용했으니 그런 역사적 과오가 있는 대통령이 조성한 대통령 별장이라면 폐지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다.

청남대를 즐겨찾는다는 한 시민은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는 성급한 결정인 것 같다"며 "진영논리에 치우펴 무조건 없애기 보다는 후손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낱낱이 기록해 알리는 게 더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의 여름 휴가 장소로 이용되다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돼 관리권이 충북도로 넘어왔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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