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음성 동성초 교사

박효진 음성 동성초 교사

[동양일보]베스트셀러 책을 출간한 유명한 스님은 ‘멈추면 보이는 것’이 있다고 했다.

요즘 그 말이 머리에 떠오른다. 물론 스님의 멈춤은 세상의 혼란으로 말미암은 멈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꼼짝없음이 아니다. 스님의 멈춤은 스스로 선택한 고요함, 쉬어가는 사람들의 자발적 사색이다.

뜻하지 않게 세상이 느려졌다. 그것은 우리가 계획했던 멈춤은 아니지만, 결국 멈춰 서 있으니 스님 말씀처럼 무언가 보이는 것도 있다.

요즘 가장 그리운 건 사람이다. 거리에, 공원에, 상점에 사람이 드물다. 만나자는 사람도 없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다면 만나지 않는 쪽으로 일정을 변경한다.

오래전부터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했다. 만남이 기약 없이 멀어지다 보니, 어쩌다 길에서 만난 아는 사람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사람을 보지 못하니 사람이 보인다.

음악이 가까워졌다. 소리가 그리워서일까, 귀에 들리는 게 좋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 둘 찾아 들으니 AI가 알아서 연관 음악을 추천해 준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연주자와 가수를 찾아가며 새로운 음악을 만났다.

얼마 전에는 전 세계에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유명 가수가 온라인 콘서트를 열었다. 음악을 벗 삼아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이 소통 창에 생존을 알리는 글을 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음악 감상법이다.

봄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 춘삼월 꽃잎만 바라보았던 건 미세먼지 탓만은 아닐 텐데. 모처럼 맑은 하늘에 밤하늘도 푸르다. 초롱초롱 별을 보는 건 우주와 나누는 대화, 땅만 보고 살았던 삶을 보듬는 위로다.

쉬어가니 아이들도 학교에 오고 싶다 한다. 집 안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할 아이들은 친구가 그리울 테지.

빈 의자와 책상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주인을 만나지 못한 교과서는 유난히도 반짝거린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던 선생님도 텅 빈 교실을 가득 채울 왁자지껄한 학생이 그립다.

느리게 걸으니 보이는 것. 잠깐 멈춰 눈 감으니 느껴지는 소중한 것.

그리움 하나, 새로움 하나, 기다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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