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임재업 기자]"범인을 잡지 못하고 통장 돈을 잃었으면 어머니는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화병으로 돌아가셨을 겁니다. 뭐니뭐니 해도 시어머니에게 더 오래 효도하라는 부처님의 계시가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신종 보이스 피싱 범인을 붙잡는데 큰 공을 세운 김영미(51 .사진) 씨의 말이다. 보은군 탄부면 벽지리서 농사꾼의 아내로 효심이 지극한 김씨의 용감한 신고 정신과 영민한 기지가 큰 화를 막았다.

김 씨는지난 9일 낮 12시경 마늘 밭에서 남편의 일을 돕던 중 시어머니에게 우유와 빵을 드리려고 집에 들렀을때 집 앞 우체통에서 30대 젊은이가 뭔가를 빼가는 현장을 목격했으나 시어머니 윤언년(82) 씨가 전화통화를 계속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뭔 전화를 그렇게 오래 하세요" 라고 묻자 어머니 윤씨는 "경찰서 높은 사람이다. 정보가 공개되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통장 돈을 지켜 드리려고 하니 통장을 집 앞 우유통이나 우체통에 넣어 놓으라는 지시를 받고 그렇게 했다"고 했다..

순간 김씨는 신종 보이스피싱 숫법에 어머니가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떠 올랐다.

김 씨는 즉시 오토바이를 타고 젊은이를 뒤쫓아가 마을 어귀에서 그를 막아섰다. 30대 젊은이를 여성 혼자서 붙잡고 다짜고짜 통장을 내 놓으라고 하니 이 젊은이도 당황해 어쩔줄을 몰라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인이 모른다는 투의 몸짓을 했다. 112에 신고해 조금 있으면 경찰이 올 것이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통장 3개를 가방에서 꺼내주며 달아 나려고 하는 찰라에 가방끈을 붙잡아 챘다.

도망치려는 범인과 실랑이를 벌일 때 이 마을 김대식 씨가 차량을 몰고 지나가다가 합세했고 이어 남편 이준덕(51) 씨와 경찰관들이 도착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범인을 잡기까지는 김 씨의 눈썰미가 한 몫 톡톡히 했다. 집 주변을 서성이는 낯선 남자를 수상하게 여긴데다 우체통에서 뭔가를 빼 내 가는 젊은이의 차림세를 똑똑히 봤기에 범인을 확신한 것이다.

보이스 피싱에 속아 통장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던 시어머니는 자신의 잘못으로 큰 화를 입을 뻔 했던 일을 며느리의 재치로 화를 모면한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한다..

통장에는 수년간 자식들이 준 용돈, 기초노령연금, 노인일자리를 통해 모아 둔 소중한 쌈짓돈 1300만원이 들어있다.

김 씨는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돈도 돈이지만 시어머니에게 닥칠 지도 모를 더 큰 화를 막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충주시 주덕면이 고향으로 탤런트 김영호 씨가 친 오빠 다. 서울서 회사 생활을 할때 남편 이 씨를 만나 결혼하고 2005년 귀농했다.

보은 임재업 기자 limup00@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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