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동양일보]1990년에 개봉한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가 있다.

배경은 1863년, 남북전쟁의 영웅이었던 존 던바 중위가 수우족 인디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에 매료되어 백인의 삶을 버리고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인디언들은 대게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건의 명칭을 따서 이름을 짓는데, 자기 소유의 말이 미쳐 버린 사람이 있다면 ’미친 말‘이 되거나, 바람이 매우 심하게 불던 날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바람의 아들‘ 이런 식이다.

인디언식 이름 짓기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커피 메뉴에도 여러 가지 이름이 있고 또 그 작명법도 매우 직관적이다.

우선 모든 커피 메뉴의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는 영어로 빠른을 의미하는 Express의 이탈리어이다.

커피는 처음에 냄비에 물을 끓이고 그 위에 커피가루와 설탕을 넣어 마시는 터키식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커피가루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후에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드립 필터로 걸러 먹는 방식이 생겼지만, 여전히 고객에게 커피를 제공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남아 있었다.

17세기 이후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좀 더 빠르게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1901년 드디어 오늘날과 같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개발된다. 증기를 이용해서 추출하는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빠르다‘라는 데 있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카페 메뉴판을 보면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페모카, 카푸치노 같은 익숙한 이름이 있는가 하면,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메뉴인 룽고도 있고, 리스트레토, 콘파냐 같은 낯선 이름들이 있다.

유럽에서는 커피라고 하면 보통 에스프레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에스프레소는 알겠는데, 룽고는 뭐고, 리스트레토는 또 뭘까?

룽고는 영어로 ‘Long’이라는 뜻이니 보통의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보다 더 길게 추출해서 많은 양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것을 말한다. 리스트레토는 영어로 Restricted를 의미하는데, 보통의 에스프레소보다 짧은 시간 동안 추출한 것으로 기분 좋은 신맛이 난다.

이 밖에도 커피의 이름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정해진다.

카페라테라고 하면 ’카페‘ 와 ’라테’의 합성어이다. 카페가 ‘에스프레소’이고 라테가 우유이니,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은 것인데, 프랑스에서는 이를 ‘카페오레’라고 한다.

카페모카는 카페라테에 초콜릿 소스를 섞은 것이다.

Mocha가 초콜릿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름만 보면 에스프레소에 초콜릿 소스를 섞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유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카페라테에 초콜릿 소스를 섞은 것이다.

세계 최초로 커피를 경작했던 예멘의 커피가 모여서 수출됐던 항구가 모카항이었는데, Mocha 항에서 수출됐던 커피는 초콜릿 향이 나는 특징이 있다고 하는 데서 초콜릿이 첨가된 커피를 모카커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커피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지 어느새 수백 년이 지났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굉장히 많아졌다. 이름을 아는 것에서 모든 관계가 시작된다.

여러 가지 커피의 이름이 익숙해질 무렵, 커피와 나의 익숙한 관계는 시작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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