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동양일보]고유수용기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 낯선 용어일 것이다. 고유수용기는 감각신경이다. 즉 시각이나 청각, 또는 촉각과 같은 감각신경이다. 그런데 이 감각신경은 눈이나 귀 또는 피부처럼 신체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에 있다. 어디에 있는가 하면 근육이나 건, 그리고 관절 부위에 위치하고 있다.

고유수용기는 근육과 관절의 움직이는 상태를 시시각각 우리의 중추신경(뇌, 척수)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고유수용기로부터 올라온 정보들은 중추신경에 의해 처리되어 그때그때 신체의 자세와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걷거나 달리는 중에 균형을 잡고 넘어지지 않는 것도 이 고유수용기 덕분이다. 또 전등이 꺼져서 컴컴한 가운데에서도 손에 들고 있는 음식을 얼굴에 묻히지 않고 입안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도 고유수용성 감각 덕분이다.

체조선수가 공중제비를 돌고 두 발로 착지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것도 고유수용성 감각이 훈련에 의해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근육이나 관절이 부상당한 후에 하는 재활운동은 손상된 근관절의 물리적 특성을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유수용성 감각을 회복하는데 의미가 있다. 인조 인대와 관절을 아무리 강하고 정교하게 만들어도 이것을 흉내 낼 수는 없다. 아무리 잘 만든 로봇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걷지 못하는 이유는 인체의 근육과 관절 부위에 무수히 많은 고유수용성 감각과 중추신경과의 상호작용을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유수용성 감각기능을 테스트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한 발을 들고 선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때 두 손은 가슴 앞에서 포갠 자세를 취한다. 이렇게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는 귀속에 있는 전정기관도 관여하지만, 고유수용기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50대 연령을 기준으로 약 40초 정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균형감각이 평균 이상으로 평가된다.

눈을 감으면 한 발로 선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50대일 경우 눈을 감은 상태에서는 5초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평균값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이 시간은 짧아지는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근력도 감소하지만 고유수용성 감각기능이 쇠퇴하기 때문이다.

고유수용성 감각의 훈련은 어린 시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린 시기에는 자극에 의해 신경의 발달이 더욱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젊은시절부터 운동을 하는 것은 후일 나이를 먹어서도 몸을 안전하게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젊은 시절 운동과 거리가 먼 생활을 영위해왔던 사람일수록 훗날 돌부리에 걸리거나 물기가 있는 바닥에 미끌어질 때 다칠 확률이 크다.

낙상은 노인기에 고관절(힙관절)의 골절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이다. 이는 근력의 감퇴와 골밀도의 감소가 주요 원인이 되지만, 낙상을 초래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고유수용성 감각이 쇠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틈틈이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하는 것이 좋은데, 그 중에서도 고유수용성신경근촉진법(PNF)과 같은 스트레칭은 고유수용성 감각을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제대로 스트레칭 방법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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