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바이오톡스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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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팬데믹은 한명 위험해지면 모두가 위험해지는 감염병에서 시작된다. 1918년 1차대전 전사자 보다 많은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은 미국 캔자스 닭농장에서 시작됐다. 닭바이러스에 감염된 농부가 군징집으로 훈련소에 입소 후 부대 전체에 전파됐다. 이후 부대가 장기간 군수송선으로 유럽전선에 상륙하면서 유럽 전역에 전파됐다. 최초 발병 40일 만에 2000만명 감염, 2만명이 사망하고 이후 세계 인구 19억중 약 5억명이 감염되어 전사자보다 많은 5000만~1억명이 감염사한 무서운 질병이었다.

2009년 전 세계를 휩쓴 신종인플루엔자는 돼지독감바이러스가 변이돼 사람에 전파된 감염병으로 국내에서 확진자 76만명, 사망자 260명이 발생했다. 1957년 2000만명이 사망한 아시아독감, 홍콩독감은 철새, 닭, 돼지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 인간에 감염된 것이다.

2002년 11월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의 한종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는 사향고양이를 다루던 남성에서 전파됐다. 이후 광동성에 유행한 괴질의 역학조사를 했던 교수가 감염된 상태로 홍콩에 가서 호텔에 투숙하면서 홍콩전역에 전파돼 8096명 발병, 774명이 사망했다.

팬데믹 감염병의 매개동물로 쥐, 닭, 조류, 모기와 절지동물인 이, 벼룩, 진드기 등이 알려져 있지만 최근 발병한 코로나-19, 에볼라, 사스, 메르스바이러스 기원은 박쥐로 알려졌다. 박쥐는 설치류 다음으로 포유류의 20%나 차지하는 동물로서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해 발병자 2만5000명, 사망자 1만1000명의 50∼90% 높은 치사율을 가진 에볼라는 과일박쥐에서 사람에 전파된 바이러스다. 사스바이러스는 관박쥐에서 사향고양이, 메르스바이러스는 이집트무덤박쥐에서 낙타, 코로나-19는 박쥐나 천산갑을 거치면서 변이되어 인간에게 감염능력을 갖추게 됐다.

항바이러스 약효 검증은 세포수준에서 가능하지만 최종 목표는 동물에 인공감염시켜 예방 및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황열은 원숭이와 생쥐에게 바이러스 인공감염에 성공하여 백신개발이 가능했다. 2009년에 유행한 신종인플루엔자 백신은 페렛의 바이러스 감염실험, 불치의 병인 나병은 아르마딜로라는 동물에 인공감염 성공으로 퇴치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연구진들은 코로나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생쥐, 햄스터, 영장류를 이용한 감염모델동물을 연구하고 있다. 왜 동물을 사용하는가? 공포 자체인 미지의 병원체를 사람에 직접 실험하는 것은 비과학적, 비윤리적이어서 사람에 적용하기 전에 반드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이다.

생명과학 연구에 동물실험은 필수적이다. 20세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대상 90% 이상이 동물실험의 성과로 얻어졌다. 동물실험을 통한 백신과 항생제 개발로 인류의 평균수명은 1900년 초 47세에서 2000년 초 77세로 늘어났다. 동물실험에 반대를 하는 동물애호가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최적한 동물감염모델을 활용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신종 팬데믹 감염병 예방 및 치료에 가장 필수적인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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