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동양일보]‘전쟁 비용 프로젝트(Cost of War Project)'는 브라운 대학의 왓슨 국제 및 공공 문제 연구소가 수행한다. 작년 9월에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 아프간 등지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퇴역 군인 중 극단적 선택으로 생명을 잃은 숫자가 전쟁 중 사망한 군인 숫자의 4배가 넘는 3만 2천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전쟁의 기억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퇴역 군인은 미국 성인의 자살률보다 50%가 더 높으며, 같은 군인이라도 참전 경험이 없는 군인에 비해서도 50%가 더 높다. 설령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도 참전 군인은 부상 후유증, 우울증, 알콜 중독, 이혼,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이들을 예우하고 치유하는 비용이 2조 2천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가장 사태가 심각했던 2012년에는 퇴역 군인 중 그 숫자가 7천명을 상회하는 데, 이는 18분마다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다. 보통 자살자 1명이 발생했다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10배를 잡아야 한다.



이 비용을 포함하여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총 8조 달러를 지출하였다. 이 연구소의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전쟁의 간접 비용까지 포함하여 20년 간 테러와의 전쟁으로 총 14조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힌다. 이는 단지 멀리 나가서 전쟁을 한 미국의 재정 부담만을 계산한 것이고, 정작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한 아프간과 이라크, 시리아 등의 손실은 제외한 것이다. 이들 나라의 인명 손실과 사회 파괴는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2500만 명의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계산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면 전쟁이 발생하면 그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재임 시에 한반도 전쟁 시뮬레이션을 진항하였는데 사망자가 100만 명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되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미연합사의 한반도 전쟁 계획은 북한에 대해 마치 한 땀씩 수를 놓듯이 폭격을 하는 것으로 화력을 일시에 동원한다. 북한의 경우 이라크와 아프간보다 무장 수준이 높기 때문에 전쟁의 강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도 산업 사회인 한반도의 총 손실액은 낙후된 이라크와 아프간보다 더 확대되어 직접적인 전쟁비용 1조 달러 이상, 피해와 복구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 3~5배인 최대 5조 달러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으로 한 것이다. 한반도 전쟁 계획은 북한을 단순히 격퇴하는 것을 넘어 점령과 통치까지 계획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총 비용은 얼마나 될지 예상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총 피해와 복구에 필요한 재정은 7000~8000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비현실적인 수치 같지만 진실이다.



최근 대선 후보들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말하고, 남북 군사합의서도 파기하겠다는 등 여러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책임 있게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겠다는 결의도 없이 함부로 전쟁을 말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전쟁을 막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가 총 한 번 쏴 본 적이 없는 병역 미필자면서 표를 얻기 위해 안보 문제를 함부로 거론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미국에서도 일반 국민은 참전 군인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막연하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도 문제지만 함부로 전쟁을 거론하는 태도는 더 위험하다. 대통령 선거는 그런 경박한 사람을 뽑는 행사가 아니다. 우리는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고 국가의 안위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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