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앓고 있는 곽경범씨
유튜브로 노래하며 세상과 소통
박자 맞추는 것 제약 크지만 '온 힘'
구독자 17만명… 사랑 받음에 감사
악성 댓글 수위 높아져 고소 결심
"장애인 인권 향상 이바지 소망"

 

'노래하는 민이(본명 곽경범·26)'씨 / 유튜브 캡처
'노래하는 민이(본명 곽경범·26)'씨 / 유튜브 캡처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

나는 다만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나의 장애가 왜 조롱거리가 돼야 하나요

17만 유튜브 관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하는 민이(본명 곽경범·26·사진)’씨의 호소는 간절했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노래하는 민이’씨는 2019년 1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노래와 일상을 공유하며 세상과 소통해 왔다. 민이씨의 원래 꿈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 꿈을 이루고자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고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신체적 조건으로 회사 문턱을 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것으로 다가왔다. 대부분 면접관은 그의 실력에 관심조차 없었다. 일반인과 다른 신체적 조건 앞에서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회사원이 되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상의 꿈이었던 민이씨에게 현실의 벽은 너무나 견고하고 높았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평소 좋아하던 노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노래하는 민이’라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노래 한곡을 부르기 위해 수십 번 노래 연습을 했다. 마음에 들 때까지 찍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마음 때문이었다. 구독자가 10만을 넘고 17만에 이르며 그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출구를 찾았다고 믿었다. 옆에서 지켜본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대견하게 지켜봤다. 장애인이어서 무시당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컸지만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는 사람들로 인해 한발한발 나아갈 수 있었다. 구독자를 바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사랑을 받음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뇌성마비 장애로 인해 박자에 맞춰 노래 발성하는 것에 큰 제약이 있음에도 노래 커버 영상을 올리는 것은 그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노력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그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며 각종 악성 댓글에 시달려 왔다.

악성 댓글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 허위사실 유포, 인격 모독, 자살 부추김 등으로 이어지며 고소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7일 민이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법원에 고소장 제출을 위해 같이 동참해 주실 분을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노래하는 민이(본명 곽경범·26)'씨
'노래하는 민이(본명 곽경범·26)'씨

14일 고소장을 접수한 민이씨는 “사실 좀 마음이 무겁습니다 왜냐하면 물론 자신 내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저 또한 누군가의 인생을 흔드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리고 저를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 무거운 마음을 무릅쓰고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며 “언론이나 기사를 통해 널리 알려져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크고 저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계시는 다른 분들이 용기를 가지고 원하는 일을 거침없이 마음껏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을 전해왔다.

이번 소송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대환은 “고소인에 대한 온갖 모욕과 명예훼손적인 댓글은 물론 고소인의 부모님을 거론하며 협박하는 악성 댓글 작성도 서슴지 않았다”며 “특히 모친의 개인 연락처까지 알아내 성희롱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강경 대응 계획을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고소 전부터 사건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며 “당해 고소의 결과가 고소인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 예방은 물론 장애인 인권 향상에도 이바지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이씨 소송 지원을 돕고 있는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이것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대중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연예인분들이 다 동일하게 겪고 있는 고충이다”며 “장애를 갖고 싶어서 가진 사람은 누구도 없다. 중도장애자가 90% 이상이다. 비장애인도 언젠가는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심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장애인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모욕을 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도복희 기자 phusy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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