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청주자생한방병원 의무원장

[동양일보]임신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고귀한 과정으로, 산모는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신체의 많은 변화를 겪으며 출산까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임산부들은 임신 중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정서적·신체적 변화를 경험합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등으로 인해 영양공급의 제한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임신 중기로 넘어가면서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요. 복부가 커지고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게 됩니다. 임산부의 절반 이상이 크고 작은 요통을 경험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요통이 발생하게 되면 임산부들은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통증이 미미하다면 출산 이후 치료를 받으면 그만이지만, 통증 정도가 큰 경우에는 태아의 안전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정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요통을 겪는 임산부들에게는 침상 안정 혹은 허리를 꼿꼿이 펴는 바른 자세 유지를 권장하지만 즉각적인 통증 완화를 기대하긴 어렵지요. 또한 미국과 영국 등 연구에서 임신 초기 진통제 복용은 유산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임신 중 요통을 방치하면 만성으로 발전해 출산 이후에도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요통을 완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는 한방 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방 치료 가운데 특히 침 치료는 화학적인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근골격계 통증 개선에 신속한 효과가 장점입니다.

침 치료가 임산부에게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2019년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임신 중 침 치료의 안정성을 분석한 결과, 침 치료는 조산과 사산, 유산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이 2003~2012년 사이에 임신 진단을 받은 여성 2만799명을 대상으로 침치료의 안전성을 살핀 결과, 임신 중 침 치료를 받은 임산부와 침 치료를 받지 않은 임산부의 분만 결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당뇨, 고혈압 등 고위험 임산부 그룹에서도 침 치료가 분만 결과에 미치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임산부의 요통을 치료하는데 침 치료가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입니다.

임신 중 요통을 예방하기 위해선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와 주변 근육에 쌓인 부담을 꾸준히 해소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태아의 활동이 많아지는 임신 중기 이후부터는 따뜻하게 허리를 자주 찜질해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추천합니다.

10개월의 임신 기간을 건강히 잘 거쳐 나간다면 세상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뱃 속 아기의 건강을 위해 애쓰고 있을 수많은 예비 어머니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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