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동양일보]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수준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사무실, 대중교통, 가정 등 거의 모든 생활공간에서 에어컨을 풀로 가동중이다. 전기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일상화된 에어컨을 포기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최근에는 더위로 인한 질병보다 냉방으로 인한 질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냉방병은 냉방을 하고 있는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지속되는 환경에서 장시간 생활하거나 더운 곳과 추운 곳을 오가면서 체온 항상성이 깨져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에어컨을 계속 틀어두어 낮아진 습도로 인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거나 레지오넬라균 등의 미생물에 의해 오염된 공기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냉방병의 증상은 △기침, 콧물, 코막힘, 인후통 등의 호흡기 증상 △온몸이 젖은 듯 전신이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 △잦은 두통 및 무기력함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 위장 장애 △생리 불순 및 생리통 △인대, 근육 등의 수축으로 인한 근골격계 통증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단순한 감기, 몸살, 피로에 의한 근육통 등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동의보감’에서는 여름병을 ‘중서(中暑)’라고 표현한다. 특히 한방(韓方)에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장시간 바람을 쐬거나 차가운 물속에 오래 있을 때, 차가운 것을 많이 먹어 속이 냉해졌을 때 발생한다는 ‘음서(陰暑)’가 현대의 냉방병에 가깝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음서는 따뜻한 성질 섭취를 통해 땀으로 냉기를 몰아내고 기능이 떨어진 중초(中焦)의 기운을 보강하여 치료한다고 기재돼있다.

따라서 냉방병의 한의학적 치료는 그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코막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의 경우 향부자, 소엽, 향유 등으로 구성된 이향산(二香散) △수족냉증, 복통, 설사 등 위장장애를 동반한 경우 곽향, 진피, 소엽 등으로 구성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이나 마황, 천궁, 백작약 등으로 구성된 오적산(五積散) △평소 소화기능이 떨어지거나 더위에 쉽게 지치고 무력감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 맥문동, 인삼, 오미자 등으로 구성된 한방음료인 생맥산(生脈散)은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소모된 기혈을 보충하기 위해 이열치열(以熱治熱) 치료의 방법으로 침, 뜸, 부항, 적외선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이를 5~6도 이내로 유지하고 1~2시간마다 환기 △장시간 노출 시 에어컨의 찬 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담요나 겉옷 준비 △주기적 필터 청소 등을 통해 에어컨을 항상 청결한 상태로 유지 △찬물이나 찬 성질의 음식의 적정 섭취 △체온 유지를 위해 따뜻한 물 샤워 및 반신욕 △과로, 과음,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방지 등 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몸의 약해지지 않도록 다소 덥더라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통해 꾸준하게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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