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폐 유전변이 최초 발견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자폐증 원인을 새롭게 이해하고 치료법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자폐증 환자와 가족의 대규모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자폐증 원인 중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유발 원인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주인공은 이정호(44.사진)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그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분당서울대병원 지원으로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 변이가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유전체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 교수는 "세계 최초로 한국 자폐인 샘플로 제작한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그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 부호화 영역에 초점을 맞춰 자폐증의 근본 원인을 규명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며 "자폐증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간 자폐정 유전체 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비부호화 영역을 집중 규명, 그동안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쏠려 있던 연구 트렌드를 전환해 비부호화 영역을 규명해야 자폐증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자폐증은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이나 이상·반복적이거나 틀에 박힌 행동 문제가 유아 때 시작돼 평생 지속되는 뇌 신경 발달장애다. 최근 자폐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인기를 모으며 자폐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폐증 발생 원인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것은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 약물도 없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자폐증 가족 코호트를 모집하고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의미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진행했다. 2011년부터 현재 3708명의 자폐 환자와 가족들로 구성된 대규모 한국인 코호트를 구축, 유전체 분석을 진행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813명의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사람의 뇌를 들려다보는 유전학자다.

신경유전학 전공인 그는 후천적으로 생기는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된 뇌 신경질환을 연구한다. 자폐증, 간질, 치매, 뇌종양 등이 주 연구대상인데, 아직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는 난치병들이다.

이 교수는 특히 후천성 뇌 돌연변이에 따른 난치성 뇌전증의 발생 원리와 치료법을 최초로 규명해 2015년과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소개했다. 악성 뇌종양(암)인 교모세포종 돌연변이가 종양이 있는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도 소개했다.

그는 현재 난치성 뇌질환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회사를 설립해 난치성 뇌전증과 교모세포종에 대한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시작한 과학으로, 그리고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왔다"며 "인류가 치료하지 못한 병을 치료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런 시대가 다가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