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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그이는 하현달 아래서 생의 층계를 내려가고 있다. 희미한 그림자를 앞세우고 천천히 가벼운 걸음으로 내려가고 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 직장이란 조직에서 성과 비율에 따른 경쟁과 갈등에서 벗어난 지 25년. 그 세월이 그를 달관시켰다. 혼자서 잘 놀 줄을 안다. 어제와 그제,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굴곡 없는 수평적인 일상의 연속이지만 그는 안다. 순자가 말한 복이란 재앙이 없는 삶이 이어지는 상태라는 것을. 부자의 개념도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가을에 잎 지는 나무를
동양에세이
동양일보
2024.04.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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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봄이 왔다. 봄비가 내리고, 무심천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매년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맘때쯤 “청주 예술제”가 진행된다. 올해는 아쉽게도 만개한 벚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풍성한 공연과 전시로 많은 청주시민의 사랑 안에 청주예술제가 성료했다. 청주 예술제에 다양한 프로그램 중 연극 공연도 개최되었는데, 이번 청주예술제에 함께했던 연극 공연은 극단 청예의 '황장복, 죽기로 결심했다'(원제: 서울테러)이다. 본 공연이 매력이 있었던 이유는 연극이 가지는 시의성이며, 공연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의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풍향계
동양일보
2024.04.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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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수화 김환기(樹話 金煥基1913~1974)는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멋진 화가다. 그가 남긴 글 중에 “그 그림은 안 팝니다.”라고 똑똑히 서술한 사람도 그 시절엔 드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말하고 나면 마음이 어찌나 통쾌한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상해서 안판다고 하면 더 조른다. 그러나 나는 시종일관 안 팔아왔다.’라고 에세이에 쓴 걸 봤다. 그러나 그도 생활인이다. 그림을 팔지 않기로 한건 마음뿐일 것이다. 작품을 판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품 두어 점 팔아서 몇 달쯤 해외여행을 할 수 있어야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4.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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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4·10 총선의 사전투표가 5.6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83곳, 세종 24곳, 충남 210곳, 충북 154곳 등 모두 471곳의 사전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사전투표는 별도의 신고 없이 신분증만 갖고 읍·면·동에 설치된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있는 편리한 제도다.충청지역 여야는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표심을 잡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4일부터 본 투표 마감 때까지는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나 인용 보도가 금지된다. 민의 왜곡을 막는다는 취지인데, 여론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4.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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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장승주 기자]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산촌 학교들이 모여 함께 하는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가 눈길을 끈다.특히 출산율 저하와 고령인구 증가로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군 단위 지자체들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인구정책도 요구되고 있다.이런 이유로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프로젝트로 단양교육지원청이 주최하는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는 인구소멸 위기 지자체들의 교육 관련 롤 모델이 되고 있다.이 운동회는 지난해 김진
기자수첩
장승주
2024.04.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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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난장’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여기서 ‘난장’의 뜻은 ‘난장판’의 준말로,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떠들어 대던 판’을 말한다. 그러니까 여러 사람이 마구 떠들어 뒤죽박죽이 된 판을 말하는데, 지금도 각종 시험장에서는, 이번 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나올 것인가 하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예서제서 이번 시험에는 이러이러한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마구 떠들어 대는 사람이 있어 그 시험판이 뒤죽박죽되어 한바탕 떠드는 판이 되는데, 옛날 과거를 보는 선비들이 모인 판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어, 이번 과거에는 이
풍향계
동양일보
2024.04.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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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지역주도로 지역발전 전략과 대학지원을 연계하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이 추진되고 있다. 라이즈(RISE)로 불리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가 그것이다. 대학이 살리는 지역, 지역이 키우는 대학이 목표이다. 교육부는 대학재정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 주도로 전환하는데, 2023년 충북을 포함한 7개 지역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충북지역 대학의 상황은 어떠한가? 충청북도 내 17개 대학의 입학정원, 신입생충원율, 재학생수 등 제반 지표가 감소추세이다. 2022년 충북 소재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4.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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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어린 시절 과수밭을 지날 때 호기심과 지나친 욕심으로 풋과실을 따먹은 적이 있다. 제대로 맛이 들지 않은 과실은 후회로 버리기 일쑤였다. 입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맛과 풍미를 줄 과실은 농부의 따뜻한 관심과 자연의 동화작용이 함께 하며 충분한 시간으로 익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했던 결과였으리라! 그 시절 경험은 세월이 흘러 잘 익은 과실 하나를 얻기 위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역경을 이겨내고 비판에 익숙해지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기업 투자유치를 하면서 하
프리즘
동양일보
2024.04.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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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번 국회의원 선거도 흑색선전은 물론 상대방 비방까지 이전 선거와 다를 바 없이 이른바 ‘막장 총선 모드’가 이어지고 있다.애당초 정책 발표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요즘 선거운동 풍토가 유권자들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거칠게 하고 있다.상대방 비방은 선거운동의 기본이고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방을 모략하고 혼란하게 하는 정치적 술책인 흑색선전(黑色宣傳)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유권자들은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를 원하지 않지만, ‘때가 때인 만큼’ 남을 험담해 지지 기반을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4.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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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교수님이 떠나신지, 그새 49재가 되었습니다. 천지가 봄꽃 소식인데, 교수님은 무어가 그리 급하셔서 올 8월의 정년도 다 채우지 못하신 채 떠나셨습니까?한 잎 두 잎 시들어 떨어지는 꽃잎처럼 떠나셨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동백꽃 떨어지듯 갑자기 한 송이 뚝 떨어져 놀란 가슴은 인생의 허망함에 빠져들게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충북대를 졸업하시고,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시다가,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오셨지요. 이후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 관련 논문 및 저서
기고
동양일보
2024.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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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정호승 시인은 1915년 12월 1일 충주시 교현동 420번지에서 출생하여 1923년 4월에 충주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보통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서울의 중앙고보에 진학하였으나 좌경 서적 등을 탐독한 이유로 무기정학에 이어 퇴학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온다.1935년 다시 서울로 올라온 정호승 시인은 종로 4가에서 경충무역사란 운수사업체를 열고, 그 건물 2층에서 운영비를 전담하며 조선문학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이효석·이무영·주요섭·김소운·조용만·이헌구·홍효민 등 쟁쟁한 문인들이 창간호를 장식하였다. 순수문학이나
풍향계
동양일보
2024.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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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시민이 주인공인 시민사회에서 모든 권력은 바로 그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학교에서 배워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고대 인도의 승가공동체나 그리스의 폴리스 같은 작은 공동체를 제외하고는, 그 권력을 시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위임하는 대의정치가 일반적이었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이고, 권력 위임의 핵심 절차인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여러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다른 때와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것은 정치를 윤리의 관점에서 보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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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요즘 쇼츠가 유행이라고 한다. 별생각 없이 자투리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재미를 추구하는 영상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시간이 남으면 대부분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본다. 히포크라테스가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라고 했는데, 우리가 보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뉴스를 보고 동영상으로 검색하는 순간 알고리즘이 작동해 내 생각을 앞서 그와 관련된 동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맛집이나 음악, 영화를 검색하면 관련된 영상이 연이어 나온다. 책도 음악도
유리창
동양일보
2024.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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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충북 보은에서 생후 33개월 여아가 물에 빠져 숨진 사고가 벌어졌다. 신속히 대형병원에 보내 수술을 받았다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기에 안타깝다.이번 사건으로 지역·필수 의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이 여아는 지난달 30일 보은군 보은읍 한 비닐하우스 옆 1m 깊이 물웅덩이에 빠졌다. 아버지가 오후 4시 30분께 발견했을 때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고 한다.이날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가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응급실 도착 후에도 병원 의료진이 CPR을 계속했다.약물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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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김미나 기자]가수 나훈아(77)씨의 마지막 콘서트 청주 공연 티켓이 판매가 시작된 3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티켓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예스24 티켓 사이트에서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다.오는 5월 11일 오후 3시와 7시 30분에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나훈아의 은퇴 콘서트라 앞서 인천 공연 티켓 예매와 마찬가지로 많은 인원이 몰렸다.30~40대 자녀들은 ‘효켓팅’(효도를 목적으로 하는 티켓팅)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
기자수첩
김미나
2024.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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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봄꽃 축제를 앞둔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수일 이른 3월 말로 예상되면서 지자체들은 축제 일정을 당겼다. 하지만 축제 직전 찾아온 꽃샘추위, 일조량 부족으로 대부분 나무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 청주시도 22일 예정되어 있던 ‘벚꽃과 함께하는 푸드트럭 축제’를 일주일 연기했다. 이렇게 달라진 기후로 인한 여파는 봄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올해 2~3월 초 강원도 지역에 폭설이 계속되면서 일부 스키장은 폐장 날짜를 연기했고 동시에 골프장은 계속되는 눈으로 올해 개장 시점
차한잔
동양일보
2024.03.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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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의 후반전 삶에 접어들었다. 모든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목표는 엉만진창으로 사는 것이 아닌 인간다운 삶이다. 대학 캠퍼스는 춘삼월이면 MT로 술렁이고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업에 찌든 삶의 보상으로 음주가무를 즐기고 건배사로 마시고 죽자!를 외치기도 하였다. 젊은 시절 기억이고 삶의 일부로 죽음은 나와 먼 단어로 치부되는 젊은 시절의 기억이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으며, 세상살이는 삼 등분 되는데, 긍정적, 부정적, 중간적 측면이다. 법정이든 일상생활이든 절대적 편향적
풍향계
동양일보
2024.03.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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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매섭게만 느껴졌던 동장군의 기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 들고 이제 꽃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4월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꽃들과의 만남이 설레이고 즐겁지만, 한편으론 봄의 불청객 즉 산불에 대한 미디어의 소식이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그리고 무섭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삐~~~뽀, 삐~~~뽀, 삐~~~뽀”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진료실은 요즘 분위기가 119 소방서다.무슨 얘기냐고?최근 불을 꺼달라는 환자가 부쩍 늘어서다. 바로 ‘화병(火病: hwa-byung)’ 때문이다.화병은 다양한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
동양칼럼
동양일보
2024.03.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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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의료 공백 사태가 40여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간극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국민을 불안에 내몰고 있다.정부는 전공의 면허정지 등 압박 일변도의 태도를 바꿔 의료계에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논의 의제로 △내년도 예산 △의료 개혁 4대 과제 이행 방안 등을 제시하며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는 2000명 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도 없다며 총파업까지 언급하며 정부를 겁박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강경투쟁을 언급했다.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에 오른 임현택 당선인은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오늘의주장
동양일보
2024.03.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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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밤새 봄비가 흠뻑 내리던 새벽이었습니다.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 눈가에도 비가 내렸습니다.양업고 교정에 숭고함, 고귀함, 우애를 말하는 하얀 목련이 피었습니다. 영원불멸의 사랑을 뜻하는 산수유도 활짝 피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손수 심어놓으신 것입니다. 제 마음이라는 땅에는 이제 신부님의 웃는 얼굴이 만발하려 합니다.신부님은 하느님께 선택된 분으로, 평생을 가톨릭 사제이며 교육자로 사셨습니다. 특히나 학교 밖 아이들에 관심을 가지셔서 1세대 대안 교육 특성화 학교인 ‘양업고등학교’를 설립하고 15년간 교장으
기고
동양일보
2024.03.29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