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충북여성문학상 심사평

충북여성문학상 제정 이래 처음으로 소설부문에서 수상자가 선정 됐다.

지난 8월 29일 충북예총회관 따비홀에서, 뒷목문학 회원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심사가 진행됐다. 시 수필 소설 아동문학 등, 부문별 1차 독회를 거쳐 최종심 대상작 1~3 편씩 선정하고, 이 가운데서 소설 부문의 ‘행복한 우동가게’(강순희 : 문향 20호)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딸을 찾습니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180 매 내외의 중편소설이다.

논의 과정에서, 흔한 소재요 구성에도 치밀성이 미흡하다는 의견과, 본제(本題)와 부제(副題)가 바뀌지 않았나하는 의견이 제시 됐으나, 본제목 ‘행복한 우동가게’는 작가가 추구하는 문학의 방향, 혹은 소재발굴의 범주를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되고, 부제로 붙인 ‘딸을 찾습니다.’가 이 작품의 본제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으므로, 작가와의 통화로 이를 확인 했다.

작가 강순희는 수상작과 같은 제목에 부제를 따로 붙인 연작형식의 단편들을 계속적으로 써 왔을 뿐 아니라, 기왕에 출간한 여러 권의 단편집들 역시 동일한 제목(행복한 우동가게)을 달아 1권, 2권으로 이어 가고 있다.

소재나 문장, 구성 등에서 제기 된 문제들도, 작품 속 인물들의 서로 다른 개성을 잘 살려, 주제에 부합하도록 이끌어 가는 등, 고단한 가운데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 소시민들의 삶을, 스냅 사진처럼 잘 엮어 냈다는 장점들이 이를 덮고도 남을만하므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에 주목, 장시간 논의 한 사항은, 어린 시절에 먹던 ‘보리밥’과, 가출하여 ‘상처를 입고 돌아 온 딸’을 대하는 두 여인의 시각, 즉 자신의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의식의 문제였다.

70년대 이전까지 가난의 상징으로 여겼던 보리밥, 그러나 생존을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보리밥에는, 두 여인의 비슷한 과거가 얽혀 있지만, 각기 다른 의식을 지니고 살아간다.

좋은 음식 제쳐 놓고 보리밥에 김치를 찢어 얹어 먹는 걸 즐기는 우동가게 여주인 강 여사는, 보리밥처럼 소탈하고 가식 없는 행동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낙관한다. 이웃을 가족처럼 끌어안는 푸근한 인정도 베풀며 따뜻한 삶을 누려가는 일방, 잠시 방황했던 소녀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단한 일상 가운데서도 밤 새워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소탈한 가운데, 때때로 삼자가 알 듯 모를 듯 쓸쓸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과거의 아픔과 현실의 고단함을 스스로 다스려 나가는 치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동가게의 종업원인 화자(話者)는 식성도 삶에 대한 시각도 강 여사와 정 반대다.

화자는 보리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첫사랑 남자에 대한 배신으로 인한 기복 많은 과거와, 현 남편에 대한 혐오감을 잊기 위해, 그리고 고단한 현실을 잊기 위해 술과 담배에 의지해 산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타인에 대한 불신은 물론 남편과 딸, 심지어는 자신에게조차 분노를 품고 있을 뿐 아니라, 주인인 강 여사의 삶에조차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화자는, 가출했다가 상처(윤간)를 입고 돌아 온 자신의 딸을, 자신 보다 더 따뜻하게 품고 돌보는 강 여사의 태도를 보며 비로소 강 여인의 진심을 깨닫고 그의 삶의 자세와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가출한 딸을 찾는 걸 계기로 자신의 삶을 찾게 된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방향의 삶을 전개할 화자를 출발선에 세워 놓고, 소설은 막을 내렸다. 주인공인 화자가 질주할 새 삶의 양상은 독자의 상상에 맡겨 두고 작가는 뒤로 빠진 셈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소재의 특이성이나 구성의 치밀성, 극적인 반전의 묘미도 없지만, 고단한 두 여인의 대비되는 삶의 자세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합일점에 도달하는가를 무리 없이 보여줬다는 것, 팔자 드센 여인의 두서없는 수다를 듣는 것처럼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한마디로 보리밥처럼 수수하고 우동국물처럼 따뜻한 삶을 지향하는 소설이다.

문학의 엄숙성이나 독창성, 실험적 요소를 찾는 독자는 물론, 막장드라마처럼 불륜과 비리의 비빔밥 같은 흥미위주의 소설을 원하는 독자가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포장집 우동가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의 폭은 좁다. 그러나 두 여인의 대비 되는 삶의 자세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긍정과 부정, 낙관과 비관, 신뢰와 불신, 포용과 배척, 어느 것을 담아야하는지,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이 소설을 읽는 노고의 값은 충분히 받게 되는 셈이다.

작가에게 동인들의 이름으로 축하를 보내며 정진을 빈다.

 

충북여성문학상 심사위원(가나다 순)

김경순·김다린·김묘순·반숙자·조성호(수필가)
박희팔·안수길·지용옥(소설가)
나기황·서은경·신영순·심재숙·윤상희·윤현자·이송자·조정주·조철호·한상남(시인)
김송순·유영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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