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가슴 미어진다. 안타깝다"…방명록에 '수고하셨다' 글도

(옥천=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10일 외가인 충북 옥천 육영수 생가는 인적 없이 썰렁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경계근무에 나선 경찰과 군청 공무원 10여 명이 주변을 서성거릴 뿐, 외지 관람객을 태우고 온 버스 1∼2대씩이 평소 세워져 있던 주차장도 이날은 텅텅 비었다.

생가에 근무하는 이재하 문화해설사는 "어제 방문객은 150명이 넘었는데, 오늘은 아예 인적이 끊긴 상태"라며 "오전에 10여 명이 찾아온 게 전부"라고 말했다.

대문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탄핵 인용을 예상한 듯 '수고하셨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생가 뒷집에 사는 김옥희(81) 할머니는 "예전에 외가를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오늘 아침 육 여사 생가에 내려가 따님을 지켜달라고 기원했는데, 가슴이 미어진다"고 침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인근 경로당에서 TV로 탄핵심판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 2명도 비슷한 감정을 토로했다.

주민 김모(68·여)씨는 "중도에 청와대에서 나가는 일만은 없길 바랐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모(여·66)씨도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꼬임에 넘어가 너무도 큰 과오를 저지른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추앙받는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 가슴 아프다"고 거들었다.

육씨 종친회 육인수 회장도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가 문세광의 흉탄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는데, 딸마저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육 회장은 그러나 "안타깝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났으니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흐트러진 민심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황의창씨는 "나라가 이 모양이 됐는데, 대통령에게 국정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며 "스스로 물러나길 바랐는데, 끝까지 지도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목청을 높였다.

생가 인근에 사는 김승룡 옥천문화원장도 "탄핵 결정은 어느 정도 예측했던 일 아니냐"며 "이제는 둘로 갈라져 있는 국론을 하나로 묶고, 국정을 안정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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