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예산 3000만원들여 “그들만의 잔치”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청주문인협회가 공모전 진행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셀프심사’로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이번엔 충북문인협회가 발간한 ‘충북문학전집’이 회원작품집에 불과해 눈총을 사고 있다.

충북문인협회(회장 유제완)는 최근 충북도로부터 보조금 3000만원을 지원받아 ‘충북문학전집’ 을 발간했다. 1983년 첫 ‘충북문학전집’(전 5권), 1996년 두번째 (전 2권)에 이은 세번째 발행이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분량만 2000여 쪽, 수록 문인 수는 300여명에 달한다. 1권에는 시, 2권에는 시조·동시·동화·수필을 엮었고, 3권에는 소설·희곡·평론·작고문인(47명) 작품을 담았다.

제호는 ‘충북문학전집’이지만 내용은 현재 문협 회원들만 한정해 실으면서 '그들만의 문학전집'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직 현재의 충북문인협회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원고를 수집하고, 그들의 글만 수록한 것을 ‘충북문학전집’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미 1983년 전국 처음으로 보조금 한 푼도 받지 않고 발간한 ‘충북문학전집’은 특정단체가 아닌 충북 출신 문인을 총망라, 대표작과 작품노트 등을 실어 명실공히 ‘충북문학전집’다운 면모를 갖췄다. 하지만 이번에 발간된 전집은 충북문인협회라는 ‘특정 단체 회원’만으로 한정해 결국 충북도는 충북문인협회 회원문집을 만드는데 3000만원이라는 예산을 지원한 꼴이 됐다.

지역 문인게에서는 “충북문학전집이라고 해서 지역의 모든 문인을 망라했거나 충북문단에 큰 획을 그은 작가들을 선정, 그들의 연보와 대표작품을 싣고 집중 조명한 줄 알았다"며 “막상 책 뚜껑을 열어보니 충북문인협회 회원 작품만 실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충북문인협회는 당초 전집에 실을 문인들을 선정하는 장르별 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4명의 편집위원을 위촉, 협회 카페·메시지·메일·공문 등을 통해 자기들 회원이면 누구나 원고와 프로필을 청탁한 뒤 접수된 원고들을 실었다.

충북문협 관계자는 “누구는 싣고, 또 누구는 싣지 않는다면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어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현재 충북문인협회 회원들로 대상을 한정했다”고 말했다.

충북문인협회가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 도에 제출한 계획서에 작고문인을 비롯해 11개 지부 회원들의 작품을 싣겠다고 한 것에 대해 충북도가 이용당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충북문협의 전집 발간에 대해 도내 원로·중진 문인들은 “내용을 보면 충북문인협회가 매년 발간하는 회원작품집인 ‘충북문학’의 증보판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런 졸작에 충북도가 계획서만 믿고 예산을 지원했다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지원한 3000만원은 일반적으로 충북문인협회와 같은 문학단체 회원들의 작품집인 문학지 발간에 지원하는 300만~400만원에 비해 엄청나게많다.

한 중견 시인은 “30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지원받아 겨우 충북문인협회 회원지를 만든 격”이라며 “문협 현 집행부의 안목과 식견이 안타깝다”고 분개했다.

한 원로 수필가는 “이 전집이 충북문인협회 회원지로 전락하면서 훗날 충북문학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알려주는 사료적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진정한 의미의 충북문학전집이 다시 기획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 했다.

충북문협 측은 “문인들을 선별해 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따로 작가들을 선정해 책을 발간하는 일을 1년 안에 마치기엔 인력,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든다. 그렇다고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까지 싣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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