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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일상의 다양한 삶에서, 남이 지나쳐 보는 것을 자세히 보고 찾지 못하는 의미를 찾아, 성찰과 재구성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해주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면, 독자가 재미와 공감을 느끼고 어떤 의미를 깨닫게 하느냐 하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심사자에게 넘어온 작품 32편 가운데, 이러한 보편적인 능력을 갖췄다고 보이는 작품 3편을 가려냈다.‘암병동의 하루(서기주)’는 암병동의 일상을 통해 암환자와 간병인들의 투병과정을 소상하게 그려냈다. 문장도 원만한 편이나, 기복 없는 평면구성으로 독자를 긴장시킬 만한 요소가 없고, 시창작에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0.12.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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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물이 펄펄 끓는다. 그저 멍하니 주전자를 바라본다. 부글부글하던 주전자는 이내 뚜껑을 들썩인다. 불은 노랗게, 파랗게, 빨갛게 시시때때로 변하며 물이 다 끓었음을 온몸으로 알리고 있다. 굉음을 내며 금방이라도 뭔가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이글거리는 불꽃을 한참 바라보다 나는 힘없이 보리차 티백 하나를 주전자에 넣었다. 터덜터덜 소파로 가 앉은 나는 생각에 잠긴다. 영채가 태어난 뒤로는 한 시도 고요할 틈이 없던 우리 집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독이 소름 끼치도록 밉다. 눈이 제 아빠를 닮아 서글서글하고, 눈동자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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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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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슬이 데려온 아침이 느리게 안개를 먹는다밤새 졸참나무는 치장을 더 화려하게 하고밑둥에 쏟아낸 도토리에 횡재한 다람쥐두근두근 내 심장은 노란 국화꽃이다내일 또 쏟아져 내릴 빛이건만 오늘은 폭설이다그 옛날 함께 있어도 더 함께 있고 싶던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파란 물감을 품은 호수다작년까지의 눈가 잔주름은눈치 없이 양반다리 틀고 앉았고오늘따라 근엄하게 폼 잡은 팔자주름이 밉상이다반 백년을 담은 얼굴,분으로 주름은 덮지 못해도손만 잡고 보냈던 그 날밤 추억으로양 볼이 자줏빛 국화꽃이다저만치 그가 온다볼 빨간 낙엽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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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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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글은 기다림입니다. 소재가 생각나기를, 문장이 이어지기를,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퇴근 후 밤늦도록 글을 쓰고 있으면 가끔 왜 나는 이토록 불확실한 무언가에 매달려, 기다리고만 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내 골똘해집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글을 쓰는 일만이 내 자신이 확실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요. 이 속에서 점점 나는 확실해집니다. 글은 우리가 사는 세상 그 자체입니다. 물결처럼 일렁였던 무수한 일과 사람들, 그리고 사건은 글 안에서 굽어집니다. 항해를 나간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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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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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지구 곳곳을 뒤덮은 재앙으로 모두 힘든 올해입니다.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경쾌한 봄비 소리도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야했고,나뭇잎을 흔들던 시원한 여름 바람도 바람이 잠든 후 조용히 혼자 느껴야 했고,아파트 사이를 가로질러 치솟다가 살포시 하늘 가득 내리는 첫눈도 복면을 쓰고혼자 감상하는 청승을 떨어야 했습니다.덕분에 존경하는, 좋아하는 시인, 작가님들의 작품을 그 어느 해보다 많이 접할 수는 있었습니다.내 생애 가장 큰 재앙으로 우울한 나날에 한 줄기 빛처럼 날아든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당선 소식은 신의 축복입니다.왜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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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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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응모작 121편엔 가족사, 유년시절의 친구들, 그 지방의 특수어, 자식사랑, 코로나19 이야기 등 등 다양했다.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수필의 기본기를 갖춘 수준 높은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일상 신변잡기류의 글이 눈에 띄어 이들을 먼저 제외하고 숙독을 거쳐 이중 최종심으로 3편을 골랐다.그 중 하나가 ‘도덕산 바우’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의 바위를 ‘큰 바위 얼굴’에 비유한 것으로, 나중에 제일 잘된 진구에게 이 이름을 붙여주자 하고 그 계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각각 고향의 마을을 떠났고 석수라는 친구만 마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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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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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27회 신인문학상 공모에 응모한 작품들 중에서 선자에게 넘겨진 작품(367편)들을 숙독하고 볼 때 해를 더할수록 난해하거나 미숙한 작품들이 줄어들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관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난삽한 작품들이 발견되고 있다.선자의 손에 남아 마지막까지 우열을 겨룬 작품으로는 김태춘의 「빌딩 타는 거미」, 홍영수의 「대흥사 천년 숲길」, 김준태의 「바지랑대」, 최미영의 「첫사랑」이란 작품이다.김태춘은 「빌딩 타는 거미」에서 옥상은 날기 좋은 곳, 죽기 좋은 곳이라 했다. 그만큼 운수와 의지의 삶이다.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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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입을 꼭 다물고 미혜가 제일 먼저 교문을 나옵니다.새침한 모습으로 버스에 올라 두 번째 줄 우측 창가에 앉습니다.노란버스는 그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합니다.미혜를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그런데 노란버스가 싫어하는 현우가 미혜를 좋아합니다.다행히도 현우가 미혜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노란버스 생각에는 미혜가 현우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합니다.이어 은지가 눈웃음을 보이며 버스에 올라 미혜 옆에 앉습니다.은지도 참 예쁩니다. 은지는 미혜와 단짝으로 바른생활 어린이입니다.노란버스는 은지도 좋아합니다.미혜와 은지가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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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동화를 쓰는 내내, 거리에 나서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노란버스 뿐이었습니다.반대 차선에서 내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노란버스, 엉덩이를 들썩이며 안전하게 따라오라고 앞서가는 노란버스,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도, 신호 대기하는 차도 모두 노란버스입니다.한없이 귀여운 아가들, 사랑스런 꿈나무들을 태우고 노란버스가 달립니다.뉴스에서 또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너무 안타깝고 속이 상합니다. 그리고 화가 납니다.세상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거리를 오가는 노란버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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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먼저 동화작품을 보내온 응모자들께 감사드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온 나라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바뀌고 사고(思考)마저 위축되는 시기에 창작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다는 것은 문학에 희망을 갖게 한다. 한 작품 한 작품 귀하고 소중하게 숙독을 했다. 올해 작품들의 특징은 사회현상 때문일까 한동안 유행하던 소년소설류의 작품이 줄어든 대신 판타지성의 동화들이 많아졌다. 사물(事物)의 물(物)화나 공상, 변신 등 환상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토리는 동화가 지닌 판타지성 본류를 이어간다는 생각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20.12.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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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예정됐던 귀국 비행기를 탑승할 수 없게 된 우리는, 울란바토르공항 로비에서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다. 탑승 항공기가 빤히 보이고 30여 분의 시간이 남았었다. 우리 일행의 캐리어가 내려지는 걸 멀거니 바라보다가 되돌아 나오는 황당함이라니, 낯선 이국땅에서 졸지에 미아가 된 심정이었다.여행사 대표가 그전 생각만 하고, 예정에 없던 마두금 공연을 관람해도 충분하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홍콩 시위 사태로 평소보다 검색에 1시간 이상 더 걸린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우리 안식구 이름이 마두금이니 몽골 마두금(馬頭琴) 공연을 꼭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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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12.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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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귀찮기만 했던 마당을 도배하던 일이 그립다.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 그럴까.마른 마당은 늘 평온하다. 비가 내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며칠을 마다하지 않는 비나 모다깃비가 쏟아지면 진흙탕이 된다. 비온 후 울퉁불퉁해진 마당을 삽이나 널빤지로 평평하게 고르는 일을 마당도배라고 불렀다. 옛날 마당은 요즘의 아파트 주차장보다는 우리 가족만의 공간인 거실과 더 가까웠다. 거실을 도배하듯 마당도배가 필요한 시절이었다.갖가지 이유로 마당은 곰보가 된다. 아이들의 발자국은 나무랄 수 없다. 들일하고 돌아온 삼촌의 리어카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19.12.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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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가물가물 사라진 방망이 소리황학동 풍물시장에 나와 앉아깊이 잠겨있는 유년의 시절을아프게 들어 올리네햇살 팽팽히 내리쬐는 날이면이불홋청 양잿물에묵은 설움 푹푹 삶아내어춤추는 바지랑대 위에서젖은 가슴 말리시던 어머니옥양목 빳빳한 기억이풀먹이던 손 베이고 가네외지에 나가 계셨던 아버지그곳에 새 살림 차리고한 계절 만 집에 들어 와가정을 돌아보고 떠날 때면배웅 대신 방망이 두드리며다듬이돌 넘나들던어머니의 붉은 목울대눈치 빤히 알고 부터혼자서도 두드려 보던 여린 손이어머니 마음 바닥에 촘촘히서려있는 눈물방울 어루 만졌네다듬이 장단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19.12.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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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단풍잎과 은행잎이 내게 속삭이듯 바스락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가을의 소리다. 그 소리는 포물선을 그리며 내 귓가를 타고 흘러 들어왔다. 바깥에 아이들은 뭐가 즐거운지 꺄르르 거리며 웃었다. 점심시간 남자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창문에서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았다.“까꿍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다희가 멍하게 있는 내 뒤로 오더니 양손으로 등을 콕콕 친다. 나는 너무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 한 채 다희의 가슴팍만 쳐다봤다. 다희는 내 단짝 친구다. 정확히 말하면 다희와 가장 친하다.“껌 먹을래? 가
신인문학상
동양일보
2019.12.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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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시간지금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되겠다고 다 되는 직업이 아니었으므로 지금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한번씩, 그림을 왜 그만두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 어쩌다가 그랬지? 왜 그런 결심을 했더라?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뿐이다. 사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은 매번 같은데 해주와 함께 레지던시 생활을 했던 여름, 그 여름의 오후가 떠오른다. 그러나 왜 하필 그때일까.그해 여름, 해주와 나는 커피 회사가 주관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우리는 상암동에 위치
신인문학상
박장미
2018.12.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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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국 복국 식당 앞에서는 가끔 복(卜)집, 점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용한 점집의 무당처럼 식당 안에 돗자리를 깐 복어가 사람들의 막히고 엉킨 속을 상담하고 있다. 신 내린 무당인양 제 살점을 휘휘 풀어 국탕 속에서 한바탕 살풀이굿을 하고 있다. 복국집 간판에 그려진 은밀복의 웃고 있는 표정이 문득 애기보살의 볼때기 같다는 문과적인 상상이 스친다. ‘복어 맑은탕’을 ‘복지리’ 또는 ‘복국’이라고 부른다. 복어로 만든 요리를 대하면 누구나 한 움큼의 긴장이 어리기 마련이다. 성냥개비 머리만한 미량에도 사람이 절명할 수도 있다는
신인문학상
박장미
2018.12.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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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웃음천년을 건너온 석상石象에는우주의 웃음 하나 들어 계시다.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망치와 정으로 새긴 웃음오방五方의 규칙이 쉬었다가는 웃음엔밀잠자리도 외발뛰기햇살도박주가리씨앗의 가잠도 쉬었다 간다.아랫목 같은, 소리도 없이 호탕함도 없이빙그레 미소 짓는 웃음은 흔치 않다.어느 석공이 저 웃음 새기실 때손끝하나 아프지 않았을 것 같은웃음에 이끼가 파랗게 돋고검은 바람의 때가 묻어 있지만봐라, 잘 생긴 웃음이란천년을 웃어도 쉽사리 닳지 않는다.장마철 눅눅한 안색도 반짝해 뜨게 하시는 웃음.내 어머니,어쩌다 맑으신 웃음은 다정했었다.지
신인문학상
박장미
2018.12.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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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부지런한 새들은 벌써 창가로 와서 재잘댄다. 햇빛 한 줄기가 거실 안으로 들어와 환하다.“승아야! 이리와 머리 묶자.”“아아, 아냐 엄마. 내가 묶을 수 있다니까. 엄마는 옷 입어.”“아…냐! 이리 와. 엄마가 예쁜 핀 사왔단 말이야.”“아이참, 엄마 때문에 못살아. 여기….”아침마다 옥신각신 즐겁다. 나는 가방을 메고 거울 앞에 섰다. 새로 사준 핀을 쓰다듬고 웃었다. 거울 속에 나도 웃고 있다. 엄마는 신발 하나 신는데도 더디기만 하다. 나는 일찌감치 신발을 신고 기다린다. 신발 뒤축에 꽂은 구두주걱이 뒤틀린 엄마 손 때
신인문학상
박장미
2018.12.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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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미 / 문혜영 오후 햇살이 두 남녀의 몸을 부드럽게 훑어 내린다.배가 약간 나온 남자의 등 뒤로 여자의 손길이 살짝 스친다. 뱀의 살갗처럼 반들반들한 땀이 남자의 굽은 등줄기를 타고 유선으로 흐른다. 여자는 침대 끝에 걸쳐둔 바이올렛 가운을 오른 팔에 살짝 감고 희미하게 쟈스민 향이 흘러나오는 욕실 문을 향해 걸어간다. 얼굴은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선 여자는 몸만큼은 주름진 얼굴과 엇박자다. 둥글게 춤을 추는 가슴선 아래로 운동으로 다져진 것인지 군살 하나 없는 긴 허리선. 배꼽 아래 거미의 숲을 지나 쭉 뻗어 내리는 가지런한
신인문학상
문혜영
2017.12.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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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허윤종꿈 하나를 접어야만 할 때우리는 또 하나의 꿈을 꾸어야 한다볕 좋은 날을 시기하는 소나기처럼때때로 고난이 다가와 곁에 앉아도그대 꿈에 이별을 고하지 마라바람이 날개가 꺾인 채 날지 못하는 건꿈을 잃었기 때문이다누웠던 풀잎이바람의 뒷덜미를 부여잡고 끝내 일어서고난간 위를 걷던 달팽이가햇살의 발길질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꿈이다달동네 빛바랜 전단지에도 여전히 꿈은 살아있다도저히 이대로는 눈감을 수 없다는 듯다 지워져가는 글자를 딛고 서서그 끈을 놓아버린 누군가를 나무라고 있다찢긴 날개로도 창공에 소리치는잠자리의 함성이 들리지
신인문학상
허윤종
2017.12.19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