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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내 고향은 서해바다 격렬비열도에서 가까운 리아스식 해안이었다. 썰물 때 개펄에서 농게나 박하지를 잡을 만큼 수심이 낮았다. 무인도와 곶으로 꾸불텅꾸불텅 둘러싸인 흐린 물결들인데 특히 장마철의 색깔은 거뭇거뭇 으스스해서 황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랬다. 이 세상 마을에는 모두 바다가 붙어있는 줄 알던 그런 유년이 있었다. 마을마다 초가집이 있고 할아버지와 누렁소가 있고 대밭과 미루나무가 있듯이 모든 마을에 바다가 있고 파도가 출렁이는 줄 알았다. 이따금 안면도나 남면에서 통통배 타고 바다를 건너오는 풍경에 하염없이 빠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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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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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어제의 햇살이 아닙니다. 매일 어김없이 세상을 밝히는 햇귀이지만 오늘 아침엔 더 붉고 힘차 보입니다. 용맹을 떨치던 호랑이가 숲속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몸을 감추고, 귀를 쫑긋한 검은 토끼가 깡총 아침을 열고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토끼의 세상입니다. 토끼처럼 우리의 삶을 지혜로 풀어내 모두가 행복한 희망의 해를 그려봅니다. “행복이 무어라 생각하세요?” 신부님의 질문에 무언의 대답으로 혼자 마음 속에 답을 씁니다. ‘든든한 남편, 건강한 자식들, 잔병치레를 자주 하지만 자유롭게 걸을 수 있고, 먹고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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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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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이제 겨우 첫 돌 지나고 여덟 달. 재롱과 표정부자인 손주 때문에 늘 즐거움이 넘친다. 웃을 일이 많지 않던 팬데믹 시기에 귀여운 아이가 태어나 집안이 온통 화기애애하고, 덕분에 온 가족이 행복하다. 내 아이를 키우던 시기에는 이른 출근, 늦은 퇴근으로 많은걸 직접 지켜보지 못해 모르고 있던 변화무쌍한 아이의 재롱을 손주가 다 보여주니 매일 매일이 새롭고 기쁜 날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요즘은 결혼 적령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이가 많은 아들에게 결혼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버럭 화를 낸다며 누나가 늘 걱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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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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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제가 마지막으로 꾸역꾸역 해보겠습니다.”그의 말이 비장하다. 단체를 총괄하는 그가 행사 때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하던 일이었다. ‘꾸역꾸역’이라는 부사 사용을 한 적이 없었기에 그 말이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회원들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았다. 꾸역꾸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쓰는 느낌이다. 모두 안타까운 마음이었나 보다. 어느 분이 나누어 같이 하잔다. 하지만 그는 선의를 마다하고 그예 꾸역꾸역 혼자 하겠단다.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글이나 말이 몸에 배어 있어 은연중에 툭툭 튀어나온다. 예의 그와 달리 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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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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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저녁 메뉴로 떡국을 먹기로 했다. 전에 사다 놓았던 흰떡 봉지를 꺼내고 보니 오늘따라 떡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중학교 다닐 때쯤으로 생각된다. 어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머리에 이고 들어오셨다. 어머니는 떡을 내려놓으시자마자 날쌔게 기름소금을 만들어 오셨다. 가래떡이 따듯했다. 손으로 떼어 기름소금을 발라 먹던 추억에 꽂혀본다. 저 멀리 높은 곳에 계신 어머니가 간절한 날이다. 온 식구가 쌀을 담가 놓는 그 순간부터 가래떡을 먹을 생각으로 흐뭇한 얼굴이었다. 하루 정도 지난 후 떡이 살짝 굳어지면 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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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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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나의 고향은 충북 진천 행정리다. 우리 외가집은 백곡면 갈월리이고 백곡은 나와의 인연이 깊다. 내가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은 학교가 바로 백곡초였고, 군 복무를 마치고 진천 상산초에서 8년 근무를 마치고, 다시 발령을 받은 곳도 백곡초였다. 그 당시 백곡면에는 성대초, 백곡초, 백곡초의 분교인 명암분교로 되어 있었다. 명암분교는 학생 수 약 60~70명, 성대초는 약 200~300명, 백곡초는 300~400명, 때로는 500여명의 학생들로, 그 당시 학교마다 활기찬 학교 생활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백곡의 백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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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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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몇 년 전 아프리카 여행 중 남아메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였다. 15명이 움직이는 지유여행이었다. 희망봉과 그 부근 몇 군데 관광지를 둘러본 후 시내로 들어섰을 때는 날은 저물고 다들 피곤한 상태였다. 숙소로 향하는 일행 중 나 혼자만 ‘워터 프런트(Water Front)’란 곳을 관광하겠다고 버스에서 내린 것이다. 외국인 혼자 야간에 다니는 것은 퍽치기, 소매치기의 목표물이 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다. 네덜란드 풍 워터 프런트에서 저녁을 먹고 서점을 비롯하여 두어 시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택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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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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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창밖에 눈 내리던 어느 겨울 날, 나는 먼지에 가득 쌓인 묵은 사진첩을 아내와 함께 펼쳐 보게 되었다. 사진첩을 펼치자 빛바랜 수십여 년 전의 흑백사진들이 눈앞에 드러났다. 낡은 울타리 옆에 강아지와 놀던 어린 시절, 이미 고인이 되신 부모님, 또 수많은 가족들이 소환되고 드디어는 나의 신혼사진과 외아들의 돌 사진, 또 수많은 지난 세월들이 불려 나온다. 벌써 까맣게 잊고 살았던 수많은 시간들이 이 묵은 사진첩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온다. 드디어는 내 스스로 잊고 살았던 이 분명한 사실이 어느 틈엔가 저장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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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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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어르신들과 2조각 퍼즐을 진행했다.야채와 과일 여러 개가 두 조각으로 나뉘어 있으며, 같은 모양을 찾아 맞추는 활동이다. 사과나 복숭아처럼 비슷한 것들은 짝을 잘 찾지 못하기도 한다. 같은 짝을 찾느라 집중도도 높고 만족도도 높으며 재미있어하신다. 두 분이 열심히 잘하고 계셔서 다른 분들 하는 걸 도와주고 나왔더니, 그중에 한 분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저 종이가 내 귀에 들어갔어" 하신다.퍼즐 조각이 두껍고 카드 반 정도의 크기이다. 저런 종이가 귀에 들어갔다고…."어르신, 제가 봐 드릴게요" 하면서 귀를 들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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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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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올해도 김장을 하기 전에 동치미를 담궜다. 각종 채소와 무를 적당히 화합해 다용도 용기에 가득 담아놓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일주일 지나 뚜껑을 열어보니 발효 거품이 생기면서 잘 숙성이 되어 농익은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하룻밤 냉장시킨 동치미를 한 모금 마시니 온몸이 짜릿해져 온다. 톡 쏘는 맛과 아삭한 무에서 눈 내리는 겨울을 재촉하는 맛이 난다. 동치미의 맛은 깊은 맛과 시원한 맛으로 두 가지이다. 삭힌 고추의 칼칼한 맛이 식욕을 돋우고 약간 달짝지근하면서도 시원함은 체증을 해결해 준다. 어느 음식이나 잘 어울리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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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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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제가, 가겠습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핑계 사이로 그가 끼어든다. 찬물을 끼얹은 듯, 달아오르던 공론장을 침묵이 에워싼다. 응? 굼뜨기로 그만인 그가, 세상 물정 숙맥인 그가 간다고? 허세라고, 만용이라고 비웃는 좌중 너머로 탄복하는 사내가 있다. “그래, 그대밖에 없구나!”목숨 건 모험 앞에 어미는 초주검이다. 왜 하필 너냐고, 너는 삼대독자라고 만류한다. 아비도 거기 나갔다가 명줄 놓았다고, 병이 든들 누가 구원하며, 죽어서 까마귀 덤벼들 때 손뼉 쳐서 쫓을 이 누가 있느냐고 오열한다. 끝내 하직하고 내딛는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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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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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12월도 차츰 하순에 접어든다. 모처럼 눈이 많이 내렸다. 앞뜰 주목에 빨간 리본으로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에 흰 눈이 덮여 더욱 산뜻하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가 유년의 기억을 부른다.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해 이해의 끝자락이 되면 마음 밭에서 꿈틀거린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날 저녁은 해 저무는 12월이었다. 친구들과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시내 에서 영화구경을 했다. 우리 또래보다 몇 살 더 많은 친구가 제안해 나와 친구 몇몇은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분평동에서 학교가 끝나고 걸어서 극장까지 갔다. 처음 가는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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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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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남편은 평소 병원에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2년에 한 번씩 하는 종합검진도 식구들이 애걸복걸해서 한 해를 띄우고 내 차례인 짝수 연도에 하다 보니 평균 3년에 한 번 하는 셈이다. 시설이 좋은 병원에 가는 것을 더욱 꺼린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지만, 큰 병이 발견되지 않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그 연세에 이만하면 건강한 편이지요.”라는 의사의 판독이면 대만족이다. 그렇게 병원 가기를 싫어하는 겁쟁이 남편과 평생을 살고 있다. 나는 이미 수년 전에 오른쪽 눈에 백내장이 시작되어 수술했는데, 요즘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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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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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건강 댄스를 배우러 왔다. 가끔 엉덩이가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찬 바람이 부는 계절 탓일까. 치료를 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아 걱정된다. 탁구를 하다 넘어진 후유증일까, 세월의 흐름 때문일까, 친구의 권유로 아픔을 댄스로 치료하러 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흔히 쓰는 말을 반론하며 담아본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마음에 근육이 생기고, 손가락 마디에 옹이가 생기며 이마는 고랑이 새겨진다. 사부작사부작 겨울 강가를 걷는 기분으로 암암하다. 복지관 건강 댄스 강의실에 들어선다.‘빵빵’노래가 흘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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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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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최근 관람한 영화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의 마지막 소원은 자신의 첫사랑을 찾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 남학생은 아내의 마음 깊은 곳을 긴 세월 전세 내어 살고 있다. 아내는 현실을 바쁘게 살아 내면서 남편에게 상처를 받거나 삶에 지칠 때 첫사랑을 떠올리며 메마른 가슴에 습기를 채우고 또 다시 현실을 살아간다. 아내는 그 시절이 자신이 사랑받던 가장 빛나던 순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선고되자 아내는 자신이 가장 빛나던, 그 아름다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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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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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두려움과 슬픔, 고통과 번뇌를 벗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따사로운 햇살이 두꺼운 옷을 벗게 하듯, 높은 계곡의 모난 돌을 둥글게 만드는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바람이다.맑고 푸른 숲의 소리가 청량하게 울리는 곳. 정하동 야트막한 바위산 자락에는 우리의 모난 마음도 자비롭게 어루만져 주겠다고 길 위로 나온 부처가 있다. 순한 이목구비에 균형 잡힌 몸매, 네모진 얼굴에 그윽한 미소, 마모되고 희미해진 조각 속에서도 오히려 범접하기 어려운 신비로움이 있다. 누가 찾았을까, 이토록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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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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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어릴 때 살던 집 뒤뜰 양지바른 곳 한편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던 장독대. 그 곳은 수십 년간 숨겨진 어머니의 속마음이 모조리 겹겹의 비밀로 쌓여 있는 곳이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달 밝은 보름 날 늦은 밤, 장독위에 물 한 사발, 촛불하나 외로이 켜 놓고 무엇인가 혼잣말로 중얼중얼 기도를 했는데 아무도 알 수 없는 엄마의 속마음까지 다 털어놓은 그 비밀은 오로지 장독들만 알고 있다.반세기가 넘도록 지켜온 집과 함께 오롯이 가족들의 건강과 맛있는 식사를 책임져야하는 양념의 보고인 장독은 엄마의 생명만큼이나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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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2.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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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인지 활동이나 미술 치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당신보다 못하신 어르신을 무시하고 함께 앉길 거부하는 분이 계신다. ‘나는 두 팔이 멀쩡한데 저 사람은 한쪽 팔을 못써’‘나는 기억력도 좋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데도 아무 문제 없는데, 저이는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치매가 있나 봐’ 등등의 이유로 자신보다 못하다고 느끼면 눈에 띄게 혹은 보이지 않게 무시한다.똑같이 아프고 집에서 돌봄이 되지 못해 요양원에 계시면서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그 와중에 남을 무시하는지 그 모습 보면서 우리를 바라보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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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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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 삼아 앞산을 걷는다. 이 산과 친구 되어 걸은 지도 십여 년이 넘었다. 도심 속에 자리한 야트막한 동산이지만 산에 들어서면 숲의 향과 나무의 향이 코끝에 스며들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특히 산죽이 무리를 지어 자라는 곳을 지나 때면 알싸한 죽 향기가 약효로 받아들여지면서 피로 회복제를 마시는 것만 같다. 꼬불꼬불한 오솔길은 안온함과 청량감을 주어 온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오솔길 옆에는 고사목 한 그루가 서 있다. 고사목은 시대를 가늠하는 솟대처럼 의연하게 홀로 서 있다. 날카로운 고사목 나무 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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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22.11.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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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바야흐로 책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만산홍엽과 친해지기엔 더더욱 좋은 계절이기도 하고요. 니체를 동경하며 ‘만년문학소녀’로 살고픈 6학년 여학생, 오늘은 동네 뒷산으로 시(詩)를 만나러 가볼까 합니다. 이곳 생거진천 초평저수지에는 100대 명산에 선정된 두타산이 있고 정상에는 한반도지형전망대가 설치되어있어 주말이면 방문객들이 더욱 많이 모이는 곳이랍니다. 겹겹이 포개진 산세는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고 둥둥 떠 있는 작은 섬이 한반도지형과 꼭 빼닮아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답니다. 그럼에도 제 남편은 이곳에 와볼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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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