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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그늘 다루는 방법을 잘 안다 담벼락 그늘에는 아삭이 고추자리반그늘 자리는 취나물 심는 자리 그늘이 짙으면노을이 어우러지고아름다운 단풍잎이 만들어 진다 인생 농사도아내 그늘자식 그늘가슴속 그늘 잘 경작해야풍성한 열매를 거둬들인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2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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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가을이 후딱 오고 있어요잠자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그래서 나는 늘 새벽입니다하릴없이 조급해져가는 시계 침이두서없이 붉어지는 날들을 몰고 쳐들어옵니다아치랍게 여위어가는 그대에게나는 너무 싱겁거나 너무 짠 사람내 기술로는 도저히 되지 않은 간 맞추기,간 치기 달인이 생 고등어 간 치듯생조기 간 치듯누가 나에게 간 좀 쳐 주실래요간이 딱 맞으면 쫀득하고 달짝하고 삼삼하죠그런 내가 되고 싶어요너무 싱겁거나 너무 짠 나에게눈꽃송이 같이 희디 흰 꽃소금으로그대의 입맛에나 눈 맛에나 마음 맛에 딱, 맞게누가 나에게 간 좀 쳐 주실래요이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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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산다 눈물은 밥그릇을 들게 하는 힘이었으므로기쁨 한 방울 슬픔 한 방울 마르지 않을수록 좋아라풀어야 할 응어리들은 한결같이 내가 기른 짐승이었으니갇혔던 당신을 꺼낸다는 것은 삼각파도처럼 홀로 앉은 나를젓가락으로 집어낸다는 것이었으니훌쩍 뛰어넘을 수 있도록 눈물다리를 놓아라몸속의 섬이여 가라앉아라펑펑 울고 나면 회오리치던 폭풍우도 고요해질 것이니먹장구름 열어젖힌 방울마다 일제히 손을 흔들 곳이니 결국엔사람과 사람 사이가 눈물이더라같은 쪽을 향하여 피는 꽃이더라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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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고무디어진 칼을 갈면빛이 난다 어둠도밤을 새워 갈고 나면찬란한 빛이 된다 보아라,아침마다 치솟는저 눈부신 빛의 칼날을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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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잠시 날숨을 쉰다. 아까부터 아내와 사춘기 딸애가 키득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박장대소다. 늘 우울한 세상에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재미있을까. 가만히 엿들어보니 바로 자기들의 가장인 남편 흉보기요, 아빠 흠집내기다. 실컷 웃어라. 무능한 어른 사내가 조롱거리라도 될 수 있다면, 가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지. 세상도 가끔은쉼표를 찍는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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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에게 알려준 적이 없어걱정 안고 굴러가는 불혹이 넘은 그리움부록(附錄)처럼 남은 당신도무지 없어지질 않는다 어쩌다 덤으로 살아가는 역설의 시간 안에꽃이 피지 않아 서거픈 어둡고 깊은 곳으로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지켜야할 언약 때문에아직도 건질게 남아 있는지진한 맹물 부어댄다어느날 미련 남기고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 아파했던그리움은 소리가 없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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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탈리아 에어버스 330-셰퍼드 원(Shepherd One)낯선 이름의 비행기 문이 열리고 잠시이 땅의 아픔을 관조하듯 깊은 눈길을 주다가이내 환한 미소를 띠고 당신은 한 다발 빛으로 트랩을 내려오셨습니다.대통령의 영접도, 스물 한 번의 예포소리도 무성영화처럼 흘러가고 나서야이 땅에 기적처럼 당신이 오셨음을 알았습니다.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이웃을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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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한 번 더 실망스러울 것이다.실내에서 문을 두드린다.회의 중에 베란다 화분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본다.잎맥까지 바람이 닿는 것에 한 번 더 실망하고 잠들 것이다.실내를 옆문에 빗대어 두드린다.아무것도 묶여있지 않는 줄이 한 번 더 풀어진다.나는 물을 이기려고 어두워하는 것일까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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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동안아이는 잔뜩 뿔이 나있다아이스크림 사달라 떼를 쓰다가혼쭐이 났다버스에 올라앉아서도본체만체흔들던 손이 무색해진 엄마가기우뚱기우뚱 걸어가는보도블록 위에저리도 성난 꽃들저리도 활짝 폈어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0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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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본다 탁자 위에 놓고 들여다보는 동안 집중하는 붉은 소실점은 사과다 단단한 껍질 속 달콤한 육즙과 향을 베어무는 소리가 떨리고 나의 시선은 시간과 공간을 나란히 펼쳐 놓은 채 거침없이 빠져드는 경험을 집중한다 사과는 더욱 붉어지고 사과는 나를 투명해질 때까지 바라본다 나는 이미 사과가 없어도 집중할 수 있는 너무나 먼 거리에 서 있다나란한 평행선처럼 사과와 나는 소실점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곳에 서서 여전히 사과를 본다 우리들의 시선은 만날 수 없는 사과와 나를 믿는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0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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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저렇게 둥글어지는구나.귀 기울이려면 안아주려면 입 맞추려면너를 향한 가장 가까운 자세가 되어야 하는구나.입만이 아니라 귀만이 팔다리 발바닥만이 아니라나의 모두가 가장 가깝게 너를 향하기 위해서는둥글게 구부려 너에게로 모아져야 하는 것이구나.할머니의 죽음도 궁륭을 사랑하여서 둥글었구나.먼 직선이어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수평선아.너에게로 헤엄쳐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8.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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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대면쟁쟁-울어대는 비올라 줄처럼팽팽한 신경 줄 툭- 끊어버리니 때론 보석이 되었다가때론, 하늘을 나는 새가 되었다가때론, 때론 내가 마시는 술 잔 속에도수 높은 알코올이 되었다가마침내 미세하게 떨리는 네 가는 손끝에서잠시 노닐더니출렁- 내 맘을 쓸어버리는 파도가 된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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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을 전령사로운명지어졌다매미처럼 큰소리로 호령하지 못한다고 기죽지 마라 굳은 입술도 더러는전쟁 용사의 무기가 될 터삶은 타고난 기량으로충분한 것이다 한철 말없이 살다 가더라도그 가뿐한 날개로그저 높이 높이 날아볼 일이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2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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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의 사슬에 묶여 지속된 침묵의 강가에더해 가는 그리움 알갱이로 맺히니 모로 누운 마른 잎 일으켜 세우는 점점이 심금을 울리는 순수 하늘을 울려 핀 꽃 바람의 시선이 닿은 자리계절을 앞서 피고 지는꽃잎에 가벼운 떨림은 말라 가는 심장의 외침으로 가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그대 가슴에 각인된 창백한 언어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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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사람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청춘도 청춘의 돌무덤도 돌아보지 말고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길이다.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뿐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강물이 아니었다 절망이었다그동안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강물이 아니었다 회망이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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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자 않고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명 난 삶을 데리고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사시장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그대에게 가고 싶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2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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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핫옷 한 벌 없이 산동네 사는 막노동꾼 이씨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지만 식솔이 없어 홀가분하단다 술에 취해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낯선 사람 만나도 알은체하고남의 술상 앞에서 입맛 다신다술 먹을 돈 있으면 옷이나 사 입지그게 무슨 꼴이냐고 혀를 차면빨래 해줄 사람도 없는 판에속소캐나 놓으면 그만이지 겉소캐가 다 뭐냐고 웃어넘긴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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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삶의 무게는 있어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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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히 비 내리던 봄날 부드러운 그대 입술에 처음 내 입술이 떨며 닿던 그날 그 꽃자리 글썽이듯 글썽이듯꽃잎은 지고 그 상처 위에 다시 돋는 봄 그날 그 꽃자리그날 그 아픈 꽃자리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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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 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아침을여는시
동양일보
2014.07.17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