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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넘기자, 달랑 한 장 남은 하얀 설경이 12월을 알린다. 어제인 듯 느껴지는 봄이, 여름이, 그리고 가을이 가고, 어느 덧 12월! 겨울이 온 것이다. 이즈음엔 누구나 지나 온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과 함께한 많은 분들을 떠올릴 것이다. 얼마 전에는 본교에서 몇 해 전 퇴직하신 교장선생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2009년 친정어머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12.0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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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온다. 수험생들이 그동안 배운 교육과정의 지식을 총 망라하여 자기 실력을 발휘하면, 학생들은 1등급에서부터 9등급까지 평가받는다. 학생들이 소고기도 아닌데 등급을 매겨 구분 짓는다. 학생이 어떤 능력과 소질을 지니는가에 대하여는 전혀 따져 묻지 않는다.내가 학교를 떠나 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으니, 신자 학부모들이 촛불을 밝히고 자녀들을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10.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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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사를 하고 집들이를 했는데, 한 지인이 포도 상자를 들고 들어오셨다.어찌나 색깔이 곱고 향이 좋은지 오신 손님들이 모두 포도의 달콤함에 흠뻑 취했다.나는 불현듯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웠던 현이와 그 가족과의 소중한 인연을 떠올렸다.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현이를 만난 것은 30대 초반의 젊은 시절이었다. 하루는 배를 부둥켜안고, 교무실로 왔는데, 증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10.0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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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청소년이 1시간에 평균 50번, 70초에 1번씩 욕설을 사용한다는 요즘, 청소년들의 과도한 욕설 사용에 따른 언어 개선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학생 개인적 측면만이 아닌 가정, 학교, 사회적 측면이 모두 상호 연계하여 접근해야 한다. 그만큼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9.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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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도 종종 고향과 함께 중학교 시절을 꿈속에서 만난다. 집 뒤에는 나지막한 산이 넓은 품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었고, 집 앞으로는 너른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 평화로운 곳이었다. 집을 나서면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소나무 숲이 기품 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논과 논 사이로 난 좁은 길을 걸으며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다보면 어느덧 학교가, 집이 눈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9.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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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자기소개서 첨삭에 머리를 쥐어 뜯고, 가슴 치며 답답해하던 것이 어느새 1년 전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시철이 돌아왔고, 아이들은 너도 나도 자기소개서를 들고 다닌다. 유명 사립대 이름이 찍힌 자기소개서를 들고 다니며 마치 본인이 벌써 그 학교 14학번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8.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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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과학과 산업 기술문명의 발달로 삶의 편리와 일의 효율성은 향상되었지만, 인간의 행복감이나 안정감은 반비례하였고, 사회의 상식과 건전한 가치가 흔들리고 인간성마저 붕괴되는 사건을 목도할 때가 많다.한마디로 문명은 편리한데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작금의 상황인 바, 이에 대한 처방이 구구각색이고 담론도 뜬구름 잡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8.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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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과속하면 사고 나지 않을까요?’ 한 초등학교 정문에 걸린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선행학습 형 사교육으로부터 어린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교육 캠페인이다. 극성스런 선행학습으로 초등학교도 교실이 붕괴 된 지 오래라고 현직의 교사들이 고백한다. 이미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어린이들은 학교 수업을 시큰둥해 하며 수업 시간에 또래끼리 장난치고 떠들기만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8.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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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운호고 교사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보다.때로는 잠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픈 기억이 있고, 문득 스치는 향기에도 함박웃음 머금게 하는 추억도 있다.도시에 위치한 H학교에 부임했을 때, 나는 30대 중반이었고, 2학년 담임을 배정받았다. 언제나 학기 초 학생들과의 만남은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다. 3월 2일,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8.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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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걸음.첫 출근.첫 마음.‘첫’이라는 단어는 그 뒤에 어떤 의미가 오든지 우리에게 막연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선사해준다. 교직이라는 곳을 짧으나마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주었던 교육실습생 시절은 내게 학교라는 곳이 꼭 다시 돌아올 만큼 강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 매력을 원동력으로나마 힘들었던 임용 재수생 시절을 이겨내곤 했다. 평생 월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7.2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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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해서, 말썽을 부린다고, 그래서 문제아(?)로 불린, 그들은 ‘천재’였다. 그들은 틀을 싫어하고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으며, 그들은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어 했다. 나는 그들을 사랑으로 이웃이 되어 주었고, 그들에게 내려갔다. 때문에 그들은 생명이 되어 올라왔다. 그들은 당당해졌고,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있다. 의사, 공인회계사, 호텔리어, 일류요리사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7.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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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업을 진행 하는 과정에서 ‘신경숙’의 소설을 가르치게 되었다.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이라 알려진 ‘외딴방’에서는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는 산업체 특별학교의 고된 일상이 나온다. 일반 정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열 여섯의 ‘나’가 배움에 대한 열망 하나로 그 시기를 인내해야 했던 많은 것들과의 조우는 이미 성인이 된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7.0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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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한 농부가 학교로 찾아와서는, “제 자식, 여기에 맡겨 키우고 싶습니다. 체험을 많이 해서 사고의 발상을 키워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자녀는 벌써 3년을 살고 졸업을 해서 공학도가 되어 있다. 학생은 학교에 있는 동안 늘 즐거웠고 흥미로운 삶을 살았다. 그 학부형은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이시카와 다쿠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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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3.06.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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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순 옥청주 운호고 교사변덕스런 일기 속에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은 봄날은 어느덧 오는 듯이 가버리고, 여기 저기 향기로운 연초록의 물결이 장미와 함께 성큼 다가와 있다. 싱그러운 6월이다!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지인 충북 영동의 한 작은 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교사(校舍) 뒤편으로 금강 줄기의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로는 노란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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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3.06.0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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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았다.멋있는 헐리우드 배우 주연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였다.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액션과 인간 복제를 주제로 한 잘 짜여진 갈등 구조는 손에 땀을 쥐게 해주었다.정점에 다다른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나름의 재미를 느껴가던 중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내게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의 황당함을 선사해주었다.여주인공을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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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3.04.2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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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의 ‘어르신’이라는 프로가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묵겠지.’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모든 질문의 귀결은 “소고기 사 묵겠지” 이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이 유행어가 주는 의미가 크다.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우리시대의 융통성 없고 맹목적인 교육을 비꼬는 부정적 풍자로 해석했다. 다양성보다는 일방성을, 또 너도나도 똑같은 목적이 아닌 수단을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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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3.04.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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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긴 교직생활을 접고는 학교를 떠났다. 하느님으로부터 ‘문제아를 위한 학교’를 세우라는 소명을 받아, 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으로 살아 온지도 15년이 흘렀다. 학교는 15년의 시간을 거듭하면서 사랑이 넘치는, ‘명품 학교’를 이루었다. 이는 교장인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 교육공동체 구성원(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이루어 낸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3.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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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에 비길 수 없는 엄동인데, 송전탑 위에서 오래도록 단식하는 노동자들이 있다.세상은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그들은 이 길이 동료들에게 생명이 되는 길이라 믿고 선택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들의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는 그 희생의 대가가 동료들 모두의 요구를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이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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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3.02.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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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아이들과 진로체험학습으로 분당에 있는 잡월드(job world)를 다녀왔다. 2년에 걸쳐 2000억을 들인 잡월드는 가히 진로체험교육의 메카로 각광을 받기에 충분했다. 아직 미완의 학습장과 프로그램만 확충한다면, 효과 만점일 것이다. 2층 직업체험관은 가장 인기있는 곳이라 예약을 못하면 체험할 수 없다. 어떠하든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1.2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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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카를수르에 조형 예술대 철학교수 한병철은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철학적으로 진단하며 ‘피로 사회’라는 책을 내 놓았다.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로 읽혀지고 있다.이 책에서 ‘피로’는 인체의 간이 내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는데도 외적으로는 그 고통을 감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며, 그는 오늘의 사회를 ‘피로 사회’라고 규정한다.우리의 사회가
교단에서
동양일보
2013.01.14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