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09-20 09:55 (목)
문제아는 나의 또 다른 스승
문제아는 나의 또 다른 스승
  • 동양일보
  • 승인 2013.03.11 2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병훈 양업고 초대교장 산남동 성당 주임


나는 긴 교직생활을 접고는 학교를 떠났다.
하느님으로부터 ‘문제아를 위한 학교’를 세우라는 소명을 받아, 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으로 살아 온지도 15년이 흘렀다.
학교는 15년의 시간을 거듭하면서 사랑이 넘치는, ‘명품 학교’를 이루었다.
이는 교장인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 교육공동체 구성원(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이루어 낸 결실이다.
이제 그 소명을 후임자에게 넘겨주니, 달릴 길을 잘 달려 온 선수처럼 매우 홀가분하고 기쁘다. 그리고 한 점 후회도 없이 훌훌 털고 하늘나라로 비상하듯, 한 성당의 주임신부로 새롭게 태어났다.
나의 참 스승은 ‘예수님’이셨다. 그분에게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배웠고, 나는 그 사랑으로 생명의 관리자가 되어 학생들의 생명을 보듬을 수가 있었다.
한 생명을 풍요롭게 키워내는 중요한 요소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학생의 미성숙한 생명이 성숙한 생명이 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품어주고 기다려 주는 것, 둘째는 사랑으로 밤낮없이 그들과 함께 사는 것, 셋째는 그들 눈높이로 내려가 그들 속마음을 헤아려 이해해 주는 것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의 모습이며, 신앙 안에서 삶을 통하여 배운 것이다.
나의 또 다른 스승은 ‘학생들’이다. 문제를 지닌 학생들로 인해 내가 죽음 같던 고통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 학생들 덕분에 나는 진정한 사제요,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가출하고 등교를 거부했던 학생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 문제를 만들어 주었던 우리들, 해결해 줄 능력이 없는 미성숙한 어른들인 내가 더 큰 문제였음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문제의 중심을 인식하고는, 그들의 눈높이로 내려가 그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이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미성숙한 우리들이 성숙해질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 교육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교육의 방법은 그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기쁨을 볼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은 학생과 부모도 동시에 살리는 결과를 가져 왔는데, 이는 내가 맛본 교육의 장에서 체험한 부활이었다.
처음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며 떠났고, 그들 학부모들도 떠났다. 그들은 학교 밖에서 우리 학교를 향해 감사 인사를 감동있게 들려준다. ‘정말 좋은 학교였습니다. 사랑의 학교, 하느님의 학교였습니다.’라고 입소문을 낸 것이다.
전국에 입소문이 떠들썩할 때, 내 고장 충북에서는 우리학교를 오래도록 ‘문제아 학교’라고만 말하며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들었는지 뒤늦게 관심을 보이며 들려준 말이, ‘어떻게 하면 그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느냐’는 관심과, 높은 경쟁력으로 입학의 길이 협소해서 학부모들이 혜택을 놓치기라도 하면, 학교 설립 취지가 바뀌었다며 또 다른 비난을 늘어놓기도 했다.
문제아 학교를 명품 학교로 만들어준 것은, 우리 손을 거쳐 사랑을 배우고 졸업한 졸업생들의 좋은 입소문이다. 이를테면 그들이 경험한 교육내용이 아름다운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기에 오늘의 학교를 그렇게 이루어낸 것이다.
요즘 흥행하는 영화인 ‘7번방의 선물’을 봐라.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은, 마케팅의 힘도, 비싼 제작비도, 주연배우들의 이름값도 아닌, 좋은 영화라고 입소문을 내준 관객 덕분이지 않은가. 학교를 살고 직접 경험한 자들의 증언이야 말로 학교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다.
모든 학교는 2013학년도 새 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생명의 대향연을 준비하려는 봄기운이 동장군을 헤집고 나와, 학교 안은 생명의 기운으로 매일 매일 새로울 것이다.
학교에 문제아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교육공동체 모두가 힘을 모아 사랑으로 해결을 모색하다보면 문제아는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이런 노력의 결실로 교사는 훌륭한 선생님으로 태어 날 것이다. 이들이 살다간 학교 졸업생들이 ‘좋은 학교’ 라고 선전한 것이 생명이 되고, 해피바이러스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면 명품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학교가 있기까지 함께 해주신 하느님께 그리고 숱한 사랑을 쏟아주신 많은 은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지면으로 전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마다 사랑으로 학생들의 삶 안에서 풍요로운 생명축제가 펼쳐지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