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훈 전 양업고 교장,산남동성당 주임신부

  곧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온다.
수험생들이 그동안 배운 교육과정의 지식을 총 망라하여 자기 실력을 발휘하면, 학생들은 1등급에서부터 9등급까지 평가받는다.
학생들이 소고기도 아닌데 등급을 매겨 구분 짓는다. 학생이 어떤 능력과 소질을 지니는가에 대하여는 전혀 따져 묻지 않는다.
내가 학교를 떠나 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으니, 신자 학부모들이 촛불을 밝히고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수능 D-DAY를 꼽으며 학부모도 학생들과 똑 같이 긴장을 한다. 지금 학생들은 수능 대비 예상 문제 평가문항을 놓고 밤늦도록 눈 맞추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수능 막판에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오늘까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며 힘들게 성적관리를 해오지 않았던가.
한국은 학업 성취도 면에서 큰 발전을 가져왔다. 국민총생산(GDP)의 7.6%를 교육비에 투자하고 있고, 이는 OECD회원국 평균인 5.6% 보다 높다는 통계이다.
2013년 9월 21일자 연합뉴스에 올려진 프랑스 르몽드는 “한국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인지 모르지만, 가장 불행한 학생이기도 하다”고 한국 교육을 비판했다.
그 신문은 “한국 학생들은 보충수업으로 밤 11시까지 공부하면서 하루 15시간을 공부한다”고 전했다.
요즈음 교장자격연수의 질이 높아져 선진 교육의 현장을 보기 위해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지역 연수코스 중 핀란드 해외연수를 통해 우리 교육에 변화를 시도하지만, 지식교육에 밀려 보고 들은 것은 여전히 꿈만 꾸고 있지 투자에 비해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매년 교육 행정가들이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은 대학에 몇 명 진학시켰는가, 명문대학에 몇 명이 합격했는가를 놓고 평가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진학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학생들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다시 수능준비를 하기도 하고, 편입을 시도하며 전과를 하느라 대학 내에 학생의 대이동시기를 맞는다.
이렇게 혼란에 빠진 대학생들은 20대를 보내다가 30대를 훌쩍 넘어서도 미래가 없어 헤매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질 않아 폴리텍 대학을 찾아 그제야 능력과 적성에 순응하려 하고 대학 졸업자들이 기술대학에 줄을 잇는다. 사회현실을 전혀 모르는 학교 현장은 오르지 공부 점수 올리는 일과 소고기 등급 나누듯 등급만 나누는 일만 하는 듯하다.
인성교육만 잘 시켜도 공교육이 산다. 기초가 튼튼한데 왜 지식교육으로 가지 않겠는가. 인성교육을 팽개치고 오르지 지식교육에 목숨을 걸고 교육과정 안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이 단편적 지식에 암기를 위해 전쟁을 치른다. 그 결과,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아무런 기초가 없다. 어쩌면 공부 잘하는 사람은 인성이 되질 않아 자기 이득만 챙기려 하고 잔인하기까지 할 뿐이다.  
소위 공부 잘하는 범생이 학생들은 명문대학 진학하고, 고시에 패스하여 고급공무원이 된다. 삶이 없는 그들은 책상에 놓여진 법전서만 펴들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서민들의 기를 죽이기도 한다. 이들이 임용되면 연수 기간 중에 많은 시간을 세상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투입하여, 서민들 얼마나 어렵게 살아가는 가를 배우게 해야 한다. 자기 바람만 채우려는 일선 공직자들이 교육과정 안에서 삶을 배우지 않고 이론적 지식에만 밝아, 이웃에게 존중받는 권위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5000만 국민이 경제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해 보인다. 그러나 모두들 총총걸음으로 바쁘기만 해서 좋을지 모르나 국민들 모두가 행복하지가 않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한국교육을 닮으라고 칭찬을 한다지만, 프랑스 르몽드 지의 ‘한국인들 교육 강박증에 걸려’라는 비판의 글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