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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무슨 달일까. 11월은 딸부자 집 ‘말년이(末女)’나 ‘끝순이’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달이다. 5월은 가정의 달과 같이 달리 불리는 이름도 없고 8월 15일 광복절 같은 굵직한 국경일도 없는 달이다.“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황량한 가을바람이 몰아치며/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11월에는/외롭지 않은 사람도/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이임영의 ‘11월의 시’처럼 딱 그런 달이다. 불붙듯 화려한 단풍을 즐기다가도 문득 노을 지는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달이 11월이다. 왠지 ‘11월’이라는 이름마저도 짠하게 느껴지는
풍향계
나기황
2018.11.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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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오늘이 ‘詩의 날’이다. 1987년, 신체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육당 최남선이 ‘海에게서 少年에게’를 ‘소년’誌 창간호에 발표한 날을 기려 ‘시의 날’로 삼은 것이다. ‘세계 詩의 날(World Poetry day)’도 있다. 유네스코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늦은 1999년에 3월 21일을 ‘시의 활성화와 언어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제정된 날’로서 기념일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한국 시의 날 선언문’ 첫 연에서는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어의 집이다. 우리는 시로써 저마다의 가슴을 노래로 채워 막힘에는 열림을, 어
풍향계
나기황
2018.10.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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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엔 단풍이, 흐린 날엔 낙엽이 먼저 떠오르는 계절입니다.가을의 한 복판, 10월에 느끼는 센티멘털리즘인지 몰라도 단풍들고 낙엽 지는 계절엔 자연히 살아온 날들과 남겨 진 세월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사람이 죽고 난 후에 벌어 질 사후세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가 ‘영혼의 무게’로 까지 이야기가 확산되었습니다.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얘긴데요, ‘영혼의 무게 21그램’은 실제로 1907년 미국 매사추세츠병원 던컨 맥두걸의사가 임종직전의 결핵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논문에서 밝힌 수
풍향계
나기황
2018.10.1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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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에서 단내가 느껴집니다. 둘러보는 곳마다 편안한 풍요로움이 느껴집니다. 지난여름 전쟁과도 같았던 무더위를 생각하면 자연의 섭리 앞에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고, 언제 그랬냐 싶게 선선해진 바람결이 신기하기도 합니다.가을은 딱히 주제가 없어도 무엇엔가 말을 걸고 싶은 계절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천지사방에서 들려오는 가을의 소리가 좋아 그저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싶은 때입니다.툭툭 도토리 구르는 소리, 마른 낙엽을 밟고 몸을 숨기는 청설모의 발자국소리, 후두두 산밤 떨어지는 소리, 어느 것 하나 정겹
풍향계
나기황
2018.10.0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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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용어이긴 하지만 ‘매력자본’이 주목받는 시대다.2013년 ‘매력자본’이라는 책이 출간 돼 화제가 됐다.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Catherin Hakim)이 2010년 옥스퍼드 대학교 저널에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로부터 주목받게 되었고, 이 논문의 연장선상에서 발간된 책이 ‘매력자본(Honey Money)’이다.이 책에서 말하는 ‘매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매력과 아주 같은 개념이다.매력(魅力),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다. 캐서린 하킴 교수는 수요보다
풍향계
나기황
2018.09.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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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들과 남해 여행을 다녀왔다.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 친구들이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바깥바람을 쐬어보자고 해서 시작된 행사다.올해는 남해 원예예술촌과 독일마을, 다랭이 마을을 둘러보고 보리암과 사천(四川) 바다의 자연경관을 즐기는 1박2일 코스로 일정을 잡았다.전망 좋은 콘도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내면서 주로 건강얘기, 자식들 얘기, 초등학교 시절 추억담으로 돌고 도는 얘기지만 매번 들어도 수십 년 추억을 공유하는 관계라서인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다.몸이 성치 않아 못 온 친구들 얘기로 방향이 돌면 “그
풍향계
나기황
2018.09.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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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7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는 페이스북을 필두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적어도 1개 이상의 SNS 계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일상화 돼 있다. SNS가 가지고 있는 즉시성, 공유성, 실시간성, 상호작용성, 집단지성이라는 기능적 특징이 우리의 생활환경변화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나날이 진화하고 증가하는 SNS환경 속에서 ‘해시태그(#-hash tag)’가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끼리끼리의 관심사를 나누고 어떤 생각을 모으는데 아직은 해시태그만한 수단도 없
풍향계
나기황
2018.08.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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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들 줄 모르는 폭염만큼이나 ‘최저임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논란의 중심축은 최저임금 인상요구가 아니라 인상저지를 위한 대정부투쟁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성균관대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시위가 올 7월 들어 폭증한데는 최저임금 문제로 인해 우리사회 갈등이 격화된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영계와 소상공인들까지 ‘모든 경제주체들’이 생존권방어를 위해 선제적 공격을 벌이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법’을 보자. 제1조, 목적에는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
풍향계
나기황
2018.08.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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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라면 바글바글 인산인해를 이뤘을 한 낮 해수욕장이 텅텅 비어 있다. 맨발로 불판 위를 걷는 것처럼 백사장이 후끈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탓이다.해묵은 논쟁이지만 무더위의 원흉은 ‘지구온난화현상’이다. 지구의 대기층이 제때 창문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물면서 소위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일으키기 때문이다.지구온난화의 폐해는 이미 재앙이 되고 있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무더워진 여름, 따뜻해진 겨울,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쓰나미, 태풍과 폭우, 극심한 폭
풍향계
나기황
2018.07.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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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5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여 숨 가쁘게 달려 온 러시아 월드컵이 오는 16일 결승전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당초 북미회담이라는 세계적 이슈에 가려 열기가 식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도 결과에 관계없이 월드컵의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했다.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상대로 랭킹 57위의 한국이 아시아 축구역사상 최초로 디펜딩 챔피언(직전 월드컵 우승국)을 이긴 나라가 됐다. 그것도 2:0이란 스코어로.월드컵에서
풍향계
나기황
2018.07.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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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6·25기념행사가 있었다. 전쟁발발 68주년, 정전협정65주년이다. ‘사변동이’가 공식적으로 ‘노인’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는 긴 세월이다.지난 4.27판문점선언의 후속조치로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추진되고 있다. 두 달 후면 만나게 될 남북이산가족 예비후보자가 1차로 500명이 선정됐다.선정방식은 무작위 컴퓨터 추점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물론 90세 이상 고령자와 직계 가족을 두고 온 신청자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했다고는 하지만, 이산가족 5만7천 명 중에서 500명이라니 턱없이 부족하다. 500명이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
풍향계
나기황
2018.06.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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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한 공간, 한 주제’를 카메라에 담은 72시간의 영상기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다큐멘터리 3일‘이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노량진 고시촌의 막막한 청춘들의 이야기, 창신동 봉제골목의 고단한 삶의 모습, ‘블랙이글스(680회-6월3일)’를 타고 에어쇼를 보여주는 공군조종사의 아찔한(?)일상까지 잔잔한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한 공간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시나브로 스며드는 시간 3일, 한 공간이 가진 시간의 흐름 위에서 '진짜'를 마주하고 해석하는 과정,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풍향계
나기황
2018.06.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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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지난 주말 특별한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청주 역에서 전곡 역까지 720명의 대가족이 같은 열차를 나눠 타고 추억 속을 달렸다. 최종 행선지는 연천 전곡리 구석기시대 유적지다.성당에서 ‘본당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기획한 ‘행복한 기차여행’이다.10세 이하 어린이부터 80세 이상 어르신까지 3~4대가 함께 어울려 깃발을 따라 시끌벅적 움직이는 대 부족(?)의 행렬을 보면서, 이 작은 시골마을에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몰려온 것은 선사시대 이래 처음이라고 누군가 우스개를 한다.역사는 우연의 산물일까, 필연의 결과일
풍향계
나기황
2018.05.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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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자 누군가 볼멘소리를 하며 들어선다. 산책을 나가려던 참인데 마스크를 두고 왔단다.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이라 마스크 없이 나갈 수 없는 현실에 ‘화(火)’가 난다고 한다. 시장가는 길목에 가게마다 길가에 내놓은 물건들 때문에 거치적거리고 그놈의 고양이가 밤새 쓰레기봉지를 헤집어 놓았다고 투덜거린다. 도로변 양편주차 때문에 짜증나고 선거철이라 가는 데마다 후보자들이 건네는 명함받기도 성가시다고 한다.끼어들기를 못 견뎌 보복운전을 하다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살인까지 저지
풍향계
나기황
2018.05.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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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봄의 경계가 모호하다. 꽃 피는 춘삼월이 무색할 정도로 햇살이 따갑다. 산으로 들로 바깥나들이가 한창일 이맘때면 이곳저곳에서 초중고 동문체육대회도 다투어 열린다.필자도 모처럼 초등학교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만나는 자리마다 지난 주 ‘4.27 판문점선언’의 뒷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세계적 관심사였던 남북정상회담의 여운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이번 6.13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한참 뒷전으로 밀리는 느낌이다.최근 판문점 선언을 염두에 둔 듯, “우리가 전후1세대니 휴전된 지 65년이 맞네. 전쟁 없이 한 생을 마친다는
풍향계
나기황
2018.05.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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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힌트는 ‘붉은 색’, 온도는 36.5℃, 그리고 마지막 힌트는 ‘부족하면 생명을 잃는 것’ 무엇일까. 정답은 ‘혈액’이다. 스무고개 전에 힌트만으로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문제다.혈액은 생명과 동의어다. 이 소중한 생명 나눔의 행위를 ‘헌혈’이라고 한다.헌혈의 1차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긴박하고 절실한 ‘수혈’의 현장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혈액(피)을 이용한 치료방법은 고대 이집트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사람의 혈액을 혈관 내에 직접 주입한 최초의 수혈은 영국의 산부인과의사 제임스 브룬델(James Blu
풍향계
나기황
2018.04.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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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1. 눈길 닿는 곳마다 팝콘 튀듯 톡톡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자두 꽃, 벚꽃, 개나리, 진달래 할 것 없이 눈부신 꽃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진해 군항제의 벚꽃축제가 TV화면 가득 잡히고 무심천변의 벚꽃도 예년보다 4일이나 앞당겨 터질 듯 부풀어 오르더니 풀풀 꽃비를 날리고 있다. 천지사방이 꽃이고, 빛이다.4월이면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자주 인용된다. 황무지처럼 변해버린 요즘의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
풍향계
나기황
2018.04.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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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세계 물의 날’이다.1992년 제47차 유엔총회에서 지구촌의 물 부족 현상을 알리고 수자원의 보호를 위해 제정한 날이다. 햇수로 27년이 됐는데도 ‘물의 날’이 있는 지조차 희미하고 ‘물’에 대한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세계에서 물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가 하루 5000명 이상이나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인구행동단체(PAI)’의 분류에 의하면 1990년에 이미 ‘물 부족(water-stressed)’국가로 분류되었고, 2025년에는 ‘물 기근(water-scarcity)’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
풍향계
나기황
2018.03.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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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 ‘우수(雨水)’가 지나고 엊그제가 ‘경칩(驚蟄)’이다.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고 강원지역에서는 뒤늦게 폭설이 내리기도 했지만 춥고 지루하던 겨울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바람은 차지만 한편으론 ‘대동강 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놀라 깨어나는 시기’임에 틀림없다.온 대지에 물이 오르고 스멀스멀 봄기운이 느껴지는 이때, 아직은 아니라고 시샘하듯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이 ‘꽃샘바람’이다.이 시기에 나무들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뿌리를 통해 자양분을 조금씩 빨아들이고,
풍향계
나기황
2018.03.0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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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도 단 한 주일만을 남겨놓고 있다. 2월은 그레고리력으로 한 해의 두 번째 달로서 악보로 치면 박자를 다 채우지 못한 못갖춘마디요, 태생으로는 30일에서 이틀이 모자란 미숙아다.호사가들은 모든 요일이 고르게 네 번 씩 들어가는 2월이 풍수지리에 빗대어 823년 만에야 오는 귀한 달이라고 추켜세우지만 하등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윤년을 제외하고 28일로 돼있는 2월에 구조적으로도 일곱 개 요일이 네 번씩 고루 들어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평년 2월에 주고받는 우스개 덕담쯤으로 넘기면 되겠다.허나 굳이 이런 ‘
풍향계
나기황
2018.02.21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