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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내 가슴은 진달래 가득한 꽃길에 들어간 것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천지가 온통 꽃들의 무덤이었고 붉게 빛났으며 새새틈틈 향기가 끼쳐왔다.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모습이 너무 눈부셔 가까이 갈까 망설였지만 푸른 나비처럼 살포시 그대의 품에 안겨 비온 날의 싱싱하고 촉촉한 그 숨결, 햇살처럼 빛나는 그 눈빛, 새벽안개 같은 보드라운 소리를 들으며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꽃처럼 나비처럼 햇살처럼 안개처럼 온 몸에 생기가 돌더니 내 삶의 낡은 비늘이 하나씩 떨어졌다. 지금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동양일보
2019.03.0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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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강물은 낮고 깊으며 느리되 푸른 기운 가득하다. 하늘은 높고 청명하되 햇살과 바람이 낭창낭창 노래한다. 대지는 봄이 오려는지 흙 내음 가득하고 소나무 숲도 삼삼하다. 그곳에 천년의 탑이 있다. 대지를 품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으니 인간의 얄팍한 마음으로 그 기개를 어찌 알 수 있을까.중앙탑 계단을 오르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매 순간이 해탈이다. 앙가슴 뛴다. 억겁의 시간, 오래되고 낡은 그 날의 상처가 내게로 와 꽃비를 흩날린다. 마음에도 중심이 있고 나라에도 중심이 있으며 사랑에도 중심이 있다. 중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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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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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성공할 자격이 없다. 상처가 없는 곳에는 빛의 통로가 없다. 낮고 느린 곳, 아픔이 깊은 곳에 삶의 향기가 있다. 별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밝게 비춘다. 매화가 아름다운 것은 매서운 추위와 온 몸으로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죽순이 자라 대나무가 되려면 매순간 마디와 마디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새들은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한 일(一)자를 10년 쓰면 붓끝에서 강물이 흐른다.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고,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제 곡조를 간직한다. 수묵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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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2.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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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새벽길을 걸으면서 나는 본다. 어둠속에서 밤새 내린 눈은 더 욱 하얗고 밤하늘의 별들은 얼음처 럼 빛났으며 마른 나무들은 소리 없 이 침묵하되 엄연하게 그 자리를 지 키고 있다.차디찬 바람은 저 먼 곳에서부터 달려와 기어코 골목길을 지나 내게 로 오더니 심산한 내 가슴을 후비고 귓불을 때린다.가로등 불빛만 깜빡이고 이따금 새벽길을 걷는 타인의 그림자가 쓸 쓸하다. 여기가 어디던가. 나의 길은 여기인가 저기인가. 내 삶의 최전선 은 언제나 차디차다.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어두운 곳 에서,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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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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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보라. 동트는 산천을, 트림하는 대지를, 노래하는 새들을, 붉게 빛나는 태양을. 자연은 다투지도 서두르지도 욕심 부리지도 방황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이익만을 쫓지도 않고 아쉬움과 미련에 억매이지도 않는다. 오직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자신이 있어온 곳, 있어야 할 곳에 엄연하게 있을 뿐이다.자연은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며 새 순 돋는 아픔을 인내한다. 칼바람 부는 북풍한설에도, 그토록 뜨거웠던 여름날에도, 세상을 요동치게 하는 태풍 속에서도, 메마른 땅 갈증나는 가뭄 속에서도, 어둠이 밀려오는 고립무원에서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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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1.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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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주님, 달콤한 하루의 문을 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마신 술과 어제 만난 사람들과 어제 했던 많은 일들이 결코 삿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오늘 하루도 책을 읽고 길을 나서며 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매 순간이 앙가슴 뛰고 값진 결실로 이어지도록 인도해 주십시오.그렇지만 주님, 새새틈틈 제 곁으로 다가와 몸과 마음을 뒤흔들며 유혹하는 붉은 악마의 기운을 느낍니다. 나태와 거짓과 욕망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니 제게 지금보다 더 가혹한 채찍을 주십시오.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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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1.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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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달력 앞에서, 책들의 무덤에서 서성거린다. 한 해의 마지막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깊어가던 가을 날, 어머니가 마당 한 가운데서 서리태를 까불며 정갈하게 세 갈래로 나누듯이 나도 내 삶을 나누었다. 어머니는 가장 좋은 콩은 내년에 씨 뿌릴 종자로 남겨두고 그 다음 좋은 것은 이웃들 품삯과 설에 찾아올 삼촌들 선물로 챙겨 놓았다. 나머지는 가족들이 먹을 식량이라고 하셨다.좋은 일, 그저 그런 일, 슬픈 일. 내 삶도 이렇게 세 갈래였다. 좋은 일은 건강을 되찾고, 사랑을 되찾고, 일을 되찾은 것이고 그저 그런 일은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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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1.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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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오늘은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겠습니다. 내겐 더 큰 채찍을 들고 스스로에게 엄중한 잣대로 지난날의 상처와 불온했던 일들을 결코 용서하지 말라고, 가장 낮은 자세로 살아갈 것을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그리고 오늘은 오직 당신을 위한 기도만 하겠습니다. 아프지 말라고, 아프더라도 조금만 아프게 해 달라고, 언제나 기쁜 일 가득하라고, 쏟아지는 햇살처럼, 밤하늘의 별처럼 매순간 빛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그 빛나는 풍경으로 세상을 밝히게 해 달라고, 그리고 당신과 나, 사려 깊게삶의 향기로 가득하게 해 달라고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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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1.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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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여행을 떠날 땐 언제나 혼자였다. 숲길, 들길, 물길을 따라 자연 속으로 걸어갈 때도, 도시의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그 속살을 훔칠 때도,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의 풍경 속으로 들어갈 때도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삶의 최전선에 서 있는 나의 존재에 의구심을 던질 때,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알 수 없을 때, 말 많은 세상 전쟁같은 현실에 현기증이 날 때, 앞만 보고 달리는데도 여기가 어디인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여행지에서 홀로의 외로움에 치를 떨다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로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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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9.01.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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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그 어떤 만남도 우연은 없다. 스쳐가는 풍경 속에도 운명이 깃들어 있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매 순간 앙가슴 뛰는 일이다. 만남과 만남 속에 내 삶의 이야기가 있고 꿈이 있으며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남은 소중하다. 애틋하다. 만남을 통해 상처가 생길지라도 헛된 것은 없다.여행이 즐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금술사를 지은 파울로 코엘료는 “최고의 배움은 여행에서 얻어진다”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은 생각의 산파”라고 했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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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12.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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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아픔이 아무는 성찰의 시간꽃들이 여기저기서 해산의 비명을 지르더니, 산천초목 모두 푸른 기운 가득하더니, 이 산 저 산 붉게 빛나더니, 마른 가지에 찬바람만 나부낀다. 석양속에 빛나는 풍경들은 하나같이 환생과 순환의 기나긴 시간이 담겨있다. 낮잠 자는 고양이 돌담 사이에도, 은빛 비늘이 춤추는 호숫가에도, 뱀 허리처럼 휘어진 오솔길에도, 소나무 미루나무 잎에도 살아온 날들의 기억이 있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다.한 해의 끝자락에 서니 마음이 심란하다. 세월에 지치고 남루해진 모습, 거짓과 위선과 욕망으로 가득한 세상, 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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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2018.1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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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종(鐘) 속으로, 판화의 풍경속으로 떠나는 여행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주철공방에만 가면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쇳물을 녹이는 할아버지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붉게 빛나는 얼굴에, 주름진 목젖에 검게 그을린 팔뚝과 유리알 같은 땀방울이 솟구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팔촌형은 할아버지를 빼닮았다. 손짓 발질 몸짓도 그러하고 눈빛까지 똑같았으니 종을 만드는 것은 우리 집안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운명을 거부하고 싶었다. 떠나고 싶었다. 그 틈새를 기웃거렸지만 이곳을 탈출하면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동양일보
2018.12.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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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물은 선하고 맑고 향기롭다. 달콤한 행복이자 고단한 삶 속에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며 영원한 청춘이고 사랑이다. 땅 속 깊은 오지에서 젖 먹던 힘을 다해 용솟음칠 때는 하늘보다 더 크다. 우주이고 태양이다. 물은 계곡을 따라 폭포수가 되고 처연한 이별이자 지저귀는 산새소리처럼 숲속의 악동이다.누가 그랬던가. 나이테는 나무가 만들어 낸 역사이고, 나무껍질은 나무가 겪어낸 고난의 무늬라고. 어린 소나무는 껍질이 가볍지만 오래된 나무는 두텁고 강하며 질기다. “남산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애국가처럼 한국인의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동양일보
2018.12.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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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굴곡진 역사와 함께 해 온 우리의 공예문자도 활자도 없던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다. 삶의 현장에서 보다 실용적이고 가치 있는 그 무엇을 갈망해 왔다. 그리고 삶의 존재와 아름다움과 욕망을 담기 위해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농경사회에서는 보다 실용적이고 유용한 농기구를 만들었으며, 삶이 풍요로웠던 시대에는 단순한 기능미를 뛰어넘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으로써의 공예품이 제작되었다. 암울한 시대에는 장식미보다는 기능미에 초점을 두었다. 신라의 금관,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공예품을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동양일보
2018.11.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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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은빛 호수에서 만추의 아름다움을 담는다 오늘도 길을 나선다. 신작로를 피해 산길을 걷는다. 가을의 끝자락 빛과 그림자 사이로 자연은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육탈의 비명을 지른다. 그토록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풍경에 바람만 나부끼고 지난날의 추억은 속절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내 곁에 없다.남은 것은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할지 두리번거리니 내가 가지 않은 길 저 끝에 붉은 깃발이 휘날린다.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길, 자박자박 설렘을 안고 들어가니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것들이 가볍게 여겨지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온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동양일보
2018.11.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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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완성은 홍시다. 북풍한설을 비집고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꽃이 피고 녹음 가득하더니 그토록 잔인했던 여름과 메마른 대지와 악마처럼 들이닥친 태풍 속에서도 기어코 살아나 알알이 열매 가득했다.저 안에 기쁨과 영광, 미련과 슬픔의 무수한 풍경이, 깊은 상처가 깃들어 있다. 골목길에서, 신작로에서, 들녘에서 하늘을 나는 새와 길목에서 어슬렁거리는 짐승과 정처없는 나그네의 이야기를 제 다 품었다. 가끔은 바람이 어깨를 툭 치기만 해도 깜짝 놀라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까치밥이 되기도 했다.살아남은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이 모든 것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변광섭
2018.11.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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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길은 구부러지고 어떤 길은 곧게 뻗어있다. 어떤 길은 발 닿는 매 순간 보드랍고 어떤 길은 걸을 때마다 천근만근이다. 어떤 길은 숲과 계곡과 꽃으로 가득하고 어떤 길은 삭막하고 북풍한설 몰아친다.어떤 길은 유순하고 어떤 길은 험하고 고달프며 마른 먼지 푸석인다. 산길, 들길, 물길, 골목길, 기찻길, 하늘길, 아스파트길…. 혼자 걷기도 하고 둘이 걷기도 하며 여럿이 함께 걷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두리번 거린다. 풍경을 담고 추억을 담고 그리움을 담는다. 꿈을 담고 사랑을 담고 상처를 담는다.길을 걷는 매순간이 삶의 신비다.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변광섭
2018.11.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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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비우고 채우며 젖는다. 하늘 높은 곳,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부터 오방색 물감질로 내 마음 속 깊이 스며들더니 숲의 가장자리가 바스락거리며 애를 태운다. 푸른 들녘은 황금빛 물결 출렁이고 논길 밭길을 오가는 농부의 주머니 풍년이다. 텅 빈 대지에 마지막 남은 구절초 꽃, 햇살에 서걱거리는 마른 억새, 그리고 찬바람만 괜한 심술을 부린다.가을엔 몸과 마음이 비옥한 내면의 시간이다. 지혜가 익고 삶이 성숙해진다. 사사로운 것들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고 한 권의 시집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 두리번거린다. 커피를 마시며 지나온 삶의 애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변광섭
2018.11.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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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발 끈을 조여매고 길을 나선다. 날마다 걷는 그 길이지만 날마다 새 길이다. 자연의 풍경이 다르고 사람의 옷깃이 다르며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새들과 꽃들과 햇살의 온기와 서걱거리는 바람과 숲의 비밀도 다르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든 순간이 새롭다.사랑하는 사람아, 당신 가슴에서 전해오는 숨결, 사랑의 속삭임과 빛나는 얼굴, 젖은 숲처럼 당신의 등 뒤에서 서서히, 문득, 깊고 느리게 꽃대 올라오는데 어제의 그것이 아니다. 하여 오늘 걷는 이 길은 새 길이다. 날마다 희망이다.증평 율리는 이야기 천국이다. 조선 후기 책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변광섭
2018.10.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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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걷는 거야. 숲길, 물길, 들길, 골목길을 걷는 거야. 들숨과 날숨으로, 씨줄과 날줄로 걸으며 자연을 품는 거야. 가을엔 젖는 거야. 풍경에 젖고, 그리움에 젖고, 사랑에 젖고, 달콤한 꿈에 젖는 거야. 젖으며 익어가는 거야.가을엔 물들고 스미는 거야. 바람에, 햇살에, 흐르는 물살에, 그리고 시심에, 돌아오지 않을 추억에 물들고 스미는 거야. 그리하여 가을엔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거야. 노래하는 거야. 삶의 향기 깃드는 거야.콧노래를 부르며 좌구산을 오른다. 도시 인근에 이토록 험준한 산이 있다니, 숲 속에 휴양림과 천문
우리동네 숨겨진 이야기
변광섭
2018.10.18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