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수(한국화가·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학예사) 작, ‘캣츠아이’


내 이름이 지워지기 전에…
김진수 수필가

창 밖에는 풀무치의 울음소리가 가을 귀를 열고 있습니다.
나도 목청을 가다듬고 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말을 해서 무엇하리오. 하늘은 높푸르고 열매들은 이제 점점 여물어 가겠지요.
짧지 않은 생애 살아오면서 자연이 내게 준 축복에 눈물 흘립니다. 내게 몇 번이나 더 있을 가을인지도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껏 나는 그 축복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냥 내게 당연하게 와 주어야하는 계절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 내가 받은 축복을 아낌없이 나누려합니다. 아무리 멀리에 있어도 보고 싶은 얼굴 찾아가서 다 하지 못한 우정과 사랑을 나누렵니다.
풀무치의 울음소리가 애잔합니다.
말이 통하고 가능하다면 갈대 우거진 숲 속 찻집에 마주 앉아 찻잔 기을이며 못다한 저 마다의 꾸겨진 사연을 펼쳐 놓고 못다한 사랑 나누고 싶습니다.
수첩에 적혀 있던 다정한 이름들이 하나 둘 지워집니다. 내가 또 그들의 수첩에서 내 이름이 지워지기 전에 못다한 사랑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하며 소망해 봅니다.
이 가을엔 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머뭇거리지 않고 먼저 찾아가서 미안했노라고 고마웠노라고 사랑했노라고, 고백하고 참회하고 사랑하는 맘을 전해야 합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