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신작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 도종환 시인/ 사진 연합뉴스.
▲ 도종환 시인/ 사진 연합뉴스.

꿈꿀 수 있어서 아름다웠으므로 / 세상을 사랑한 것만으로 내 생은 충분했으므로 / 해금 연주가 끝날 때까지 / 잠시 있어주면 고맙겠다 / 인연 깊은 이들을 고맙게 기억하며 / 나도 한 마리 귀뚜라미처럼 돌아가리라 -‘귀뚜라미를 조상함’ 중에서

시인이 돌아왔다. 도종환이 돌아왔다. 고요를 잃은 시대에, 다시 한번 ‘고요로 가야겠다’는 결심으로 그가 돌아왔다.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간된 도종환 신작시집 <고요로 가야겠다>는 ‘이월’, ‘고요’, ‘달팽이’, ‘슬픔을 문지르다’, ‘사랑해요’, ‘당신의 동쪽’, ‘손’, ‘끝’ 등 여덟 개의 사유의 방으로 나눠 93편의 시와 함께 ‘추천의 말’과 작품해설을 곁들여 292쪽에 담아냈다.

출판사 서평은 ‘도종환이 건네는 고요의 형식’이라는 소제 아래 “시인이 지금껏 펴낸 모든 시집 가운데에서도 가장 부드럽고 다정한 형식으로 완성된 책”이라며 “그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가장 단단한 현실을 뚫고 피어난 온화한 결심”이라고 평했다.

곽재구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난해한 정치판에 들어가 판을 향기롭게 만들었던 시인이 이제 그 향기를 시로 돌려주고 있다”고 했고, 나희덕 시인은 “이 시집의 화자들은 폭풍의 시절을 지나 고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그의 시가 “소음과 고요, 분노와 사랑, 격정과 지혜 사이에서 인간의 진실을 지켜온 언어”라고 평했다.

두 시인의 말처럼 <고요로 가야겠다>는 떠남이 아니라 귀환의 시집이며 언어로 다듬은 마음의 집이다. 각 시는 명상적 공간이 되어 독자에게 멈춤과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바람이 멈추었다 / 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문장은 시인이 도달한 윤리적 결심이며, 도피가 아닌 회복의 선언이다. 고요는 침묵이 아니라 이해이고, 세상 속에서 자신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신간 소식을 듣고 출판기념회 일정을 물었더니 “출판기념회는 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답한 도 시인은 말한다.
“고요로 가야 합니다. 거기 시가 있습니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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