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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 가까이 빛을 빨아들여도 골목은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빛으로 공연하길 포기한 아바나는 소리 마술을 시작한다. 술래잡기 할 때 박수이듯 소리로 바뀐 빛이 잠든 뇌 세포를 깨운다. 시소 한 끝에 올라탄 태양 열기가 소리 무게 땜에 까마득 멀어진다. 진폭 키운 소리가 달빛을 배터리 삼아 밤새 축음기를 돌려댄다. 빛이 스러진 골목에 그라마폰 스피커로 생기 불어 넣을 모양이다. 질곡의 세월을 변주해서 태어난 음악인 손도 그들 율조에 마력을 보탠다. 뒤늦게 켜진 가로등이 골목에 숨어든 소리를 호명하고, 악단 악기들이 성가셔 쟁였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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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0.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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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구아에서 온 두차 텔리에르 레네. 그는 1999년 세워진 라틴 아메리카 의과대학 3학년이다. 영 연방 소속 독립국가인 안티구아를 의료 사각지역에서 탈출시키고자 의학 공부를 하고 있다. 미라마르에서 만난 그는 학교에서부터 걸어오느라 옷이 축축했다. 20킬로미터 가까이 땀 흘려 걷고도 환하게 웃을 수 있다니. 푹푹 찌는 날씨에 버스 탈 생각조차 않았다는 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 가지곤 버스 탈 형편이 못 되나 보다. 레네를 만난 건 지인이 맡긴 장학금 때문이다. 책 살 형편이 못 되는 그에게 지인이 한푼 두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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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0.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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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여기저길 기웃거릴 동안 누군가 물을 흩뿌린다. 고개 젖혀 위를 바라보니 아무도 없다. 구름 몰려드는 하늘을 본 뒤 우기 시작됐단 걸 깨닫는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 골목엔 떠돌이 개와 길고양이만 어슬렁거린다. 늘 열려있던 내국인 식당도 깜깜하다. 한산한 풍경을 채우려는지 허기지고 초라한 차림의 몇 사람이 등장한다. 그들 비닐봉지는 굴러다니는 재활용품 빨아들일 소품이다. 주름진 손이 휴지통 더듬으려 뻗지만 의자가 가로막는다. 비 소식 들은 가게 주인이 휴지통에다 그걸 기대놔서다. 가죽 재질의 의자쯤 비 맞혀도 된다 생각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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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10.1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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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더듬는 짜릿함에 빠져있는 동안 폰이 반짝거린다. 진땀 훔치고 주머닐 뒤져 그걸 꺼내본다. 커피에 삶 전체를 투사해서 시간 흐름조차 잊은 지인이 보낸 문자다. 답글 한 줄 보내기 바쁘게 단답형 문장이 날아든다. 대뜸 쿠바 유기농 커피를 사 달란 명령이다. 커피 홀러인 그도 쿠바 유혹에 서서히 빠져 드나 보다. 카페 있는 곳을 묻고 물어 다시 골목을 누빈다. 지름길은 문장 속 빛나는 은유처럼 감춰져 있다. 깊은 사유 끝에 찾아내는 게 묘미란 듯 아바나 골목 찾기란 방정식 푸는 것보다 어렵다. 그러는 사이 따가운 햇살의 레드썬,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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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9.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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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합숙소 분위기인 브리가다 캠프, 칠레 남자 움베르또 리더십 덕분에 힘들다는 걸 느낄 틈이 없다. 수많은 사람을 이끌고 다니며 구호를 선창하고 분위기를 띄운다. 움직일 때마다 주위가 시끌벅적하고 그가 없으면 바람 빠진 에드벌룬처럼 분위기가 싸하다. 그가 칠칠칠, 레레레 라고 외치면 무리들이 칠레, 칠레, 칠레라고 후렴을 넣는다. 순간, 낡고 열악한 캠프에 불을 훤히 밝힌 것 같다. 그 뒤로 단합,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칠레로 굳어진 거다. 저녁 자유 시간이면 그들은 야외무대를 배경으로 모여 웃고 떠든다. 뭔 얘기가 그리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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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9.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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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개업식에 초대 받아 사람들과 어울렸을 때다. 유기농 쿠바 음식이 먹고픈데 메뉴는 죄다 한국식이다. 술잔이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 취기 오른 누군가가 노래방 가자고 깃발을 든다. 군중 속에 끼는 게 싫은 옆 자리 여자가 인상을 찡그린다. 그녀는 토요일 저녁 살사 대회에 가야한다면서 눈을 끔뻑 한다.귀한 자리에 낄 수 있겠단 생각에 술이며 음식 따위가 보이지 않는다. 노래방 가려고 일행들이 하나 둘 일어선다. 이때다 싶었던지 내게 신호를 보낸 여자가 딸과 함께 도망친다, 우리 셋은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탈주극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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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9.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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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 피 튀기도록 싸우던 중 공연장 갈 사람들 나오라고 불러댄다. 모기 한 마리를 넉 다운시킨 뒤 2층 침대에서 내려간다. 문을 나서다 멈칫, 바람막이 꺼내려고 캐리어를 뒤진다. 덥고 습한 캠프와 달리 버스며 공연장 에어컨 땜에 감기 걸릴지 몰라서다. 미니버스에 탄 사람들은 탈주극을 벌이는 듯 긴장 모드다. 에어컨으로 샤워하는 동안 버스는 아치형 트로피카나 네온사인 아래로 파고든다. 수영장 넓이의 정원엔 나트륨 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다. 버스 문을 연 인솔자 에르네스토가 어디론가 달려간다. 잠시 후 그가 입장권을 펴 들고 ‘바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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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8.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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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이에게 표절 시비는 목의 생선 가시다. 그런 걱정 따윈 접어두라고, 글파라치 따돌릴 소품이 넘쳐난다고 떠든 누군가의 말만 믿고 캐리어를 챙긴다. 줄친 곳을 나의 영토라며 땅땅거리고 싶은 본능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색감부터 다른 문을 꿈인 듯 열고 들어선다. 시가향기 면사포가 풍경화에 드리우는 순간 굳었던 뇌가 초콜릿처럼 녹는다. 그럴 때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이 마구 솟아나고, 까닭 모르게 손끝이 가려워 키보드에다 낯선 풍경을 그려나간다. 신들린 듯 그린 그림은 왠지 낯설지 않다. 전생에 여기가 고향이었나. 아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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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8.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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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연휴 땜에 피난 온 호텔 빠사까바요. 넓푸른 수영장과 야외 공연장이 창 너머 어른거린다. 반대편엔 코발트빛 해협이 세이렌의 치렁거리는 머릿결처럼 투숙객을 유혹한다. 바다 건너 적막에 싸인 섬에서 썸남썸녀가 돼 보잔 뜻일까. 돌로 쌓은 성벽 속 몽환에 가려진 세상은 꽃잠 수놓기에 그저 그만이다. 우뚝 솟은 아파트를 성이 들여다보이게 지은 건 안에서 벌어질 일을 예견한 것 같다. 화물선이며 유람선도 뱃고동을 울려 엉뚱한 궁리 따윈 하지 말라 경고를 보낸다. 출근 시간이면 통통배 한 척이 성 안의 사람들을 육지로 실어 나른다.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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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8.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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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수탉 홰치는 소리가 들리고, 창이 서서히 밝아온다. 식사를 마치고 흔들의자에 앉는 순간 마부가 된 임금님이 나타난다. 마차는 어디에 있는지, 국립공원까진 얼만큼 가야하는지 끝내 말 한 마디 없다. 속은 건 아닐까 하면서도 그를 뒤따른다. 오 분쯤 걸으니 조랑말에 묶인 리어카가 저만치 보인다. 저걸 두고 꼬체로 국립공원 트래킹하자며 꼬셨나 보다. 왕비와 열한 살짜리 왕자가 나 먼저 마차에 오른다. 왕실 전용 마차에 끼어 탄 나는 리어카 흔들림에 맞춰 그들에게 머릴 조아려야 한다. 왕실 얘기가 오가는 사이 지나치는 백성에게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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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8.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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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터미널을 서성거릴 때다. 산적처럼 생긴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다짜고짜 아바나 갈 거냐고 물었다. 험상궂은 표정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따를지 알 수 없었다. 흥정은 일방적으로 끝났다. 곧 떠나는 택시가 있다더니 주위엔 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딨냔 말이 떨리며 건너갔다. 주먹을 맞대고 우두둑 소릴 낸 그가 한적한 뒷골목을 가리키며 따라오라 손짓했다. 오금이 저려 발이 쉬 떼 지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꼬르륵 소리가 오후 두시 햇살의 드센 기운을 업고 고막을 두드렸다. 시계를 본 그가 구시렁거리며 폰의 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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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8.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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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없는 시골 터미널, 정차한 버스가 손님을 하나 둘 뱉어낸다. 뒤따르던 차들 때문에 길은 금세 메워진다. 차가 배설한 매연 명령에 따라 고갤 돌리면 터미널 건너 좁다란 광장 호세 마르티 동상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시선은 절로 자긍심 담아 펄럭이는 쿠바 국기에 가닿는다. 마주 보이는 건물 문화 센터 팻말도 까치발로 제 존재를 드러내려 애쓴다. 광장은 내 소유 아니냐며 눈 내리깔고 선 종탑은 유난히 우뚝하다. 녹슨 종을 두드리면 콜럼버스가 깨어나 여기가 아름답기론 갑이라고 외칠 것 같다. 정오 넘긴 햇살은 종탑 위엄을 비웃 듯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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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7.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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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금연 글씨는 한국인 만나기보다 힘들다. 병원이나 혁명기념관 쯤 돼야 ‘NO FUMAR’ 란 표시가 보인다. 국민 건강을 내세운다는 보건부 정책은 왠지 미심쩍다. 시가가 설탕, 커피와 함께 3대 수출품이기 때문일까. 미소 더불어 시가 문 퍼포먼스는 때와 장소, 남녀 또한 가리지 않는다. 여행 선물 품목에서도 시가는 빠지는 법이 없다. 북한 외교관들이 외교행랑에 넣어 반출한 쿠바 시가를 되팔아 이익 챙긴 역사도 꽤 오래 됐다. 골목 지나칠 때 코로 스며드는 냄새는 근처에 초콜릿 가게가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도록 한다. 아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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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7.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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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갯바람 날아드는 방파제, 말레꼰을 혼자 걷는다. 길에는 전날 밤 마신 술병들과 매듭 묶은 콘돔도 버려져 있다. 밤에 지나친다면 더없이 민망한 핫 플레이스인 게 분명하다. 청소부나 재활용품 줍는 사람들이 여태 거치지 않은 탓일까. 주위를 둘러봐도 나 혼자뿐, 갈매기들만 텅 빈 바다 위를 날고 있다. 카리브해 코발트색에 몸 적시며 호젓하게 걷는 동안 달달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몽상 떨치라고 그러는지 난데없이 빠른 노랫소리가 날아든다. 자기검열로부터 해방된 내가 낯선 리듬에 맞춰 어깨를 흔든다. 곧이어 말레꼰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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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7.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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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리니다드는 쿠바 여행의 종결판이다. 국토 70%가 평지인 섬의 산, 바다, 들판이 어울려 여행자에게 안기는 선물 꾸러미다. 상자에 무엇이 들었을까 상상하며 마요르 광장에서 완경사 따라 올라간다. 십여 분 걸어 등에 땀이 맺힐 때쯤 종탑 하나가 길을 가로막는다. 뭘까 하고 가이드북 펼쳐보니 성당을 리모델링한 LCB 박물관이다. 반가운 마음에 아치형 문짝 배꼽 부분을 주먹으로 툭툭 친다. 고릴라 몸집 같은 나무대문 빗장 여는 소리가 삐거덕 들려오고, 빠끔 열려진 틈새로 노인이 얼굴을 내민다. 입장료 1쿡을 그에게 쥐어주고 어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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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7.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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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들어서니 온통 팬터마임 분위기에 젖어 있다. 흥청거리는 사람들 틈으로 물 흐르듯 스며든다. 숨 몇 번 들이쉬니 해피 벌룬 흡입한 듯 몽롱해진다. 분절된 언어가 허공을 떠돌고, 배웠던 스페인어가 오랑우탄 말처럼 귓바퀴에 맴돈다. 상술 어눌한 난전이 오픈게임처럼 열리는 곳도 있다. 체 게바라 베레모 쓴 강아지가 관객을 희롱하고, 갸우뚱한 판자에 기댔던 책이 무료한 무릎 빌려 눅눅한 활자를 말린다. 까치발 치켜드는 조명 땜에 음영 속으로 몸 감추면, 뜨겁고 습한 바람이 관객을 뒤쫓는다. 모퉁이 돌아 간신히 숨 고른 순간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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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6.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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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까지 가려면 흥정이 필요하다. 환갑 넘긴 택시엔 미터기가 없다. 손으로 힘겹게 내린 유리문 통해 서툰 대화가 오간다. 운전기사와 가난한 여행자가 벌이는 최초의 밀당이다. 관광객들은 달라는 대로 주고 타는 게 다반사다. 가난한 여행자는 그러기 쉽지 않다. 처음 제시한 절반쯤 금액으로 실랑이를 벌인다. 입맛 다신 운전기사가 엄지를 세워 차 시트를 가리키고, 나는 덜렁거리는 문고리를 조심스레 쥔다. 장석 헐렁한 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올 것 같다. 그걸 직감한 운전기사가 손을 내젓고 내 몸은 감전된 듯 차에서 급히 떨어진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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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6.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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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여행자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아바나. 펄떡거리는 말레꼰 포말에 몸 식히는 것도 잠시다. 토시에 모자까지 쓴 단체관광객은 햇볕 피하기 바쁘다. 부채질하는 얼굴엔 짜증이 켜켜이 쌓여간다. 가만히 서 있어도 숨 막힌다는 표정이다. 시큰둥하던 그들이 두리번거린다. 귀 기울여보니 악기 연주 소리가 들린다. 시선에 잡히는 건 엉덩이 흔드는 쿠바노 뿐이다. 그가 땡볕아래 홀린 듯 몸을 꼬고 있다. 더위 피하기도 바쁜데 춤출 여유가 있다는 게 뜬금없다. 여행자는 쿠바노 열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한바탕 연극 펼친 쿠바노, 흔들의자에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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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6.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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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아바나 성 프란시스코 광장에 들어선다. 오벨리스크가 없을 뿐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과 닮았다. 유람선이 부려 놓은 관광객 그림자가 땡볕을 지우고, 그걸 쫓는 경찰들 눈초리에 졸음이 묵직하다. 눈꺼풀 게슴츠레한 경찰에게 우체국이 어디냐고 물어본다. 눈을 번쩍 뜬 그가 건너편 건물을 가리킨다. 손가락 끝에 사자머리 모양 우체통이 보인다. 난전에서 엽서를 골라 우체국에 들어선다. 남자 직원은 대뜸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생긴 거며 옷차림이 쿠바노와 달라서다. 꼬레아란 대답을 건성으로 건넨 순간 노르? 수르? 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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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6.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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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는 단편소설 ‘나홋카의 안개’(2014)로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한 김득진(60) 작가의 ‘쿠바 여행기’를 매주 금요일 연재한다. 김 작가는 2016·2017년 쿠바정부의 초청형식으로 메이데이(May-day·노동절) 행사에 참석하며 만난 쿠바의 모습과 문화, 사람들의 표정까지 여행기를 통해 소개한다. 쿠바에선 헤밍웨이 흔적을 찾는 게 우선이다. 그의 집필 장소였던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이정표로서 모자람이 없다. 좀비가 되어 미로를 헤매다가 길을 잃으면 돌아오는 자리. 햇살 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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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진 작가
2017.06.01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