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예결위 3차 추경심사서 전액 삭감
충북 청주 오송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조형물의 연내 설치가 물 건너갔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3회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에서는 도청 내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추모 조형물 설치비를 승인해 달라는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의 요구를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도의회 예결위는 25일 충북도가 제출한 3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기정예산(8조2644억원)보다 0.6%(494억5000만원) 늘어난 8조3139억원 규모로 수정 가결했다.
이날 정책복지위원회와 행정문화위원회, 산업경제위원회 소관 예산은 모두 원안 가결한 반면,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삭감한 오송참사 추모 조형물 설치비 5000만원은 전액 삭감 결정을 유지했다.
지난 8월 2차 추경안 심사 때에 이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18일 상임위인 건설환경소방위원회에서 예비 심사하면서 전액 삭감해 이번 예결위에서 부활을 기대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예결위는 삭감 사유에 대해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은 깊이 공감하나, 상임위원회의 의견과 같이 장소 적정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전체 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환 지사는 심사에 앞서 예결특위를 찾아 “사업 마중물로 예산을 집행하고 조형물 설치 장소와 운영 방안을 추후 논의하자”며 예산 통과를 읍소했지만, 위원들의 마음을 끝내 돌리지 못했다.
이날 가결된 추경 예산안은 26일 430회 정례회 2차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현재 도의회가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본회의에서 부활할 가능성이 희박해 추모 조형물 설치는 내년 7월 새 의회 출범 이후에나 재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충북도는 오송참사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도청 내 광장에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 8월 2차 추경안과 이번 3차 추경안을 통해 예산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예산권을 쥔 도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유가족 등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측은 그동안 “도의회는 추모 조형물 설치와 관련해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핑계”라며 “지자체에 추모사업을 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참사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라는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오송참사는 집중호우가 내린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물로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지영수 기자 jizoon11@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