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 소장

▲ 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장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가 점점 사라지는 날씨에도 가을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온천지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더니 어느새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우리 아파트도 단풍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황홀할 지경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으로 단풍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고 했다. 필자는 입주자대표회에 대해 갑질로 인해 언론에 보도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대표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은 사임 하였지만 아파트 동별 대표자로 2년동안 활동하였다. 대표회의는 그야말로 의결기구로서 생활정치의 최일선 현장이다.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보면 이 법은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공동주택을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입주자대표회의”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을 대표하여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구성하는 자치 의결기구를 말하며 4명 이상으로 구성한다고 되어있다.

즉 대표회의는 관리비 예산, 장기수선계획, 관리규약 제·개정, 주요 공사 등 공동주택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핵심 조직으로 그 구성과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전체 입주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즉 주민생활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이다. 대표회의는 입주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과 함께, 관리사무소의 업무를 투명하게 감시·평가하는 책임도 있다. 대표회의 운영이 잘되면 단지의 재정과 시설 관리 수준이 높아지고, 입주민 만족도와 공동체 신뢰도도 함께 좋아진다.

대표회의가 하는 일은 계약 체결, 예산 승인, 규약 제정, 하자보수 청구 등 법적·행정적 구속력이 있는 의결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관리규약 제정·개정, 관리비 예산·결산 승인, 관리주체(관리사무소) 감독, 용역 및 계약 선정, 공용시설 관리와 개선, 하자보수 및 분쟁 조정 등으로 대표회의의 결정은 아파트 단지 운영의 모든 부분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회의 및 입주자 등은 관계 법령에 위반되는 지시, 명령을 하는 등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나 폭행, 협박 등 위력을 사용하여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되어 있다. 대표회의 및 대표회장의 갑질 사례집을 보면 대표회장이 관리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서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관리소장의 전환을 요청하여 관리회사에서 소장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는 사례가 실려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에는 어느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직원 전원이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직원들은 “일부 동대표들의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관리실 직원 전원이 사직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부당한 책임 전가, 언어폭력, 모욕적 발언, 비상식적이고 과도한 업무지시, 직원 채용에 대한 부당한 간섭, 반복적인 보고 요구, 휴가 일정에 대한 자율성 침해 등을 사직 사유라고 밝혔다.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대표회장들이 훨씬 많은데도 일부 이런일들이 발생하면 서로 불편해진다. 우연이겠지만 공교롭게도 우리 아파트 관리소장이 근무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바뀌어 놀랐다. 갑자기 왜 바뀐거냐고 소장님께 여쭈니 회사에서 발령낸거라 본인도 모르겠다고 한다. 아쉬움이 컸다.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얼마전 대표회의 회장 임기가 만료되어 전임회장 포함 두분이 입후보하였기에 투표에 부쳐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었다. 새로 오신 관리소장도 업무를 익히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상호 배려하고 존중하며 갑질 없는 대표회의 운영으로 살기좋은 아파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표회의는 입주민들이 모두 대표가 될 수 없기에 대표회의에 우리의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대표회의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려면 입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대표회의에 다수가 참관도 하고 의견도 개진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아파트 살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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