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변호사

▲ 박재성 변호사

며칠 전 한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의 산재 피해 사건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한 지 7년째 되던 해에 산업 현장에서 화상 재해를 입어 두 팔을 잃었다. 이후 6년 동안 계속된 통증을 참으며 치료와 재활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의 팔을 잃게 한 회사 대표와 현장 팀장은 지금껏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손해배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활비는 산업재해보상보험상 상병보상연금(업무상 재해로 다치고 병들어 취업하지 못하는 노동자에 주는 급여)으로 충당하는데 네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그가 회사와 현장 팀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결과였다. 30대인 그는 평생 팔을 쓰지 못하는 노동능력 상실과 향후 치료비 및 간병비 등으로 4억 5천만 원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청구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억 1천만 원만 배상하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법원은 그가 곧 출국해 몽골에서 거주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위자료를 산정했는데 그에게 지급할 간병비와 위자료를 몽골의 평균임금인 1일당 2만 원(8시간 기준)으로 계산하였고, 특히 그가 사고 당시 미등록 이주노동자 상태(현재는 등록됨)였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2025년 상반기 도시 일용노임은 1일당 169,804원이고, 그가 산재 피해를 입었던 2019년 하반기 도시 일용노임은 1일당 130,264원이었다.
이 기사를 접하면서 나에게도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소송구조로 선임했던 사건의 의뢰인이었던 그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고, 결혼한 지 약 3년이 되었을 무렵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을 크게 다치게 되었다. 다행히 산재보상은 받았지만 일실이익(산재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 가동연한까지의 소득)에 대해서 회사 측은 향후 1년만 국내 근로자 임금으로 계산하고 남은 가동연한까지는 의뢰인 본국(스리랑카)의 일용노동자 임금으로 계산해서 지급하겠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스리랑카의 임금은 한국보다 훨씬 낮고,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에서 살려는 의뢰인과 그의 가족에게 그 돈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어서 그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 끝에 소송구조를 의뢰하였고,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쉽지 않은 사건이라고 설명해 준 뒤 사건을 맡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대법원은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서 ➀ 국내에서의 취업 가능 기간 내지 체류 가능 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은 국내에서의 수입(실제 얻고 있던 수입 또는 통계 소득)을 기초로 하고, ➁ 그 이후에는 외국인이 출국할 것으로 상정되는 국가(대개는 모국)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기초로 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1998. 9. 18. 선고 98다25825 판결). 나는 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의뢰인은 사건 당시 한국인과 결혼하여 결혼이민 비자(F-6)를 발급받아 국내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면서 계속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었고,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23조에 따르면 결혼이민의 체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취업활동에 제한을 받지 않고 또 체류 기간 연장 허가를 받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가동연한까지 대한민국의 도시 일용노임으로 계산한 일실이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변론하였다. 그리고 하급심 판결 중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미얀마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만 65세가 될 때까지 도시 일용노임을 기초로 일실이익을 산정한 판결도 있었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법원은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의뢰인의 국내 체류허가 기간까지만 국내에서 도시 일용노임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일부만 인용하였다. 만약 법원에서 원고가 국내에서 취업 가능 또는 체류 가능한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도 심리하여 판단하였다면 어땠을까. 의뢰인에게 차선책으로 국내 체류 기간이 연장되면 그 연장된 기간에 따라 대한민국의 도시 일용노임으로 계산한 일실이익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나타난 실망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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