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목 충북도 미래인재육성과 주무관

▲ 최세목 충북도 미래인재육성과 주무관

한국이 직면한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넘어, 앞으로 국가가 확보할 수 있는 인재의 절대량이 감소한다는 구조적 위기를 의미한다. 미래 산업 경쟁은 결국 사람의 역량, 즉 ‘누가 더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고 어떤 방식으로 성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평등은 더 이상 사회정의를 위한 담론에만 머물 수 없다.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은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 전략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한국 여성의 높은 교육 수준이다. 남녀 모두 대학 진학률이 높고, 여성은 여러 영역에서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여주며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회 진입 이후의 경로는 교육 성취와 크게 괴리된다. OECD 통계가 보여주듯, 한국의 15~64세 성별 경제활동 격차는 여전히 18%p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이는 단순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다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이미 보유한 우수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 핵심이 있다.
임금 격차 문제는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최근 수치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 대비 약 29% 낮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격차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임금 차이는 단순한 소득의 문제가 아니다. 경력 개발, 교육 투자, 직무 전문성 향상 등 장기적 성장 기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결국 우수 인재의 이탈과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인재 다양성은 혁신의 기반이다.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가진 인재들이 협력할 때, 조직이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은 훨씬 커진다. 특히 디지털 전환, AI, 바이오, 첨단 제조업과 같은 미래 산업은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사고가 요구되며, 다양성은 그 자체로 경쟁우위 요소가 된다.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기술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은 곧 국가가 미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과정과 직결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첫째, 경력 재진입 지원 강화는 필수적이다. 단순한 재취업 알선이 아니라, 디지털·AI 기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 재교육, 경력 멘토링, 유연근무제 확대 등 구조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경력 단절의 위험을 줄이고 산업 전환기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둘째, 평생학습 접근성의 성평등화가 필요하다. 업무 외 시간에 진행되는 교육이나 직무 전환 프로그램은 종종 돌봄 부담이 큰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 교육 시간과 방식을 다양화하고, 기업이 교육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임금 투명성과 공정 보상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성별 임금 공개, 직무 중심 보상, 승진 과정의 편향 점검 시스템은 조직의 공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신뢰를 강화해 기업 경쟁력에도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문화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성·포용성 교육을 정례화하고, 남성의 돌봄 참여를 제도적으로 지원해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성평등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전략적 자산이다. 모든 구성원이 공정한 기회를 기반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인재 양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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