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섭 효성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82세 여자가 다른 병원에 장염증상으로 입원한지 일주일 만에 두통과 구토를 일으키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전원되었다. 뇌 CT를 시행하고 지주막하 출혈, 뇌동맥류 파열로 확인되어 뇌혈관조영술, 코일색전술을 시행하고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 중이다. 그런데 5년전 머리 MRI를 찍었고 당시에 뇌동맥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가볍게 생각하고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환자 본인이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가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무증상 상태가 안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파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며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파열된 동맥류의 사망률과 장애 유발률은 매우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친 대가는 돌이킬 수 없이 크다. 반면 비파열성 상태에서 시행하는 예방적 치료는 비교적 안전하고 치료 성적 또한 안정적이다. 코일색전술이나 결찰술 수술은 기술적 발전으로 합병증 위험이 낮아졌으며, 많은 환자들이 치료 후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이라는 이유나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치료를 피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오히려 고령일수록 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기저질환이 동반되기 때문에 파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동맥류의 크기와 모양, 변화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파열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조기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열된 후의 치료는 이미 손상된 뇌조직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예후가 제한적이지만, 파열되기 전의 치료는 뇌 손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므로 치료 후의 삶의 질이 월등히 높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방치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파열 위험은 서서히 증가한다. 파열은 예측이 어렵고 일상 속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하기 쉬워 환자와 가족에게 큰 충격을 남긴다. 따라서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확인된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적극적인 치료 전략을 세워야하며, 필요한 시점에 과감히 개입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위험을 알고도 치료를 미루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과 같다. 조기 치료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삶의 지속을 위한 필수적인 결정이며, 이를 통해 파열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조기치료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파열을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신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가끔 느끼는 가벼운 두통이나 피로감을 단순한 일상적 증상으로 오해해 넘기지만, 이러한 비특이적 증상만으로 동맥류의 변화를 판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진 역시 영상검사 없이는 동맥류의 크기 변화나 벽의 약화 정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평가가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또한 동맥류가 작아도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목이 좁게 형성된 경우에는 파열 위험이 더 높고, 혈관의 위치 역시 위험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요인들은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의의 상담과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 조기 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측하지 못한 파열로 인해 갑작스러운 장애가 발생하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도 크게 흔들린다. 반면 파열 전 치료는 비교적 부담이 적고 회복 기간도 짧아, 향후 일상과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특히 고령 환자라 하더라도 전신상태가 적절히 관리된다면 시술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에는 최소침습적 기법이 더욱 발전해 부담이 더욱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확인된 순간부터 이미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 되는 셈이다. 환자 스스로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고 판단하는 순간 파열 위험은 계속 누적되며, 그 위험은 결국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으로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조기 치료는 단순한 예방법을 넘어 생명을 보호하고 미래의 삶을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선택임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