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ㆍ대학 수수료 갈등에 학생만 피해

 


 

 

극심한 경기 침체로 서민 가계가 흔들리고 있는데도 국내 대학들은 10곳 중 7∼8곳이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일부를 카드사에 수수료로 줘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는 속셈에서다.

이 때문에 400만∼500만원의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학생들의 고충을 대학들이 외면한 채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 410여개 대학 가운데 올해 2학기 등록금을 카드로 받는 곳은 108곳으로 전체의 26.3%에 그쳤다.

지난해 58곳보다는 많이 늘었으나 등록금 카드 납부를 전면 확대하겠다던 정부 목표치에는 아직 한참 모자란다.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은 대학 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선호한다. 경제난 악화로 한꺼번에 큰돈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카드로 결제하면 3∼12개월까지 할부로 낼 수 있어 학비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하는 데는 벽이 높다.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로 대학 등록금을 결제할 수 있는 대학은 8곳에 불과하다. 서울대, 충북대, 청주교대, 안동대, 목포대, 강원대 정도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일부 대학이 너무 낮은 수수료를 요구해 역마진이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하다 보니 대학등록금의 카드 납부를 확대하는데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할 수 있는 대학은 서울예대, 한양대, 현대카드는 중앙대, 방송통신대 등 각각 5곳에 그친다. 하나SK카드도 충남대, 부산대 등 8곳에만 통한다.

비씨카드와 삼성카드[029780], KB국민카드가 그나마 활용 범위가 넓으나 카드 납부를 원하는 대학생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씨카드로는 연세대, 부산대 등 38곳에서 결제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건국대, 성균관대 등 26곳에서 올해는 순천향대, 서울예대, 한세대 등 12곳을 추가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동국대 등 21곳에서 올해 이화여대, 극동대, 군산대 등 18곳을 늘렸다.

KB국민카드는 3개월 무이자 또는 6개월 할부 때 2회차부터 무이자 등 판촉 행사를 하고 있어 등록금 부담이 큰 학부모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원 이하 소액까지 카드 결제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만 문턱이 높은 것은 카드사와 대학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카드사는 매출 확대 차원에서 일반 가맹점에 매기는 수수료율인 2∼3%보다 낮은 1%대를 대학에 등록금 수수료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연간 수천억원의 등록금을 카드로 받으면 수십억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므로 현금 납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학으로서는 등록금을 현금으로 받는 게 유리하므로 카드사가 요청해도 협상에 좀처럼 응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카드 결제가 보편화하면서 등록금 카드 결제가 조금씩 느는 추세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 카드 납부와 관련해 학부모의 항의가 거세짐에 따라 정치권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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