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윤경신·육상 이신바예바도 ''예전 같지 않아요''

 

 

 

30회 런던올림픽이 점점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세계를 호령하던 선수들이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베테랑은 비록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선수들의 기세를 당해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멋있게 장식하려는 투지와 열정으로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한국 선수단 가운데서는 역도 장미란(29·고양시청)과 핸드볼 윤경신(39)이 대표적인 경우다.

장미란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사이에 네 번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한 세계 여자역도 최중량급의 최강자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저우루루(중국)와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 등에 밀려 4위로 대회를 마쳤다.

2008년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딸 때 들었던 합계 326㎏에 훨씬 못 미치는 289㎏의 성적에 그쳤다.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한 장미란은 "다치지 않고 잘 끝나 다행이다.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5회 출전으로 한국 선수 가운데 최다 기록을 보유한 윤경신은 5전 전패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국가대표 고별전이 된 이번 대회에서 개막식 기수까지 맡아 올림픽 첫 메달에 대한 의지를 다졌으나 5경기에서 4골밖에 넣지 못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던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20년 넘게 뛰었는데 시원섭섭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지도자로서 다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사이클 조호성(38·서울시청)과 유도 황희태(34·수원시청)도 적지 않은 나이에 올림픽 메달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을 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외국 선수로 눈길을 돌려보면 한국과의 남자축구 8강전에서 패해 탈락한 영국 단일팀의 라이언 긱스(3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먼저 눈에 띈다.

웨일스 출신의 긱스는 그동안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대회 본선에는 웨일스가 지역 예선 통과에 번번이 실패해 출전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영국이 잉글랜드와 웨일스 출신 선수를 한데 묶어 단일팀을 만든 덕에 메이저대회 출전의 한을 풀었지만 한국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일찌감치 2012-2013시즌 소속팀 경기에 전념하게 됐다.

특히 한국과의 경기가 웨일스에서 열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었지만 후반 교체 선수로 출전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아쉬움이 더 컸다.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30·러시아)도 ''지존''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4m7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내기는 했지만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아픔이 동메달로 치유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금메달을 따낸 제니퍼 수어(미국)와는 5㎝ 차이로 크지 않지만 전성기가 지나 앞으로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13년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도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31·스위스)도 이번 올림픽 결과가 뼈아프다.

지난달 윔블던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아 상승세를 타던 페데러는 남자단식 결승에서 앤디 머레이(영국)에게 0-3 완패를 당해 은메달에 그쳤다.

금메달을 땄더라면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까지 석권하는 커리어 골든 슬램을 이룰 수 있었지만 끝내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남자 선수로는 앤드리 애거시(미국),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2명만 달성한 커리어 골든 슬램의 꿈을 페데러가 현실로 만들려면 4년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한때 세계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재미를 안겨줬던 이들이 적지 않은 나이에 올림픽에서 쉼없는 도전을 한 것에 지구촌 스포츠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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